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전략, 중소기업에 맞춰야”
자동화 대기업 1명 채용하면 중소기업 일자리 2개 줄어

 
김영생 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구인난, 청년들의 구직난과 관련해“장기적으로 대학 정원을 줄여야겠지만 우선 현 대졸자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고용전략을 대졸자의 흡수 능력이 큰 우수한 중소기업에 맞춰야 한다”며 “대기업의 경우 자동화, 자본집약화로 일자리가 별로 증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 대졸자 1명을 채용하면 중소기업에서 2명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악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은 구인난, 청년들의 구직난에 허덕이는 기형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실태는.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8%로, 전체 실업률 3%보다 크게 높다.

하지만 일자리가 아예 없는 게 아니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평균적으로 3.1%, 제조업은 4.2% 인력이 부족하다. 인원수로는 23만여명이다.

이런 불일치는 대졸 청년층의 취업선호도가 대기업 위주로 쏠려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대학졸업자가 너무 많아 실업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사회가 아무리 발전해도 대졸학력에 필요한 일자리는 전체 인원의 40%를 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졸자가 고교졸업자의 79%(2009년 83%)에 이른다.

현 상태라면 청년실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대학 정원을 대폭 늘인 정부의 책임 아닌가.
누구의 잘못이라고 탓하기 어렵다. ‘코리안 드림’으로 불리는 우리사회의 전형적인 특성이 이런 구조를 만들었다.

부모님들은 아무 일이나 닥치는 대로 해 기반을 닦고, 그 수입으로 아들·딸 교육을 시켰다. 먹고 살만하면 무조건 대학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사회 분위기였고, 또 부모님들의 꿈이셨다.


 
청년 실업자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기대하며 대학을 졸업했는데, 이들에게 갑자기 눈높이를 낮추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것은 기성세대의 강요다. 기성세대는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이 어렵지 않았다. 지금 20대에게 혹독한 고용조건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그렇다면 넘쳐나는 대학생들을 어디로 흡수해야 하나.
대졸자의 흡수능력이 큰 곳은 우수한 중소기업(대기업 협력사)이다. 우수한 중소기업에 대졸자들이 많이 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대기업은 질 높은 사업에 주력하되, 나머지 일거리는 과감히 (중소기업에게)넘겨 중소기업이 많이 고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려면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대기업이 계열사 등을 통해 벌이는 내부거래를 제한해야 한다. 물론 다른 부분은 기업하기 좋은 곳을 만들어줘야 한다.

아울러 우수 중소기업에 취업한 이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구직자들의 희망임금과 중소기업이 줄 수 있는 임금의 차이를 조금 메워주자는 것이다. 희망근로에 편성된 예산을 일부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우수 중소기업이라고 하면 그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
우리나라에 중소기업이 100만개 있다고 한다. 이중 1%(1만개)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이다. 좀 더 넓게 보면 4%(4만개)까지는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이라고 본다.


 
중소기업이 인력난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대졸자는 매월 200만원 이상 받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조사결과 중소기업의 평균임금은 대기업의 52% 수준이다. 규모가 작을수록 인력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중소기업에 대한 취업 선호도는.
직업능력개발원이 청년층의 취업선호도를 조사(2010년)한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39.6%, 공공기관 31.2%로, 이 두 곳을 희망하는 사람이 70%를 넘는다. 중소기업은 9.8%에 불과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61.2%가 조건이 어느 정도만 맞으면 중소기업 취업도 고려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우수 중소기업으로 채용을 늘리자는 제안이 희망 있다는 지표다.

 

급여도 중요하지만 비전도 빼놓을 수 없는 선택요인 아닌가.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의 여건 중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첫째가 적절한 수준의 보수(39.7%)이고, 둘째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비전(36.3%)이다.

대기업은 급여수준도 좋지만 직원들의 능력개발, 자기계발에 투자를 많이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투자가 미비하다보니 직원들이 입사 후에도 자기 발전이 적다.


 
중소기업 스스로의 자구노력도 필요하지 않나.
중소기업에 취업한 사람들도 입사후 능력을 키워 그 회사의 핵심인력이 되든지,아니면 보다 나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지금 이 기업에 입사해도 후에는 실력을 키워 보다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희망의 사다리가 되어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우수 인재들이 들어오고, 또 이들은 그 회사가 하기에 따라 자체 핵심인력으로 양성할 수도 있다. 회사 가치를 키우고, 구성원의 가치도 높이는 것이다.

대신 회사의 비전은 중소기업 스스로 마련하고, 제시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작업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지식경제부가 추진하는 QWL사업은 이런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본다. 쾌적한 환경 조성은 물론 ‘선취업, 후진학’의 기회도 제공한다.


 
구익난·구직난 불일치를 완화하기 위한 또다른 대안은.
중소기업은 편견이 있는데다, 인지도가 떨어지다 보니 좋은 인력을 쓰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구직자와 구인자의 정보가 부족한 것이다.

헤드헌터 회사도 대기업 위주다. 따라서 우수 중소기업에 대한 구인·구직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눈높이 조절이 안된 상태에서 연결되면 깨진다. 기대와 수준을 맞춰야 한다.


 내일신문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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