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의 공주’로 불리는 배우 김소현씨가 왕비(?)가 되어 〈미즈내일〉을 만났다. 지난 12월 4일 데뷔 10년을 맞이한 그녀는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등을 공연하며 뮤지컬계 대표 배우로 자리를 잡았다. 인생의 반려자도 무대에서 찾았다. 요즘 하루하루가 무척 행복하다는 그녀를 만나 알콩달콩 신혼 생활 얘기를 들어보았다. _박선순 기자

 

 

“사랑해요! 크리스틴”
뮤지컬 〈삼총사〉의 서울 막바지 공연과 연말이라 음악회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뮤지컬 배우 김소현(35)씨.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녀 특유의 미소는 모든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신혼 재미부터 묻자 더 환하게 웃는 그녀.

“남편은 2003년에 만났어요. 성악가 김동규 선생님이 제자인 남편을 아들이라고 소개하셔서 몇 번 봤죠. 지난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그 사람이 라울 역을 맡아 다시 만났고요. 종교도 같고, 가정환경도 비슷해서 잘 맞았어요. 처음에는 그저 잘 따르는 후배로만 알았지 결혼은 꿈도 꾸지 않았죠.”

집에서는 김소현씨의 결혼을 서두르던 시기라 소개도 받곤 했는데, 어느 날 그 장소에 남편 손준호씨가 나타났다. 사실 손준호씨는 그 전부터 소현씨에게 꽤 많이 구애했다. 매일 ‘사랑해요! 크리스틴(〈오페라의 유령〉에서 김씨가 맡은 배역)’이라 적힌 초콜릿을 주었고, 입버릇처럼 자기랑 결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가 심각해지니까 저도 모르게 피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남편의 진정성을 알고 나니 고맙고, 제 마음도 어느새 그 사람에게 가 있는 걸 발견했어요. 저는 조금 팔랑거리는 성격인데, 남편은 듬직해요. 남의 말에 상처를 잘 받는 저와 달리, 남편은 통이 큰 편이고요. 무엇보다 안정적인 사람이라 제가 기댈 수 있어요.”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저 ‘인간미’에 반해서 결혼했다는 소현씨. 그녀는 지금 무척 행복하다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 결혼
결혼하고 나니 많은 것이 변했다. 혼자 해내야 하는 일도 많아져 부담감도 크지만, 옆에서 늘 묵묵히 도와주시는 시부모님 덕분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식성도 비슷하고, 하는 일도 같아서 공감대 형성이 잘되는 부부는 서로 높임말을 쓴다. 연하 남편이지만 존경할 점이 많기도 하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예술가 부부다 보니 서로 예민할 때도 있지만, 그 점도 잘 이해하는 편이라고. 끊임없이 남편을 자랑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보이는 소현씨.

김씨 부부의 가장 큰 소원은 따뜻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거다. 그리고 신혼부부에게 빼놓을 수 없는 2세 계획.

“셋 정도 계획 중이에요. 하하. 저희 부모님처럼 사랑으로 자녀를 감싸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어요. 남편이 자상한 편이라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아요. 내년이 60년 만에 돌아오는 흑룡해라는데, 꼭 건강하고 예쁜 아이를 낳고 싶어요.”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해 표현하고 싶어
김소현씨의 어머니는 성악가 출신이다. 그녀가 태어나는 순간에도 어머니는 독창회를 하고 있었다고. 어쩌면 태어나면서부터 성악가가 꿈이었을지 모른다는 그녀는 사실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싶었다. 뒤늦게 성악의 매력에 빠져 오페라 가수를 꿈꾸며 유학을 계획하던 중,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 기회가 찾아왔다. ‘크리스틴’ 역을 뽑는데 노래도, 내용도 모른 채 용감하게 도전했다고. 우연히 도전한 오디션이 그녀의 인생을 확 바꾸는 계기가 될 줄 누가 알았으랴. 뮤지컬을 본 적도, 관심도 없던 그녀는 이후 뮤지컬계의 헤로인을 꿈꾼다.

“공주라는 별명은 아마 크리스틴으로 데뷔했을 때의 이미지 때문일 겁니다. 이후 나름 변신도 했는데, 작품 자체가 흥행이 안 된 경우도 있거든요. 〈오페라의 유령〉으로 데뷔해서 올해 그 작품으로 동일한 역할에 캐스팅되고, 남편도 만났으니 고마울 뿐이죠.”

세상을 넓은 시각으로 봐야 하는데 한곳만 보고 달려온 것 같아 아쉽다는 소현씨. 배우로서도 다채로운 삶을 경험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여유를 갖기로 했다. 이제 같이 다닐 수 있는 사람이 생겼으니 여행도 계획한다고. 목적지는 유럽. 그녀는 유럽의 정통 공연을 본 적도 없다고 살짝 고백한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겸손함을 잃지 않고, 그 진정성이 무대에서 더 빛나는 배우 김소현씨. 그녀는 우리 마음속에 영원한 공주가 될 듯싶다. 예쁜 아기 소식이 빨리 날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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