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자격 완화, 육성기업 늘여야”

제조업을 하는 A사는 지난해 ‘월드클래스 300 프로젝트’에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히든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이 A사를 국내 대표적인 히든챔피언으로 꼽았지만 신청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사업 초기 집중 투자로 기술력을 갖춘 후 최근 공정개선에 힘쓰고 있는데 공정개선 비용은 R&D비용에 포함되지 않아 R&D투자비율 조건을 맞추지 못했고, 매출액증가율 조건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아 15%를 넘지 못해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며 “개별 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신청요건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6일 ‘월드클래스 300 프로젝트 개선과제’ 건의문을 국회와 지식경제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우선 건의문을 통해 사업신청 자격기준을 완화해 줄 것을 주장했다.

작년 프로젝트의 신청 자격은 제조업, SW개발업, SI, 컴퓨터 프로그래밍 업종으로 기업 규모는 매출액 4백억원~1조원 미만, 3년간 R&D 투자비중이 2% 이상이거나 5년간 연평균 매출증가율이 15% 이상인 기업이다.

대한상의는 R&D 투자비중은 전기전자 6.4%, 석유화학 1.7% 등 산업별로 차이가 크고 기업사정에 따라 R&D 집중투자 시점도 다양한데 이를 일률적인 기준으로 신청자격을 제한하기보다는 산업별로 차별화하거나 요건을 완화하는 등 탄력적 운용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건의문은 5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 15% 기준도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당분간 저성장 기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이 같은 기준을 맞출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매출증가율 기준을 전체 기업 평균 이상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선정 대상기업 수도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건의문은 “현재 정부는 2016년까지 300개 유망 중소•중견기업을 선정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세계적인 중견기업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이보다 많은 기업이 선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전문 중견기업으로 일컬어지는 ‘히든챔피언’ 기업은 독일 약 1200개사, 미국 300~500개사로 추정되며, 국내는 약 25개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정기업에 지원되는 프로그램도 기업의 실질적인 필요에 부합하고 정책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R&D자금 지원규모 확대 △해외전문인력 채용 지원범위 확대 △우수인력 확보를 위한 공동 채용박람회 개최 △전문컨설팅 지원 등 보완책을 건의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투자, 일자리 창출 등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중소•중견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며 “촉망받는 기업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체감 가능한 지원을 해줘야 육성사업으로서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진 기자 fri@gamta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