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궐 공식선거운동 시작
13일 서울 구로에서 7시간 강행군 … 선거결과 따라 정치권 요동

13일 10·26 재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4년 만에 선거지원에 나섰다. 2007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지원유세 이후 처음이다.

박 전 대표는 13일 오전 서울 구로구에 소재한 서울관악고용지원센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지원에 들어갔다. 이어 벤처기업협회를 방문한 박 전 대표는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와 홍준표 대표를 만나 식사를 함께 하며 벤처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박 전 대표가 소화하는 일정은 모두 8개로 7시간에 걸친 '강행군'이었다.

박 전 대표의 구원등판은 당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른 것이다. 특히 당 지도부는 박 전 대표에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집중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를 4개 권역으로 나눠 최소한 한번씩은 방문해 달라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제시했고, 나 후보와의 합동유세를 위해 유세차 2대도 확보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서울에만 집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올인'했다 패배할 경우 받을 상처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면 그만큼 부산경남에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정치적 위상이 올라가게 된다. 박 전 대표가 부산을 챙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친박계 중진의원은 "어쩔 수 없이 재보궐선거에 끌려들어가면서 (대선행보) 전체가 흐트러졌다"며 "선거가 너무 가변적이어서 어디에, 어떻게 집중하겠다고 단정하기 힘들지만 '살얼음판'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재보궐선거 지원을 통해 박 전 대표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대중적인 행사에 참여할 때도 간결한 행보로 일관했던 것과는 달리 유권자들과의 직접 접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박 전 대표는 지난 9일 대구시 달성군민운동장에서 열린 '달성군민의 날' 행사에서 수행원과 경호를 최소화하는 대신 행사장 곳곳을 돌아봤고, 지역민과 1시간30분여 동안 악수를 나눴다. 유권자와의 거리는 좁히고, 친밀도는 높인다는 취지로 읽힌다.

재보궐선거 결과는 향후 정치권을 흔들 요소로 꼽힌다. 한나라당이 서울에서 패배할 경우 당 일각에서 지도부 책임론 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표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부산 모두 패배하면 '박근혜의 확장력'에 대한 강한 문제제기가 잇따를 수 있다.

반면 야권이 패배하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지도력에 대한 도전이 거세질 수 있고, 야권통합의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 부산 동구청 선거결과는 문재인 이사장의 정치적 행보와 관련이 깊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10·26재보궐선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겐 모의고사 같은 성격"이라며 "모의고사 점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공부의 전략을 바꾸듯 정치지형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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