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의 귀재’.
업계에서 대상 정승인 CM(카테고리 매니저)을 일컫는 말이다. 2005년‘마시는 홍초’(이하 홍초)를 출시, 조미료로만 여기던 식초를 음료수로 탈바꿈해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음용 식초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 본고장인 일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 홍초가 시장에 선보였을 당시만 해도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다.

 

식초는 음료수처럼 마실 수 없다?
No!
“홍초가 처음부터 식초 음료는 아니었습니다. 조미용 석류 식초를 개발했는데, 특유의 선홍빛 때문에 용도가 제한적이었죠. 하지만 상대적으로 맛이 좋다는 장점을 살려 음용식초로 개발하게 된 겁니다.”

정승인(39) CM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CM은 제품의 기획과 개발, 생산, 마케팅 등을 총괄하는 담당자를 일컫는 말. 포스트잇도 처음에는 불량품으로 낙인찍힌(?) 것처럼, 홍초 역시 자칫 잘못하면 사장될 뻔했다. 식초는 오이냉국이나 초무침에 많이 쓰이는 데, 조리용으로 쓰기에 붉은색이 부담이 된 것. 하지만 이런 단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줄 누가 알았으랴. 식초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건 익히 알려졌지만, 특유의 맛 때문에 음료수처럼 마시기를 꺼리는 이들이 많았다. 이에 비해 홍초는 맛도 좋고, 색상 역시 식감을 자극하기 충분하니 차라리 음료수로 개발하는 건 어떨까 생각한 것.

해서 제품 콘셉트부터 참살이로 다시 잡고, 건강 음료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행히 이런 전략은 시장에서 호평을 얻었고, ‘식품 회사에서 웬 음료수?’라는 세간의 우려도 말끔히 종식시켰다. 실제로 홍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60%를 상회하고 있다. 최근엔 지식경제부의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음료수 공략 대상=고등학생?
때론 반대가 정답! 
참살이에 주안점을 둔 특성에 맞춰 가족 건강에 민감한 주부들부터 공략한 것. 감식초를 마시는 문화에 익숙하다는 점도 주요인이었다. 이런 여심을 읽는 데는 대형 할인 마트 영업 등 필드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현장에서 체득한 주부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시장 분석에 지대한 역할을 한 것.
홍초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홍보 전략 역시 ‘발로 뛰는 정신’이 기반이 됐다. 대형 마트나 지하철역 등에서 시음 행사와 샘플링을 하는 등 소비자들과 대면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유통망도 대형 할인점에 국한하지 않고 대리점이나 편의점, 해외 수출 등 다양한 판로를 개척하는 데 주력했다.

“소비자들은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출시 이후 홍초는 꾸준히 변하고 있어요. 2005년 출시 이후 개발된 다양한 홍초 중 살아남은 건 ‘마시는 홍초 석류맛’밖에 없어요. 홍초 브랜드 제품은 10가지인데, 앞으로 계속 변화를 줄 예정입니다.”

 

음료의 세계화는 왜 안 되죠?
최근엔 홍초의 인기가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대상 측은 올해 일본 판매액만 50억 원이 무난히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체인 마트인 이나게야 120여 개 점에서 조사한 결과, 일본의 대표 음용 식초인 흑초를 제치고 음용 식초 부문 판매 1위라는 쾌거를 이뤘단다. 음용 식초의 본고장이 일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식 세계화에 관심이 높잖아요. 그런데 왜 음료의 세계화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는지 안타까워요. 한식이 낯선 외국인들도 오히려 음료는 편하게 접근할 수 있거든요. 콜라처럼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한국의 음료를 개발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요?”

정승인 CM은 ‘진정성’이 있다면 외국인들에게 충분히 우리의 음료를 어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초 역시 일본의 아성에 도전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고. 아무런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시장에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들어갔다고 회고한다.

“해외 영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힘들어요. 각종 해외 박람회를 뛰면서 바이어들에게 소개를 하고, 무작위로 도쿄 지하철역에서 시음 행사를 한 적도 있죠. 우연히 한 일본 현지 유통 회사가 시음 행사장에서 홍초를 접하고 입점을 허락했어요. 진정성만 있다면 늘 문은 열려 있어요.”

정승인 CM은 인터뷰 중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처음에는 힘들어도 끈기와 진정성으로 무장한다면 못 해낼 일이 없다는 게 그의 철학. 이는 다소 무모해 보이는 그의 도전들이 성공이라는 결실을 맺은 비결이기도 하다.


미즈내일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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