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는 그야말로 드라마다. 선거 때는 더 그렇다. 정권 말기에는 더 극적인 성격을 띤다. 또 항상 청와대가 등장한다.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인 사찰의 ‘몸통’은 자신이라고 자백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민간인 사찰을 해서는 안되는데도 말이다. 2년 전 일이 뒤늦게 터진 것이다.

 

권력이라는 아편주사 맞고 거만해져
이영호 고용노동비서관은 공무원 출신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노동자은행을 본뜬 평화은행의 노조위원장이었다. 외환위기 때 이 은행이 없어진 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서 조직부장으로 일했던 사람이다.

그가 정기적으로 사찰보고를 받고 증거 자료의 파기와 인멸을 지시할만큼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 것은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때 한국노총의 지원을 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 역시 영포라인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이영호 비서관과 이인규 등 노동부 관리들은 친했을 것이다.

이것이 청와대 난맥상의 시작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국무총리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지휘와 통제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찰과 전혀 관련이 없는 고용노사비서관실이 정보를 독점했으니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꿴 것이다.

민정수석실이나 국무총리가 보고를 못 받았다면 누가 보고를 받았을까. 그의 윗선인 정책실장이나 비서실장이 보고를 받았을까. 상식적으로 공무원사찰의 통보나 보고는 민정수석실로부터 받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쯤 되면 답은 나와 있다. 비선으로 대통령에게 보고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추락한 자신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몸통 위의 머리를 밝혀야 국민들은 납득할 것이다. 

그가 기자회견하는 장면을 보면서도 아직도 권력의 잔재가 남아 있어 더 어려운 처지로 빠져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청와대라는 권력이 그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든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의회권력을 향해 치닫는 수많은 후보 중에서 지금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은 전 민주당의 박주선 의원과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대표일 것이다.

박주선 의원은 민주당이 자랑하는 사법고시 1등의 율사 출신 3선의원이고 이정희 대표는 새 세대의 맑은 진보적 율사 출신 초선의원이다.

이들은 법적으로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정치적으로 도덕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민주 진보 진영의 가장 큰 힘은 도덕성이다. 도덕성이 훼손되면 정치적으로 갈수록 어려워진다.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솔직함과 섬김이라는 알맹이만 남아야
왜 이들이 이렇게 되었을까. 역시 권력을 지나치게 쫓았기 때문이 아닐까. 민주주의는 목적의 정당성은 물론 절차에 있어서도 합법적이고 정당해야 발현된다. 일부 민주 진보 진영에도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낡은 마키아벨리식 사고가 남아 있다. 이런 사고가 선거판을 흐리고 있다.

시대는 바뀌고 있다. 21세기는 권력이라는 껍데기가 사라지는 시대이다. 권력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시대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당선만 탐하고 권력만 추구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곧 껍데기가 될 것이다. 자신이 왜 그렇게 되는지도 모른 채 어려움이 점점 커지면서 결국 역사의 장에서 사라져 갈 것이다.

이제 권력이라는 껍데기는 가고 솔직함과 섬김이라는 알맹이만 남아야 한다.

 

내일신문  장/명/국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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