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은 누구나 한번쯤 겪을 수 있는 증상이다. 때문에 어지럼증 자체를 질환으로 인식하지 않거나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지럼증은 대부분 피로나 영양 부족, 빈혈 등이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오산. 어지럼증 환자의 15% 정도는 뇌졸중이나 뇌종양 등 치명적인 중추신경계 질환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지럼증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Q&A로 풀어본다.
취재 박미경 리포터 rose4555@hanmal.net  도움말 박지현 과장(세란병원 뇌신경센터 어지럼증클리닉)·이승남 원장(베스트클리닉) 

 

 
Reader’s Letter
Case 1  조수민(43·서울 노원구 중계동)씨는 수년째 어지럼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초기에는 빈혈로 오인해 철분제를 먹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몸에 좋다는 영양제는 물론 어지럼증에 좋다는 보약까지 먹어도 마찬가지. 결국 어지럼증 클리닉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은 조씨는 편두통이 원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Case 2  김희영(51·서울 마포구 공덕동)씨는 며칠 전부터 갑자기 어지러웠다. 앉았다 일어설 때는 물론이고 가만히 서 있는데도 머리가 핑 돌고, 걸어 다닐 때는 자꾸만 한쪽으로  쏠리는 증상이 나타난 것.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어지럼증은 도무지 가시지 않고, 오히려 증세가 심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은 김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뇌졸중.

 

Q1. 어지럼증은 왜 생길까?
흔히 ‘어지럽다’고 표현되는 증상은 인체의 균형 감각에 문제를 일으킨다. 의식하지 못하지만 매일 걷고 일어나며 지하철이 흔들릴 때 순간적으로 중심을 잡는 것은 우리 몸의 많은 기관이 통합적·복합적으로 신속하게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작용하기 때문. 인체의 균형은 귓속의 전정기관이 담당하며, 다양한 감각기관과 뇌신경·근육·말초신경·골격계가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균형을 유지한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 중에서  일부 기관이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어지럼증이 나타나고, 동작에 문제가 생기는 것.

어지럼증은 크게 심인성 어지럼증(단순한 어지럼증)과 전정신경계 중에서 말초 평형 신경에 문제로 생기는 말초성 어지럼증, 중추신경인 뇌신경계 이상으로 나타나는 중추성 어지럼증으로 나뉜다. 뇌신경 이상에 따른 어지럼증은 뇌졸중의 전조증상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세란병원 뇌신경센터 어지럼증클리닉 박지현과장은 “60% 정도의 어지럼증은 말초 전정신경과 청신경 옆에 붙어 있는 세반고리관의 이상으로 발생한다. 이런 말초성 어지럼증은 중년 이후에 많이 발생하지만, 젊은 나이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전한다.

 

Q2. 어지럼증의 증상은?
네덜란드의 화가 반 고흐는 한쪽 귀가 잘린 자화상으로도 유명하다. 몇몇 학자들은 반 고흐가 어지럼증을 견디지 못해 귀를 잘랐다고 주장한다. 반 고흐가 앓았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병은 ‘메니에르’. 귓 속에 림프액이 차올라 평형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병으로, 우리나라에서 7만여 명이 앓고 있다고. 어지럼증은 현훈증(vertigo)이라고 하는 증상인데, 현훈증은 주변이 빙빙 돌아가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하는 심한 어지러움 현상을 말한다. 이에 비해 균형 장애(disequilibrium)라고 하는 경우는 실제로 어지럽지 않는데도 신경계의 장애로 중심을 잡지 못해서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다. 

그 외 단순한 어지럼증(dizziness)으로는 보통 우리가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다이어트, 과로, 스트레스) 느끼는 가벼운 현기증으로 증상이 일시적이고 짧게 지속되며, 원인이 없어지면 어지러움도 사라진다.

 

Q3.어지럼증은 빈혈 때문이다?
어지럼증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는 증상. 대다수 사람들은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빈혈이나 혈액순환 장애로 여긴다. 하지만 일반적인 빈혈은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실제 빈혈이 어지러움을 유발하려면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 수준인 12〜16mg/dl보다 훨씬 낮은 7mg/dl정도까지 내려가야 한다. 이는 급성 출혈이나 중증 질환이 있을 때 보이는 수치. 따라서 일상적으로 느끼는 어지럼증은 대부분 빈혈과 무관하다고 봐도 된다. 신경과 전문의들의 말에 따르면 고질적인 어지럼증에 시달리면서도 빈혈 탓일 거라는 자가 진단으로 오랫동안 빈혈 약만 복용하다 증상이 악화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이에 대해 박지현 과장은 “어지럼증은 빈혈이 아닌 다양한 신경계의 문제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지럽다는 것은 분명 우리 몸의 이상신호인 만큼 증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Q4. 어지럼증의 치료는?
전정성 편두통에는 편두통을 일으키는 뇌간의 신경전달물질의 상태를 안정시키는 약물 요법이 쓰이고, 뇌졸중에 따른 어지럼증은 혈전 용해제와 혈소판 억제제를 투여하여 뇌졸중을 치료하는 약물 요법이 진행된다.

돌발성 현훈증은 원인이 되는 세반고리관의 해부학적 위치에 맞게 머리와 몸을 회전시켜 세반고리관 내의 이석을 원래 위치로 돌려 놓는 이석 정복요법으로 치료한다.

균형 감각 회복 치료는 난치성 어지럼증 환자를 위해 개별적으로 맞춰진 치료 시스템으로, 어지럼증의 원인이 되는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을 훈련함으로써 중추신경의 통합 기능을 강화하는 치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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