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분리 주장하는 것 아니다” … “그러면 심판대상 아니잖나”

직장인과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 재정을 쪼개야 한다고 주장하던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 등이 정작  위헌소송에서 주장을 사실상 뒤집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직장인이 피해본다더니 = 이 위헌소송은 지난 2009년 경만호 의협회장이 ‘건강보험 재정분리’를 주장하며 청구한 것이다.

청구인들은 “공단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을 통합하여 운영한다”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제33조 2항, 그리고 직장•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산정기준과 절차 등을 규정한 62~65조 일부 항목이 직장가입자들의 평등권•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직장인은 소득, 지역가입자는 재산 등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내고 있는데 재정이 통합된 상태로는 소득파악이 쉬운 직장인이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지역가입자 소득파악율이 높아져 부과의 형평성이 재고되고 있으며 직장인 역시 퇴직 후에는 지역가입자가 되기 때문에 위헌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도 “사회통합 기능이 있는 건보를 해체, 조합주의로 돌아가자는 집단이기주의”라며 비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피해봤나” “자료없어” = 이날 열린 공개변론에서청구인측 변호사인 장성규 변호사는 “재정통합을 분리하고 지역조합주의로 회귀하려 한다는 등의 주장이 있으나 사실이 아니”라며 “다만 헌법의 중요원리인 평등을 건보료 징수체계에서 실현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두환 재판관이 “재정분리 주장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냐”고 재차 확인질문을 하자 “부과의 평등이 실현되지 않기 때문에 재정통합 부분도 논리적으로 위헌이 된다는 뜻”이라며 “평등만 실현되면 문제가 안된다”고 설명했다.

송 재판관이 “취지대로라면 건보법 부과징수에 관한 62조만 문제삼아도 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장 변호사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그러자 송 재판관은 “그렇다면 (33조 2항을) 심판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당혹감을 표했다.

민형기 재판관은 “건보 통합으로 직장인이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느냐”는 질문에 장 변호사가 “데이터 산출이 어려울 것 같다”고 대답하자 “청구인은 평등을 과정의 문제로만 보는데 최종적으로 피해가 오느냐로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위헌청구 목적 포기” = 청구인 측이 제시한 소득파악 기준 대안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청구인 측 참고인인 이규식(연세대 보건행정)교수는 이날 변론에서 “복잡한 기준으로 소득을 추정해 징수하는 것은 주먹구구식 인정과세와 다름없다”며 “실질소득 파악이 힘들다면 자진신고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국세청 등 징세 전문기구도 소득파악을 제대로 못해 세무조사며 각종 방법을 동원하는 판국”이라며 “그러지 않아도 변호사, 의사들의 누락소득이 많은데 신고소득을 기준으로 한다면 더 소득파악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누락돼 생기는 재정 부족분은 국가가 세금으로 지원하면 된다”며 “지역가입자 비중이 30%에 불과하고 대체로 가난해 오히려 직장인 부담이 커질텐데 괜찮겠느냐”는 이 소장의 질문에 “부과기준의 일관성만 있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공개변론을 지켜본 한 참관인은 “건보재정 분리도 목적이 아니고 부과체계 일관성을 위해서는 직장인 부담이 늘어도 좋다니 의외”며 “공익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좋은데 스스로 소송의 목적을 부정했다”고 꼬집었다.

건보재정 통합은 지난 2000년 헌재에서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이 난 바 있다.

 

내일신문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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