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10년 넘게 밀월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이명박정부 이후 막말을 주고받는 갈등 양상을 보였다. 양자 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까지 끌어올린 이명박 대통령은 서운하고 억울하겠지만 여야 차기주자들은 앞다퉈 ‘수교 후 최악’이라는 낙인을 찍고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 한국은 미국이라는 포기할 수 없는 동맹국과 각각 양국관계보다 상위의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이 충돌할 경우 한중관계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후 진행과정은 한중관계의 외교적 딜레마가 어떻게 표출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한미동맹에 갇혀 남북관계와 한중관계를 잘 관리하지 못한 이명박정부 일변도 외교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중국 수출 호황도 ‘봄날은 간다~’
차기 여야 대권후보가 한중관계에서 보다 많은 관심을 둬야할 곳은 외교안보분야 뿐만 아니라 경제이다.

2010년 3월 일본 대지진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철강, 자동차, 조선주를 대량 매수했다. 일본기업이 어려워지는 대신 한국 기업의 중국 수출이 호황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의 석유화학, 조선, 기계, 철강, 자동차산업은 중국 수출 호황을 만끽했다. 지난해 한국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이다. 1992년 수교 당시 7500달러이던 1인당 GDP가 2만 달러를 넘어선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그런데 우리 기업과 정부는 중국 시장의 근본적 변화에 둔감한 것 같다. 중국은 ‘12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지난해부터 2015년까지 신에너지, 전기자동차, 신소재, 에너지절약과 환경보호, 차세대 IT(정보통신), 바이오, 첨단장비 제조 등 ‘7대 성장산업’에 2015년까지 10조 위안(18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한국정부 예산이 325조4000억 원이니 매년 한국 정부예산만큼 자금이 집행된다.

이들 산업은 누구도 세계에서 확고부동한 1위를 선점하지 못한 상태라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다. 중국은 미국과 EU국가들이 재정적자와 금융시장 위축으로 발이 묶인 상황에서 세계 최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대규모 정부 보조금을 무기 삼아 이들 산업을 5년 내에 세계 1위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은 12차 5개년 계획을 면밀히 살펴보면 중국이 주력할 미래 5년 성장산업에 굴뚝산업은 없다. 현재 한국에서 잘나가는 철강, 화학, 조선, 자동차, 핸드폰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들 산업이 일본 대지진과 중국의 수입 확대로 일시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그 기간은 길어야 3~5년이다.


 
4대강 삽질하는 ‘굴뚝형 리더’에서 ‘스마트형 리더’로
중국은 전기자동차에 202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한다. 한국은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에 2년이나 뒤졌다. 태양전지산업도 중국기업들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세계 10위권 기업 중 4개나 포함되어 있다. 21세기 고부가치 첨단산업의 핵심인 희토류는 전 세계 생산량의 95%를 차지한다. 중국의 희토류 정련기술은 미국보다 10년 앞서 있다. 한국은 중국의 굴뚝산업에 중간재를 납품하면서 엄청난 특수를 누렸다. 이제 그 특수가 막을 내리고 있다.

차기 지도자는 4대강 삽질에 수십조원을 쏟아붓는 ‘굴뚝형 리더’가 아니라 ‘스마트형 리더’가 되어야 한다. 중국 7대 성장산업에 중간재를 납품할 수 있는 제3세대 수출업종을 육성하는 안목과 외교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한국은 현재의 중국 특수를 5~10년 후에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내일신문  김/기/수 국제통일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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