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동시다발 고졸자 채용 … 고졸인턴 2500명 선발
대기업•금융권 우수인재 ‘싹쓸이’ … 숨어있는 신의 직장 ‘중소 공공기관’ 안절부절
직업전문 ‘마이스터고’ 인기 절정 … 정부 “전문계고 대학진학률 떨어뜨려야” 강조

#”좋은 고졸자들이 많이 지원할지 모르겠다. 인지도가 낮은 공공기관에는 잘 지원하지 않아서 걱정이다.”
20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공공기관 열린채용 정보 박람회’ 상담창구에서 만난 모 중소형공공기관 총무인사팀 김 모씨의 우려다.

그는 “고졸자를 뽑으려고 해도 대부분 특성화고 학생들이 기업은행 등 금융계를 선호하기 때문에 작은 공공기관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질좋은 고졸자 없나.” 모 공공기관 인사팀장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금융권에서 우수한 고졸자 대규모로 뽑아 선점하기 때문에 우수한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마이스터고 등 곧바로 직장으로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고졸자들은 주로 에너지관련 공공기관 등 기술직으로 빠지므로 결국 특성화고에서 뽑아야 하는데 사실 적절한 인재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우수한 고졸자들의 품귀현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바라던 시나리오다. 직업훈련전문고등학교인 마이스터고 등 전문직업학교가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과거 상고나 공고 등을 합한 특성화고에서도 내신이 좋으면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좋은 직장에 취업할 길이 크게 열리게 된다.

 

◆전문계 고등학생도 63%가 대학진학 = 대학진학률이 전반적으로 하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70%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대학진학보다 직장생활을 선택한 전문계고교생들의 대학진학이 60%를 넘어선 상황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고교생의 대학 진학률은 2000년 68.0%에서 2007년에는 82.8%, 2008년에는 83.8%까지 뛰어올랐다가 글로벌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09년과 2010년에는 81.9%, 79.0%로 내려왔다. 올해는 72.5%로 추가로 떨어졌다. 진학률이 큰 폭으로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대학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은 27.5%에 지나지 않았다.

 정부가 걱정하는 것은 전문계 고교의 높은 대학 진학률이다. 일반계(인문계)의 대학진학률은 올해 75.2%로 2008년 87.9%에 비해 12.7%p 내려앉았다. 대학진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계고는 2009년에 가장 높은 73.5%의 대학진학률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63.7%로 10%p 정도의 하락폭을 보였다.

정부는 취업을 위한 전문지식을 쌓은 전문계고 학생들이 대학진학을 과도하게 선호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10명 중 6명이상이 대학에 들어가는 상황이라면 지원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고 이는 고졸취업이 외면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수인재를 잡아라 = 공공기관들 중에선 아직 전형일정이나 방법을 제대로 잡지 못한 곳이 적지 않다. 그러나 대체로 자매결연을 맺은 마이스터고 학생들을 기술직으로 뽑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반계나 특성화고 졸업자 중에서는 ‘학교장 추천’을 요구하고 있다. 내신이 상위권에 있으면서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와야 하는 것이다.

올해 특성화고교 졸업자 50명을 채용한 산업은행의 이인성 채용담당 과장은 “우수한 인재를 뽑기 우해 우선 학교장 추천을 받을 계획이며 필기시험과 면점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석원 LH공사 인사기획부장은 “서유럽의 대학진학률이 40%이하로 장기적으로 볼 때 대학진학률을 낮추는 정부의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 “학교장 추천이나 공개지원 등을 모두 검토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면접은 반드시 봐서 공공기관 직원으로의 사명감이나 품성, 역량을 보겠다”고 설명했다. 석유관리원 황상윤 과장은 “성적 우수자와 수상한 경력이 있는 고졸자 중 학교장 추천을 받을 생각”이라고 밝혔고 김두천 전력거래소 총부인사팀 직원은 “기술직과 회계 쪽에서 인문계나 전문계에서 주로 뽑을 것”이라며 “성적도 좋지만 자격증도 우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년인턴을 잡아라 = 정부는 공공기관 청년인턴 중 고졸자에게 20%를 배정할 생각이다. 공공기관 정규직 채용자 중에서 20%이상은 인턴자중에서 선발된다. 공공기관 평가에 고졸자 채용실적이 포함되므로 사실상 강제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턴경험이 있는 고졸자가 가장 우대받을 전망이다. 내년에는 전체 청년인턴 1만2082명 중 21%인 2519명을 고졸자로 채울 예정이다.

우수인턴은 정규직으로 채용할 때 가점이 부여되거나 서류전형이 면제된다. 정규직 채용인원의 4%이상은 고졸인턴경험자 중에서 뽑도록 했다. 근무기간은 5~12개월이고 급여는 월 80만~110만원으로 단순 사무보조가 아닌 명확한 임무를 부여토록 했다.  


내일신문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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