슬슬 더위가 찾아오는 초여름이다. 아직까지 여름휴가는 먼 얘기건만, 주말이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낯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도 맡고, 여행의 낭만이 묻어나며, 색다른 먹을거리가 있고, 아이와 함께 가기에도 좋은 곳…

서울에서 두어 시간, 서해 천수만 간월도로 당신을 안내한다.

섬과 육지 사이, 간월도

사실 간월도는 섬이 아니다. 섬이되 섬이 아니랄까? 간월도의 정확한 지명은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 엄밀히 따지면 육지지만 사람들은 아직까지 이곳을 섬을 뜻하는 도(島)로 부른다. 여기에는 간월도의 남다른 역사가 그대로 담겨 있다.

그 유명한 천수만 간척 사업이 벌어진 1980년대 전까지, 간월도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외딴 바위섬이었다. 그 바위섬이 간척 사업의 일환으로 뭍이 된 것이다. 하지만 간월도에는 여전히 섬의 정취가 가득하니, 하루의 절반 이상을 물 위에 떠 있는 간월암 때문이다. 간월항 부근 돌섬에 자리잡은 간월암은 물이 가득 차오르는 만조에는 섬처럼 떠올랐다가 다시 물이 빠지는 간조에는 걸어갈 수 있는 뭍의 사찰로 변신한다. 밀물과 썰물은 6시간마다 바뀌는데, 낮 시간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3시에만 간월암으로 가는 길이열리니 섬이라 부르는 게 더 어울린다.

간척지에 위치했지만 간월도는 여전히 아담한 어촌의 풍경이다. 작은 포구 주변에 쪼르르 자리 잡은 노촌 횟집에 앉아 짠 내음을 음미하며 바닷새와 어울려 둥실둥실 떠 있는 작은 배를 바라보면 금세 시간을 잊은 듯 고즈넉함에 빠진다. 하지만 이왕에 간월도를 찾았다면 해가 저무는 때까지 버텨볼 일이다. 바다 위로 붉게 물드는 노을 속에 섬처럼 솟아오른 간월암의 풍경이 곧 눈앞에 펼쳐질 테니.

간월도 기행 1. 쉽게 닿을 수 없는 그곳, 간월암

 

간월도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간월암이다. 종종 간월도에 갔다가 간월암을 못 보고 그대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있는데(리포터 역시 첫 간월도행에서 간월암을 못 찾았었다), 그 때는 간월도의 중심에 위치한 어리굴젓 기념탑부터 찾자. 탑을 마주했을 때 그 배경이 되는 게 바로 간월암이다.

간월암에 가는 길은 대략 두가지가 있는데, 어리굴젓 기념탑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언덕을 넘어가는 방법과 간월항 주차장 왼쪽의 비탈길로 건너는 방법이다.

모두 절산이라 불리는 야트막한 언덕으로 이어지는데, 일단 언덕길에 올라서면 고둥과 직접 캔 각종 나물을 펼쳐놓고 장사에 나선 간월도 할머니들을 마주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여기서 고둥을 사 먹는데, 고둥을 쪽쪽 빨아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언덕을 건너면 100미터 앞에 간월암이 펼쳐지는데 간조 시엔 자갈길을 건너면 되지만, 만조 시에는 뗏목에 몸을 싣고 밀고 당기며 짧은 바닷길을 건너야 한다. 간월암은 돌섬 위에 있어 계단으로 올라서야 하는데, 그 옆으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쌓아 올린 돌탑이 즐비하다. 안으로 들어서면 그 소박한 아름다움에 금세 빠져드는데, 해풍을 피하려는 듯 야트막하게 지어진 건물과 오랜 세월이 묻어나는 기와가 더없이 멋스럽다. 대웅전 앞마당에 서서 시원한 해풍을 맞으며 탁 트인 바다 건너의 안면도를 바라보는 것도 간월암에서 꼭 해봐야 할 일이다.

간월도 여행 2. 굴밥과 굴전… 맛있는 풍경

 
매년 정월 보름날이면 만조 때 어리굴젓 기념탑 앞에서 행사가 열린다. 이른바 ‘굴부르기 군왕제’다. 굴의 풍년을 기원하는 간월도의 대표적인 민속 행사로, 마을 아낙네들이 흰옷을 입고 굴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지낸다. 그만큼 굴은 간월도의 대표적인 특산품이다.

