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Genomic Medicine Institute: 소장 서정선 교수)와 G밸리 소재 기업인 마크로젠 (대표이사 김형태)은 폐암 환자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유전자 변이를 세계 최초로 밝혔냈다고 12월 23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와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김영태 교수) 연구진도 공동 참여했다.

연구팀은 유전적 원인을 알 수 없었던 폐 선암 환자의 유전체분석을 통해 폐 선암의 원인유전자로 KIF5B-RET 융합유전자를 규명했으며, 이에 대한 논문을 유전체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 12월 22일자(미국 현지시간) 온라인판에 게재하였다고 밝혔다(논문명: Fusion of KIF5B and RET transforming gene in lung adenocarcinoma revealed from whole-genome and transcriptome sequencing).

이번 연구결과로 폐 선암의 원인 분자 타겟이 정확히 밝혀짐으로써 폐 선암에 대한 진단 및 밝혀진 원인 유전자를 제어하는 폐암 표적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연구팀은 30대 비흡연자 폐 선암 조직에서 DNA 및 RNA를 추출한 뒤 이를 차세대 서열 분석법을 통해 유전체 변이와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하였다. 이 환자에서는 정상 폐 조직에서는 발현되지 않는 RET 암 유전자의 일부분이 KIF5B 유전자의 일부분과 융합, KIF5B-RET 융합유전자의 비정상적 과발현 및 활성화되어 폐 선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연구팀은 다른 비흡연 폐암환자 2명에서 이 융합유전자를 추가적으로 발견함으로써 이 융합유전자가 상당수 폐암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입증했다. 전체 폐 선암 가운데 약 6% 정도(전 세계적으로 한해 약 4만명 정도에서)는 KIF5B-RET 융합유전자에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염색체의 역위(inversion)에 의해 발생하는 융합유전자는 염색체 검사를 통해 찾아낼 수 있지만 KIF5B-RET 융합유전자의 경우 크기가 매우 작아 이와 같은 검사로는 발견할 수 없고 이번 연구와 같이 차세대 게놈서열 분석법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었다.

서울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 서정선 교수는 “차세대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개인별 암 세포를 분석하여 개인 맞춤형 표적 암 치료를 위한 새로운 원인 유전자 돌연변이를 성공적으로 규명할 수 있었다”며, “차세대 게놈서열 분석법을 이용한 암유발 원인 유전자 발굴이 가속화될 것이며, 개인 맞춤형 항암치료법 개발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덧붙이고, “폐 선암의 원인 유전자가 밝혀진 만큼 이에 대한 표적 항암제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 해 전 세계 폐암 발병자는 약 161만 명으로 이 중 약 86%에 해당하는 약 138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2008년 WHO 기준). 폐 선암은 폐암의 가장 흔한 조직형으로 전체 폐암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흡연, 석면, 전리방사선과 같은 환경적 원인(발암물질)은 정상 폐 세포에서 암 세포를 만드는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현재 폐 선암에서 흔히 발생하는 3대 원인 유전자 돌연변이로 EGFR, KRAS 및 EML4-ALK 유전자의 변이가 잘 알려져 있으며, 폐암 발병자 가운데 60% 가량의 원인은 이들 돌연변이로 설명된다. 하지만 약 40%의 폐 선암에서는 원인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되지 않아 현재로써는 원인 유전자에 따른 치료제 선택 없이 경험적 치료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악성 종양에서 원인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각 돌연변이에 따라 다른 항암치료 방법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적 치료제의 대표적인 예로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글리벡(Gleevec)이 있으며, 폐암 치료제로 EGFR 변이 대상 이레사(Iressa), EML4-ALK 변이 대상 잘코리(Xalkori, 크리조티닙) 표적치료제가 대표적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폐 선암 원인 유전자로 KIF5B-RET 융합유전자가 밝혀짐으로써 폐암 치료를 위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표적 항암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갑상선 암에 사용할 수 있도록 RET에 대한 표적 치료제가 수 종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지만, 폐암에 적용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폐 선암을 대상으로 융합유전자에 대한 표적 치료제의 개발과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시행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연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폐 선암의 6%에 해당하는 한 해 약 4만명 정도의 환자에서 새로운 맞춤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폐 선암에서 4%의 빈도로 발생하는 EML4-ALK 변이를 타겟으로 Pfizer에 의해 개발, 올 8월에 美FDA의 시판승인 받은 잘코리 표적치료제의 경우 연간 50억 달러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보다 높은 빈도로 발견되는 KIF5B-RET 융합유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폐암 치료제의 잠재시장은 이보다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가 주목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첨단 게놈서열 분석기술이 임상 연구에 적용되어 질병의 원인 발견뿐만 아니라 환자의 진단 및 치료방법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한 좋은 사례라는 점이다. 기초연구 및 연구성과를 임상시험에 직접 접목시켜 환자 치료의 가능성을 높이는 이른바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는 최근 바이오 신약개발의 핵심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연구가 질병원인 유전자의 규명에서 치료 방법 선택에 이르기까지 중개연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된다.

또한 이번 연구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악성 종양을 대상으로 차세대 서열 분석을 통해 새로운 돌연변이 발굴 연구 및 개인 맞춤형 항암치료법 개발이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차세대 서열분석 기술을 통한 유전자 분석은 현행 법규 상 ‘의학 연구’에만 적용되지만 암과 같은 생명과 직결된 분야에서 차세대 서열분석 기술의 유용성이 본 연구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 만큼, 실제 임상 진료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될 필요성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 핵심적인 분석기술을 제공한 마크로젠은 올해 7월 RNA 자체 서열변이 연구를 ‘네이처 제네틱스’에 발표한 후, 5개월 만에 이번 연구성과를 ‘게놈 리서치’에 발표하는 쾌거를 달성하는 등 서울대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와 함께 유전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업적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고 있다.

마크로젠은 이번 연구로 폐암에서 발견한 변이 유전자 진단법 및 억제제의폐암 적용에 대해서 국제특허 출원을 마쳤으며, 이 융합유전자에 대한 새로운 억제제 개발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차세대 서열분석 기술을 이용하여 폐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암을 대상으로 진단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원인 유전자 발굴 등 분자 타겟 연구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저작권자 © 넥스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