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티 없이 희고 고운 피부를 선호하는 여자들의 피부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필사적이다. 구릿빛 피부가 당연할 것 같은 인도에서조차 미백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니 희고 고운 피부에 대한 열망은 성별과 지역을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자외선은 억울하다. 자외선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상품 광고와 자외선 차단이 목적인 화장품과 선글라스 등으로 인해 찬밥 신세가 됐으니 말이다. 자외선은 무조건 해롭다는 생각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자외선의 해명(?)에 귀 기울여보자. 의외로 유용한 자외선의 진실을 들여다봤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도움말 최희정 교수(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박형무 교수(중앙대학교병원 산부인과)

 

 

truth1. 기미, 잡티의 주범 vs 비타민 D 합성의 원천
자외선, 뭘 잘못했기에 이리 설움을 받는 걸까. 자외선에 대해 가장 부각된 부분은 ‘피부의 적’이라는 사실. 햇볕을 쬐었을 때 피부에 나타나는 두 가지 변화는 피부가 붉어지는 홍반과 검게 그을리는 색소침착. 자외선 파장 때문에 멜라닌 색소가 증가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부가 얇아지면서 주름이 늘고 거칠어지며 노화가 촉진된다.

그렇다면 자외선이 무조건 나쁜 걸까.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자외선의 또 다른 역할은 비타민 D 합성이다.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 D는 대부분 자외선을 받아 피부에서 합성되어 쓰인다. 이 대목에서 생겨나는 궁금증 하나. 자외선에 어느 정도 노출되어야 적정량의 비타민 D를 얻을 수 있을까.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최희정 교수는 “질환이 없는 한 하루 15~20분, 주 3회 이상 일광욕만으로도 비타민 D를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며 “자외선에 노출될 기회가 적은 늦가을부터 초봄까지를 뺀 나머지 계절에는 특별히 비타민 D 보충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truth2. 예뻐지고 싶다? 햇볕을 쬐라
모든 파장의 광선을 한꺼번에 쬘 수 있다면 보다 효율적이지 않을까. 해답은 숲에 있다. 숲은 종합비타민제를 먹는 것처럼 다양한 햇볕을 만날 수 있는 곳. 숲 속 햇볕은 나뭇잎이나 줄기 등에 반사되어 비치는 간접 햇볕이기 때문에 피부 노화나 피부암을 유발하지 않는다. 건강을 위해 햇볕에 노출될 각오가 됐다면 이제 그 방법을 알아보자. 전신을 햇볕에 노출시하는 일광욕이 아니라는 걸 감안하면 피부 타입과 피부 노출 면적, 위도, 고도, 날씨나계절, 나이, 비만, 야외 활동과 같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비타민 D가 만들어지는 양이 달라진다. 이런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일정 시간 이상 햇볕에 노출하는 것은 건강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손해다.

일반적으로 일광욕을 하기에 적합한 시간은 오전 10시~ 오후 2시. 한여름에는 오전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골프장이나 해변에서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되어야 할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상태에서 15분 정도 햇볕을 쬐는 것이 포인트. 이후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 과도한 일광으로 화상을 입거나 피부에 주름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

 

truth3. 자외선과 비타민 D, 그 은밀한 관계
학창 시절 ‘비타민 D 부족 = 구루병’을 읊조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비타민 D는 뼈 건강과 연관이 깊은데, 장에서 칼슘의 흡수를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어린이는 구루병이나 골연화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노인은 골다공증이 생긴다.

특히 폐경기 여성은 자외선을 통한 비타민 D 합성이 더욱 중요하다. 중앙대학교 산부인과 박형무 교수는 “골다공증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폐경 뒤 모든 여성은 칼슘과 비타민 D를 보충해야 한다”며 “적절한 체중 부하 운동과 근력 강화 운동, 금연,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하루에 칼슘은 1천200mg, 비타민 D는 800 IU를 권장한다”고 조언한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근골격계뿐 아니라 혈압 상승, 심부전 등의 심혈관 질환, 당 대사와 관련된 당뇨, 면역 조절 작용과 자가 면역 질환 가능성을 높이고, 암 발병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오랫동안 햇볕을 쬐지 못하면 우울증에 걸린다거나 소아천식과 아토피 등 알레르기질환, 뇌종양, 간질 등과 자외선의 연관성에 대해선 의학계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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