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아 미안해~”
이번 호는 아마존의 파카야 사미리아 국립공원으로 떠납니다. 파카야 사미리아 국립공원은 페루 최대의 국립공원으로, 208만 ha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합니다. 호수 85개에 분홍 돌고래를 포함한 물고기 250종이 서식 중인 자연의 보고입니다. 이키토스에서는 다양한 아마존 정글 투어를 떠날 수 있는데요, 그중 아마존의 정글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투어 중 하나가 파카야 사마리아 국립공원 투어입니다. 대신 자연 상태 그대로니 투어는 좀더 힘들 수밖에 없죠. 아마존 우림으로 향하는 모험! 파카야 사미리아 국립공원으로 떠나보실까요. 글·사진 써니(여행 작가)‘뿌까뿌까’를 타고 피라니아 익스플로어로!
이키토스에 도착한 다음 날 아마존 정글 투어를 떠났다. 목적지는 파카야 사마리아 국립공원이다. 이키토스에서 두 시간을 달려 나우타라는 소도시에 도착, 그곳에서 다시 보트로 한 시간을 가야 파카야 사마리아 국립공원에 도착할 수 있다. 가이드는 그 보트를 ‘뿌까뿌까’라고 불렀다. 모터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붙은 이름인데, 느린 게 흠이지만 귀여운 구석도 있다.
강을 따라 몇 시간을 흘러갔을까, 강기슭에 보트를 대고 30분 정도 걸어 들어가니 정글 속의 스위트 홈(?) ‘로지’가 나타났다. 규모도 깔끔함도 마음에 쏙 든다. 국립공원 안의 로지인지라 공원 경비원이 머무르며 여행객의 안전을 보장한다.
그런데 로지의 이름이 ‘피라니아 익스플로어’다. 바로 앞의 호수에 식인물고기 피라니아가 살고 있어 붙은 별칭이란다. 흠~그날 밤 아름다운 호수에서 섹시하고 무시무시한 피라니아 류의 공포 영화 장면을 은근히 기대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어진 3박 4일도 평화로운 로지 그 자체였을 뿐.
아마존의 마스코트 분홍 돌고래
정글 투어는 로지 주변의 숲과 아마존강의 시작점에서 아마조네스가 되어 생활하며 분홍 돌고래, 주변 부족, 피라니아 낚시 등을 느껴보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갈라파고스제도가 자연 생태를 그대로 보여주되 관광객을 위한 정리가 잘 된 곳이라면, 아마존 정글 투어는 날것 그대로다. 자연 속으로 한 발 들여놓게 하는 느낌이랄까?
아마존의 마스코트 분홍 돌고래는 뿌까뿌까를 타고 마라뇬강과 우카얄리강이 합쳐지는 아마존강의 시작점에서 만났다. 녀석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물결 사이로 분홍색 등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내 속을 태웠다. 때로는 홀로, 때로는 두셋이서 호기심을 드러내며 모터 소리를 따라 우리 주변을 맴돌기도 했다. 퇴화되어 나타내는 색깔이라지만 아주 예쁜 파스텔 톤의 분홍색이었다. 넓은 강에서 불쑥불쑥 올라오는 돌고래를 눈으로 쫓기도 버거워 끝내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지 못한 것이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분홍 돌고래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피라니아 낚시에 나섰다. 미끼를 낚싯바늘에 끼워 물에 던졌다가 먹이를 무는 신호를 느끼면 낚아 올린다. 이론상으로 아주 간단한 과정이지만, 피라니아가 생각보다 빠르고 신중하다는게 문제다. 두시간 동안 열심히 피라니아에게 밥만 주고 겨우 네 마리를 잡는 것으로 체면을 유지했다. 일진이 나빠 낚시에 걸린 피라니아를 마르틴 아저씨가 솜씨껏 튀겨 저녁 밥상에 올렸는데, 뼈만 많고 기대 이하였다.
성수기인데도 ‘하드코어 투어’여서인지 로지에는 손님이 없었다. 덕분에 꼭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심지어 아마존의 청년 후안은 “보여주고 싶어 잡아왔다”며 본인 키의 한 배 반은 훌쩍 넘어 보이는 아나콘다를 들고 환하게 웃었다.
나는 아마존을 좀먹는 암세포?
3박 4일 동안 나는 숲 탐험대원이 되었다. 가이드 마르틴 아저씨와 헬퍼 후안이 각각 대장과 부대장이다. 후안은 긴 칼로 작은 나뭇가지들을 잘라 길을 만들고, 곳곳에 숨어 있는 동물이나 곤충을 찾아 우리와 만남을 주선한다. 모든 나무들이 3m 높이 정도까지 색깔이 달랐는데, 우기에 물이 찼던 흔적이다.
하루는 마르틴 아저씨가 다급하게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갔다. 도착해보니 어린 나무늘보가 나무 위에 매달려 있었다. “우와~” 탄성을 지르며 고개를 빼고 나무늘보를 보는데, 후안이 나무늘보를 데려올 테니 기다리라며 말릴 틈도 없이 나무를 타기 시작했다. “쿵” 소리와 함께 내 옆으로 나무늘보가 떨어졌다. 손톱이 긴 나무늘보는 위험해 손으로 잡을 수 없어서 그냥 떨어뜨린 것이다.
나무늘보는 무슨 일이 일어난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무를 안은 포즈 그대로 벌렁 누워 있다. 후안이 나무늘보를 들어 우리에게 보여준 뒤 다시 나무로 무사히 돌려보냈지만, 순간 정글 투어 내내 나의 마음을 누르던 것이 무엇인지 명료해졌다. 나는 아마존의 건강을 좀먹는 암세포가 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