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냐, 조직이냐. 3일 10·26서울시장 보선 대진표가 사실상 확정됐다. 박원순 대 나경원. 한 사람은 정당 후보가 아니다. 야권의 시민대표다. 다른 한 사람은 집권당인 한나라당 후보. 결국 집권당 후보와 시민대표의 대결이 벌어지게 됐다. 서울시장은 대통령 다음가는 중요한 자리. 무소속의 시민후보가 그 중요한 서울시장이 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3일의 야권 서울시장 후보경선도 정치사에 남을 행사였다. 막판 민주당 박영선 바람이 불었지만 시민들의 변화 욕구를 이기지는 못했다. 다수 국민들은 기성정치에 식상해했고, 기존 정치구조를 바꿔야 하겠다는 쪽에 줄을 섰다. 안철수 바람은 박원순 바람으로 이어졌고 이 바람은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예고했다.

 

기존정치, 기존정당에 대한 국민의 경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불발과 박영선 민주당 후보의 패배는 기존정치, 기존정당에 대한 국민 심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민은 한나라당이 미는 오세훈 전 시장을 낙마시키고 결국 안철수 바람을 불게 해 집권 한나라당이 팔과 다리가 부러진 중상정당임을 각인시켰다. 민주당 또한 마찬가지다. 박영선 후보가 패배함으로써 결국 서울시장 후보도 못내는 정당으로 전락한 것이다. 사실 3일 오전만 해도 민주당이 당원들을 대거 동원하면서 박영선 역전이 점쳐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변화를 바라는 젊은층이 오후에 대거 투표장에 나서면서 역전극은 벌어지지 않았다. ‘지금 이대로는 민주당도 안된다’는 것이 젊은층의 심정이었다. 기성정치, 기존정당에 대한 불신과 물갈이의 필요성이 노출된 가을이었던 것이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이제 국민들은 네거티브 선거전략에 식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영선 후보는 민주당 후보가 되면서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TV토론에서 박원순 후보를 매섭게 몰아치는 네거티브 전략을 쓰면서 오히려 점수를 잃었다. 변화를 바라는 민심은 네거티브 전략이 먹히지 않음을 실감케 했다. 민심은 새로움과 배려와 비전을, 민주적인 복지국가를 원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세훈 전 시장이 사퇴하면서 예고됐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선으로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 10월부터 치러질 공산이 커졌다. 한나라당은 곧 매머드선대위를 발족시킬 예정이고 범야권도 통합선대위를 구성할 것이다. 관심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철수 교수의 선거참여 여부인데 그것과 관계없이 이미 내년 대선바람은 불었다는 것이 정가 관측이다.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 이번 선거가 무상급식 문제로 이뤄진 만큼 복지문제가 큰 쟁점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제 후보가 거의 정해진 만큼 서울시민의 선택만이 남았다. 서울시장은 20조원이 넘는 예산을 운영하고 1000만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그런 만큼 청와대로 가는 징검다리로 아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 서울시민의 마음을 알고 서울시민에게 봉사할 자질과 도덕성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전시성 업적을 생각하는 후보보다는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염려하고 가난한 시민들의 친구가 될 수 있는 후보를 골라야 한다. 임기를 지키지 않고 자기 정치생명에 도박을 걸 가능성이 있는 후보는 곤란하다. 대한민국의 대표도시이자 극동의 중심도시로 서울을 발전시킬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가진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민심을 잘 알고 시민에게 봉사할 후보 선택했으면
작가 공지영씨는 3일 야권 경선장에 나와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피와 땀과 손길을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말하며 ‘국민의 염원을 잘 수렴하고 서울시의 시급한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시장이 됐으면’이라고 강조했다. 민심을 읽고 민심을 잘 아는 시장이 뽑히고 시민들이, 국민들이 정치의 주인이 되는 국민정치시대, 시민 정치시대가 열렸으면 한다. 시민들을 외면할 경우 제2의 안철수와 박원순은 계속 등장할 것이 확실하다.

이를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기존정당의 변화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기존정당들이 헤쳐모여 수준의 변화가 없으면 국민들의 버림을 받을지 모른다며 기존정당의 혁신과 변화를 주문했다. 소통부재의 한나라당의 경우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는 국민 발언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도 명망과 도덕성 있는 시민을 영입하는 등 혁신하지 않을 경우 국민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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