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금 수령 선호 강해 … 의무 연금전환 정책 등 도입


퇴직연금이 효과적인 노후소득 수단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연금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경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적립금의 연금전환 유도 방안 보고서’에서 “퇴직연금 적립금이 30조원을 넘어서고 가입자도 240만명에 달하는 등 외연적 성장을 하고 있으나, 정부 정책이 아직 축적된 적립금을 어떻게 안정적인 종신소득으로 전환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후소득원 가운데 연금소득(14.7%) 비중이 낮고 사적 이전소득(31.4%) 비중이 높다. 고령화 추이를 볼 때, 사적 이전소득을 대체할수 있는 연금소득 확보가 절실한 형편이다. 그나마 있는 국민연금은 지난 2007년 큰 폭의 급여인하 조치로 인해 30년 가입자의 평균 소득대체율이 생애 평균소득의 30%에 불과하다. 더욱이 2045년에는 국민연금에 적자가 발생하고 2060년엔 기금 고갈이 예상된다. 국민연금을 대체할 수 있는 노후소득원으로 퇴직연금이 주목받는 이유다.

◆해외 주요국가들 연금전환율 100% = 그런데,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는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 모두 연금전환을 유도하는 명시적인 정책이 없다. 퇴직 시점에서 일시금으로 수령할지, 아니면 연금으로 전환할지가 가입자의 선택에 맡겨져 있다.

이 연구위원은 “일시금에 대한 과도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관계로 일시금에 대한 선호 현상이 강하다”며 “해외 주요국가의 정책을 참고해 정부가 나서 연금전환을 유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칠레 영국 스위스 미국 등의 국가들은 의무 연금전환 정책을 실시하거나 디폴트 연금전환 정책을 통해 연금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각국은 연금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부분 일시금 허용, 프로그램 인출방식 허용 등 구체적인 지급옵션을 규제하고 있는데, 퇴직연금이 공적연금을 대체한 칠레에서는 부분일시금을 허용하지 않고 종신형 연금과 연생연금만 허용중이다. 공적연금이 존재하는데도, 의무 연금전환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영국은 적립금의 25%까지 일시금을 허용하며 일정 연령 이전까지는 프로그램 인출방식의 활용도 허용된다. 또 디폴트 연금전환 정책을 시행중인 스위스는 부분 일시금만 인정한다. 이에 따라 연금전환 수준이 나라마다 다른데, 의무 연금전환 정책을 시행중인 칠레와 영국은 가입자의 100%가 연금으로 전환했고, 스위스는 80%에 달한다.

반면 개인의 선택에 맡긴 미국(확정기여형)과 호주는 10% 미만이다.

이 연구위원은 “의무 연금전환 정책을 시행하면 위험분산이 잘 이루어진 위험단체를 형성하는 관계로 연금지급률이 상당히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디폴트 연금전환은 자발적 연금전환 효과보다는 높지만 의무 연금전환보다는 낮았다”고 설명했다.
 
◆연금전환시 소득대체율 43%까지 높아져 = 우리나라 여건에서 가능한 연금전환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의무 연금전환 정책은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기존 가입자들에게는 일시금 선택권을 인정하고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며 부분 일시금을 허용한다. 이 정책에 따라 남자가입자가 1억원을 연금 전환하면 연금소득을 7.6%(55세)〜11.8%(65세) 증대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부분 연금전환인 디폴트옵션 정책이다. 개인의 선택권 제한에 대한 반발 때문에, 의무 연금전환정책을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검토할 수 있다. 우선 시범사업장을 선정해서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정책 효과가 입증되면 법 개정을 통해 전면 추진하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현행 방식에서 세제를 개편해 연금전환에 대한 인센티브를 높이고 일시금 수령에 대한 인센티브를 축소시키는 방법이다. 일시금과 연금소득에 대해 단일 세제를 적용하거나 전환된 연금소득에 대해 비과세혜택을 부여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해 연금전환을 유도하면 소득대체율을 최대 42%까지 높일 수 있다”며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를 감안할 때, 정부의 연금전환에 대한 연구와 정책 시행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내일신문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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