간월도의 굴이 유명해진 건 조선시대부터. 간월암에서 공부하던 무학도사가 간월도의 어리굴젓을 태조에게 올린 뒤 진상품이 되었단다. 다른 지방의 굴에 비해 알이 잘고 색깔이 거무스름하며, 물날개라 불리는 털이 많아 양념이 잘 배어드는 게 간월도 굴의 특징. 그 굴로 담근 어리굴젓은 톡 쏘는 맛으로 인기가 좋다. 간월도를 찾는 외지인이 대부분 어리굴젓을 구입하는데, 생각보다 짠맛이 강하니 반드시 먹어보고 구입한다. 어리굴젓은 1킬로그램 1만5천~2만 원, 명란젓은 500그램 1만5천~2만 원. 

 
특산품인 굴로 차린 밥상도 간월도 여행에서 반드시 경험해봐야 한다. 간월도의 웬만한 식당에는 영양굴밥, 굴파전 등의 메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간월도에는 여러 차례 맛집으로 소개된 곳들이 있다. 굳이 큰 음식점을 찾지 않아도 대부분 음식 맛이 좋다. 사방이 탁 트인 간월도의 풍광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2층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한다.

간월도 여행 3. 서산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

 

아이와 함께 간월도에 가면 반드시 들러볼 곳이 있다. 간월도에서 차로 30여 분 거리에 위치한 서산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이 그곳. 고려 말 천문학자이자 우리나라 100대 문화 상징물 중 하나로 선정된 ‘천상열차분야지도’(1만 원 권 지폐 뒷면 바탕그림으로 새겨진 천문도)를 만든 금헌 류방택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곳으로, 고대 천문학 유물을 비롯해 최첨단 도구를 활용한 천체관측도 가능해 아이와 함께 찾기에 더없이 좋다. 둥근 원 안에 별 1천467개를 새겨 넣은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직접 보는 것도 특별하다. 별빛의 세기에 따라 그 크기를 달리했다니, 당시의 관측 기술을 가늠케 한다.

일반인을 위한 공개 관측관으로 천체망원경을 통해 낮에는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밤에는 다양한 천체를 관찰할 수 있다. 천체관측 외에도 과학 다큐, 주말 과학영화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즐길 거리가 많다. 게다가 무료라니 찾아가는 기름 값이 아깝지 않다. 오후 3시 이후에만 관람이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니 반드시 체크해둘 것. 관람 시간 오후 3시~오후 11시(9월~이듬해 4월은 오후 2시~오후 10시). 위치 충남 서산시 인지면 애정리 151-8번지 문의 041-669-8496

간월도 여행 4. 6월 서산에는 축제가 한창!

 
간월도가 자리 잡은 서산 일대에는 6월 한 달간 다양한 축제가 펼쳐진다. 6월에 간월도에 간다면 조금 부지런을 떨어 1년에 한 번 펼쳐지는 축제도 가볼 것을 권한다. 그 첫째가 올해로 10회를 맞는 팔봉산감자축제다. 6월 18, 19일 이틀간 펼쳐지는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감자 캐기 체험(041-660-3451)이다. 참가비 6천 원(5킬로그램 기준)만 내면 누구든지 참여가능하다.

해미읍성축제도 서산의 6월을 대표하는 행사다. 해미읍성축제는 6월 10일부터 3일간 해미읍성 일대에서 펼쳐지는데 전통 난장을 비롯해 씨름, 직거래 장터, 전통 혼례, 전통문화 체험, 무형문화재  공연 등이 준비되어 있다. 해미읍성은 원형이 가장 완벽하게 보존되었다고 평가받는 성으로,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축제와 별도로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 오후 2시에는 해미읍성 내 상설 무대에서 전통 난장 공연이 펼쳐지니 참고하자. 줄타기, 땅재주, 풍물, 대접 돌리기, 전통 무예 등을 볼 수 있다.

자료 사진 서산시 문화관광과ㆍ팔봉면사무소

간월도 가는 길

간월도는 자가용과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데, 간월도의 면모를 꼼꼼히 보고 싶다면 자가용을 추천한다. 간월도 주변의 볼거리도 적지 않다. 간월항 앞의 주차장에 세우고 간월도 일대를 구경하면 된다.

자가용 서산 IC  → 32번 국도 → 서산 → 649번 지방도로 → 부석 → 서산AB지구방조제 → 간월암

대중교통 서울 남부터미널(운행 시간 6시 30분~오후 8시, 운행 간격 30~40분, 소요 시간 1시간 50분) → 서산 시외버스터미널(운행 시간 오전  6시15분부터, 운행 간격 1시간~1시간20분, 소요 시간 40분) → 간월도행 시내버스

문의 서울 남부터미널(02-521-8550), 서산 시외버스터미널(041-665-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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