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제품 ‘오토캐드’와 대등한 성능, 가격은 5분의1
“기술본위 시장에 절대강자는 없어, 장인정신으로 승부해야”

 
 
가산동 서울디지털3단지 대륭테크노파크3차에 있는 (주)인텔리코리아(대표 박승훈 www. cadian.com)는 국산 캐드 소프트웨어 ‘CADian’ 개발 업체. 현재 2012년판 출시를 앞두고 눈코뜰새 없이 바쁜 이 회사는 지난 1998년 제품 출시후 14년 동안 해마다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박승훈 대표를 비롯한 회사 임직원들은 지독한 ‘장인정신’으로 외국산 제품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캐드 소프트웨어 시장 환경에서도 국산 소프트웨어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외국산 소프트웨어인 ‘오토캐드(Auto CAD)’에도 뒤지지 않을 품질로 시장에서 승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공공기관을 비롯해 시장에서 우리 제품을 알아주고 구매처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박대표는 캐드(CAD) 소프트웨어로는 국내 대표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우물만 파는 기술 장인정신
이 회사가 제품을 처음 출시할 당시엔 삼성전자의 유니캐드를 비롯해 국내 캐드 소프트웨어가 여럿 있었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오토캐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점차 경쟁력을 잃고 대부분 업체가 제품을 포기하고 사업을 철수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오토캐드’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박대표도 국산 캐드 소프트웨어를 내놓자 주변에서 만류했다. 소프트웨어 특성상 사용자가 이미 손에 익숙한 제품을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시장은 이미 ‘오토캐드’가 장악한 상태. 박대표는 뚝심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직원들도 따라와 줬다. 오토캐드가 이미 장악한 시장이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는 더 많다고 판단했다.

“기술본위 시장에서 절대 독점이란 없습니다. 또한 시장 환경만 따진다면 국내 중소 IT 기업이 할 수 있는 사업은 없습니다. 뚝심과 함께 임직원이 하나 되어 뚫고 나가는 강한 승부욕이 중요합니다” 박대표는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진행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국산 캐드 소프트웨어 제품인 ‘캐디안’ 출시후 박대표는 오토캐드와 호환성을 높이고 평가판 무료 배포 등 마케팅을 강화했다. 제품 가격을 오토캐드보다 약 5분의 1수준(90만원)으로 책정하고 연간 업그레이드 비용도 대폭 내려  사용자 부담을 낮췄다. 또 해마다 품질을 업그레이드해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늘려 나갔다. 동시에 실시간 A/S 등을 강화하자 여러 곳에서 제품 구매문의가 늘기 시작했다.

특히, 전국 315개 실업계 고등학교에는 무상으로 정품을 기증했으며 전국 교육청을 찾아 다니며 캐드교육의 중요성을 설득했다. 그 결과 경북의 중학교 대부분이 캐드 특활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2002년부터 경북교육청과 중학생 대상 ‘캐디안 경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 조달품으로 등록해 공공기관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서울시청을 비롯한 행정기관과 한국전력, 한국철도공사,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여러 공공 기관에서 캐디안을 사용하고 있다.

 

국산 소프트웨어 많이 사용해야 경쟁력도 높아
캐디안에서 사용하는 산업부문별 응용 소프트웨어도 늘고있다. 건축 설계분야에 캐디안 아치(ARCH), 캐디안 피라미드가 있으며 토목/지도에 사용하는 캐디안 파워 맵을 비롯해 금형, 인테리어, 전기, 설비 등 12개 산업분야에 걸쳐 20여 종 이상의 응용 프로그램이 나와 있다.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2004년에는 인도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엔진 개발과 업그레이드, QA 개발를 적극 나서고 있다. 그결과 2007년부터 지금까지 14개국 언어로 현지화해 129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는 세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오토캐드와 겨뤄 나갈 예정이다.

박대표의 뚝심은 정부에서도 알아줬다. 지난 2000년에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2009년에 지식경제부 장관상과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ERP 부문을 제외하고 대부분 고사 상태입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많이 사용해 줘야 합니다. 민간기업은 특성상 쉽게 바꾸기 힘듭니다. 우선 공공기관이 국산 소프트웨어를 많이 채택해야 기술력도 올라가고 품질도 향상됩니다”

박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게임처럼 소위 돈되는 곳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소프트웨어들을 만들 수 있도록 공공기관에서 먼저 많이 채택할 것을 주문했다. 제품 구매만한 지원도 없기 때문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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