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선거 앞두고 레임덕•정권교체 가능성 등 불확실성 확산
선거악재로 올 설비투자 축소 예상 … 성장률 3%대도 위협

20년 만에 같은 해에 치러지는 총선과 대선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대마저 위협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선거를 앞두고 실제로 이뤄질 지마저 가늠하기 어려운 경제공약이 쏟아지는 데다 대통령 레임덕과 정권교체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확산되면서 설비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소비를 위축시켜 성장률을 끌어내린다는 얘기다.

13일 한국경제연구원은 86년 이후 5번의 대통령 직선제가 있었던 해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대통령 선거가 직선제로 치러지기 시작한 1987년 13대부터 5번의 선거기간 중 설비투자증가율이 전체 평균보다 연 3.7%p 낮았다.

분기별로 보면 선거가 치러진 해의 1분기 설비투자증가율은 9.3%로 1986~2011년의 전체 평균과 같았지만 2분기엔 설비투자 위축이 본격적으로 나타나 0.1%p 낮은 9.5%를 기록했다.

3분기에는 4.4%를 기록하며 전체기간 평균 10.7%보다 6.3%p나 떨어졌고 4분기에는 설비투자증가율이 8.5%p나 낮은 1.7%에 그쳤다. 분기평균으로는 3.7%p 낮았다. 총선은 설비투자 등 경제 거시변수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와 겹친 대선, 정권교체와 만나다 = 경제위기와 겹친 대선은 정권교체 가능성과 맞물려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

문민정부로 들어선 92년 14대 대선때는 설비투자증가율이 1분기와 2분기에 11.3%, 5.0%로 급격하게 낮아지더니 3분기와 4분기엔 1.9%, 6.4% 줄었다.

1997년에 시작한 환란은 ‘경제대통령’을 내건 김대중 야당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며 첫 번째 정권교체를 만들어냈다.

이미 경제위기 조짐을 보이며 1분기와 2분기에 설비투자가 4.8%, 3.6% 늘어나는 데 그쳤고 3분기에는 11.3%, 4분기에는 25.9%나 축소됐다.

카드대란 여파가 꺼지자마자 2002년 노무현 정부로 이양됐으며 1분기와 2분기에 2.6%, 7.7% 증가에 그쳤던 설비투자가 3분기와 4분기엔 9.8%, 9.1% 증가하면서 평균치에 근접했다.

10년간의 진보정부에서 보수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2007년에도 12.6%, 13.0%였던 설비투자증가율이 3분기와 4분기엔 각각 4.0%, 8.0% 늘어나는 데 그쳐 ‘선거징크스’를 보여줬다.


 
◆장기간 경제위기와 겹친 올해 = 2008년 9월 글로벌금융위기가 터진지 4년째로 접어들었다. 2010년 ‘위기극복 선언’을 한 이후 유럽재정위기로 옮겨가면서 올해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과 대선을 같이 치른다는 점에서 92년 16대 대선, 위기 중 선거를 치른다는 점에서 97년 15대 대선과 엇비슷하며 정권교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15대와 17대 대선과도 맞물려 있다.

92년, 97년, 2007년 상황이 모두 합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올해는 예년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설비투자 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나 나빠질까 = 한국경제연구원은 대선이 설비투자 증가율을 약 3%p 줄여 마이너스로 전환시킬 것으로 봤다. 또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도 각각 0.2%p, 0.1%p 떨어뜨릴 전망이다.

수출과 수입 증가율도 0.1%p, 0.4%p 줄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21억달러나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GDP성장률을 0.2%p나 끌어내리게 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0월에 예상했던 올해 예상경제성장률 3.5%에서 0.3%p 낮은 3.2%로 제시했으며 대선의 영향으로 0.2%p 낮아지면 3.0%로 떨어지게 된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귀원은 “총선 대선을 앞두고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법인세 인상, 재벌세 도입,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 자주회사 요건 강화 등 경영환경의 급변을 예고하는 정책이 난무한 상황”이라며 “선거결과에 따라 기업들은 지금까지의 사업방향이나 두상을 수정할 수밖에 없고 여러 측면에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투자할 수가 없다”면서 “대기업들이 올 투자증대를 약속했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내일신문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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