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가 초고성능컴퓨터 활용과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수퍼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법률을 근거로 수퍼컴퓨터의 활용과 육성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은 이미 1991년에 관련 법률을 제정해 국가 차원의 수퍼컴퓨터 활용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다. 1980년대 후반, 짧은 기간이기는 했지만 일본의 GNP(국민총생산)가 미국을 앞지른 적이 있었다. 미국으로서는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었고, 이때 정부에서 제일 먼저 추진한 것이 ‘고성능 컴퓨팅법’의 제정이었다. 그리고 이 법은 2004년 개정됐는데, 세계 최고의 수퍼컴퓨터 자리를 2002년 일본의 ‘지구 시뮬레이터(Earth simulator)’에 빼앗기고 난 뒤의 일이다.

 

슈퍼컴, 기업 경쟁력 강화에 큰 기여
수퍼컴퓨터는 기업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한다. 우리가 잘 아는 굿이어(Goodyear) 사의 타이어, 핑(PING)사의 골프채, 알코아(Alcoa)사의 알루미늄캔 등은 수퍼컴퓨터로 모의실험해서 만들어낸 것으로 개발시간과 비용절감 측면에서 최고의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퍼컴퓨터는 이제 특수 분야에 활용되는 특수장비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을 싸고 신속하게 만들어주는 필수장비가 된 것이다. 금융상품과 의약품 개발, 영화 제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수퍼컴퓨터가 활용되고 있다.

쓰나미나 지진 등 갑작스러운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도 수퍼컴퓨터는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재해가 발생한 뒤 빨리 예상경로를 예측해내는 일은 수퍼컴퓨터가 아니면 어떤 장비도, 과학자도 해낼 수 없다.

 

슈퍼컴법, 미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
‘수퍼컴법’의 입법으로 우리에게도 기반은 다져졌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할 때이다. 연구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수퍼컴퓨터를 보다 많이 활용하기 위해서는 IT(정보통신기술) 융합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자신의 분야에 IT를 융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IT융합형 학제(學制)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수퍼컴퓨터를 활용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력에 걸맞은 수퍼컴퓨터를 확보하고 개발하며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수퍼컴퓨터 연구생태계 육성을 위한 컨트롤 타워가 정부에 설치되고 실무를 주도할 국가수퍼컴퓨팅센터가 설립돼야 할 것이다. 인재가 유일한 자원인 우리나라가 수퍼컴법을 통해 과학기술 강국, IT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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