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 재기중기개발원서 ‘간담회’ 열어 … “실패도 사회적 자산, 사회편견 개선해야”

 
#1 연매출 100억원대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이대규(54)씨는 회사 부도로 죄책감과 좌절감으로 1년간 술로 지냈다. 28년간 청춘을 바쳐 일궈놓은 회사였기에 부도는 그의 건강을 악화시켰고, 고혈압까지 생겨 약에 의존하는 생활이 지속됐다. 그런 그가 최근 고혈압 약을 끊고 다시 재창업에 도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죽도에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용기를 얻어 매출 1000억원에 100년 이상 가는 환경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지난 1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업은 성공과 실패의 결과가 극명하게 갈린다. 실패하면 ‘사기꾼’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창업자들은 실패로 인한 주변의 평가를 가장 무섭다고 한다.

사업에 실패했던 이들이 재기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 건 경남 통영시 통영항에서 배로 60분 거리에 있는 죽도라는 섬을 찾으면서부터다.

이곳에는 (재)재기중소기업개발원 죽도연수원이 있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은 부산시 소재 MS Corp 전원태(63) 회장이 사재 3억원을 출연해 2011년 8월 설립한 국내 최초의 실패기업인 재기교육기관이다.

중소기업청(청장 송종호)은 지난달 30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이곳에서 ‘소통의 장’을 열었다. 창업붐과 기업가정신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실패기업의 재기환경 조성과 사회적 인식개선이 필요해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서다.

당초 예정시간인 2시간을 넘겨 열띤 분위기속에 진행된 소통의 장에서는 연수원 교육생들이 생생한 경험을 털어 놓았다.

코스닥 등록 목전까지 갔다 결국 자신을 포함한 가족과 임직원 모두 길거리로 나앉았다는 K씨, 12년 사업을 하다 5년 전 부도가 나 방황의 끝에서 이곳을 찾았다는 C씨, 부모한테 물려받은 제약회사가 옆 회사의 화재로 전소돼 결국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는 B씨 등 이들의 사연은 구구절절했다.

김정엽(51)씨는 “신용이 회복되더라도 금융채무불이행자 기록이 남아 있어 금융기관, 보증기관으로부터 자금이나 보증 받기가 사실상 곤란하다”고 하소연했다.

조 모씨는 “세금체납자의 경우 수익금이 생기면 즉시 추징되어 재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한 두 번의 실패를 사회적 자산이라고 보기 보다는 영원한 실패자라고 보는 사회적 편견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송종호 청장은 “연수생들의 목소리는 큰 의미가 있는 만큼 관련 이곳에서 나온 내용을 기관들과 긴밀히 협의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연수생들은 “많은 분노를 갖고 이곳에 와 자아성찰과 명상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게 됐다”면서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다짐했다.

성주용(44)씨는 “죽도연수원에 서 마음을 다독이며 지냈다”며 “연수원 기본이념인 허밀청원(虛密淸圓:묵은 마음을 비워 맑고 둥근 마음만 가득 채워가는 곳)을 되새기며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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