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 미래의 ‘나’를 포기하지 마세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람은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하지만 얄궂게도 성공하기를 열망하고, 그만한 자격이 있을 만큼 성실하지만 결실을 맺는 이는 드물다. 자신의 꿈을 염가 처분해야 하는 답답한 현실에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정명진 대표의 제언.

20대 열정 하나로 ‘의전 관광’이라는 블루 오션을 개척, 떠오르는 여성 CEO로 손꼽히는 그녀는 말한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기회를 박탈하는 건 아닌지 자문해보라”고.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라

‘초기 자본금=퇴직금 700만 원, 경쟁력=오로지 열정 하나, 사업 전망=?’

2000년대 초반 의전 관광 전문 회사 코스모진 창업 당시, 정명진(39) 대표의 상황이다. 의전 관광이란 VIP 방한 외국인들에게 일대일 맞춤형 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공항 영접, 호텔 숙박, 관광, 번역, 각종 예약이나 섭외 등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필요한 서비스를 담당한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로버트 굴드, 영화배우 겸 모델 신디 크로포드, 세계적 행위예술가 바네사 비크로프트, 유튜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첸 등이 그녀의 고객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무모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일을 따내기 위해선 의전 관광이라는 서비스 개념부터 설명해야 했거든요. 하지만 앞으로 꼭 필요한 사업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죠. 한국의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VIP 해외 바이어들이 많이 찾을 텐데, 이분들을 위한 맞춤 서비스가 없더라고요.”

20대 여성이 ‘의전 관광’이라는 서비스를 내밀었을 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주요 호텔 담당자와 각종 국제 행사 담당자들을 찾아다니며 사업 비전을 설명했지만, 거절당하기 일쑤.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죠. 하지만 제가 하지 못할 분야라 생각했다면 아예 시도하지 않았을 겁니다. 한 예로 올림픽이라는 큰 행사를 제가 유치할 수는 없지만, 초정된 외국 분들에게 저만의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죠. 항공기 좌석을 확보해야 하거나 큰 자본이 필요했다면 못 했을 겁니다. 저의 능력과 공략해야 할 시장을 정확히 알았기 때문에 재미있었어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끝까지 가봐라 연 매출 규모 50억 원을 달성하기까지 시행착오도 무수히 겪었을 터. 하지만 그녀는 미래를 가늠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느니 끝까지 가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 과정을 통해 분명 배우는 게 있다고.

“슬럼프는 본인이 만드는 겁니다. 어렵다고 손 놓고 있으면, 발전의 기회를 막아버리는 거죠. 힘들 거라는 생각에 밖에서 바라보기만 하면 아예 들어가지 못해요.” 정명진 대표가 의전 관광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것도 이 같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마땅히 물어볼 기관이나 사람도 없었지만 ‘고민하느니 한번 해보자’는 오기로 버텼다. 오히려 벤치마킹할 곳이 없으니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LG그룹의 해외 VIP 고객을 담당했을 때는 호텔 비품이나 가전제품을 모두 LG그룹 제품으로 바꾸는 등 섬세한 서비스로 호평을 받았다. 샤이아 라보프와 메간 폭스가 영화 <트랜스포머> 홍보 차 방한했을 때, 담당 가이드들은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를 모두 섭렵했다. 배우들의 말투나 행동, 움직임 등을 사전에 파악해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낚시를 좋아하는 외국인 VIP를 위해서는 배에 물고기 유도 장치까지 부착했다. 당연히 고객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익숙해질 때를 경계하라 

 “어떤 VIP가 고객인지 내세우는 게 마케팅 효과는 있죠. 하지만 이 일을 통해 뭔가 새로운 걸 배울 때 제일 뿌듯해요. 남들에겐 하찮아 보여도 저에겐 모두 소중한 배움의 기회입니다.”

삼성그룹에서 해외 VIP 고객 의전 관광을 의뢰했을 때의 일이다. KTX를 타고 구미공장으로 내려가던 중 고객들이 구미역에서 내리지 못했다고. 다행히 구미역에서 대기 중이던 택시를 재빨리 동대구역으로 보내 상황을 수습했다. 일정보다 30분 정도밖에 지연되지 않아 고객들도 큰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단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죠? 후후. 하지만 이런 과정이 쌓여 코스모진의 섬세한 서비스가 가능해졌죠. 저는 일에 익숙해지는 때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황에 익숙해진 거지, 결코 일을 잘하는 게 아니거든요. 끊임없이 배운 것을 응용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발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야 해요.”

10여 년을 휴일도 없이 내달려온 정명진 대표. 잠시 쉬어가도 좋으련만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두 눈을 반짝였다. 앞으론 의전 관광 전문 가이드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싶다고. 몇 년이 걸리더라도 꼭 해낼 거라며 설렌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쯤 되니 굳이 정 대표의 행보에 실현 가능성 여부를 운운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무엇’을 발견하는 일련의 행동이 그녀에겐 성공과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미즈내일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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