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무렵 따끈한 정보를 입수했다. 집에서 15분 남짓 거리의 용인 상갈동에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 사진을 통해 본 그곳은 감탄이 절로 날 만큼 알록달록 아기자기함 그 자체였다. 직접 다녀온 이들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아 더욱 끌린 곳. 놀이터보다신나고 재미있다는 엄마들의 입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리포터가 직접 다녀왔다.
얘들아, 준비됐니? Let’s Go!

취재·사진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자료 제공 경기도어린이박물관 학예팀

 

 
놀고 싶은 어린이, 다 모여라
매표소 오른편 입구를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1층 오른편 벽에 설치된 커다른 조형물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앞에 설치된 버튼을 천천히 누르니 오르간 소리가 난다. 알고 보니 김동원 작가의 ‘앙상블’이란 조형 작품. 벽면을 가득 메운 거대함만으로도 아이들이 호기심을 보인다.

“엄마 이게 예술작품이에요? 뭐가 이렇게 커요?” “예술 작품인데 왜 그림이 아니에요?”

“얘들아, 예술에 그림만 있는 건 아니야. 이런 조형물도 예술이고 TV 화면 같은 미디어 영상물도 예술이고….”

다소 지루한 엄마의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아이들은 어느새 놀이터로 달려가고 없다. 그래, 예술이란 그렇게 어렵고 어려운 것이란다. 일단 통과! 초등 1학년, 4학년 남매의 발길을 장시간 붙든 곳은 1층 안쪽에 자리한 ‘튼튼 놀이터’. 손과 발로 그립을 잡고 벽을 타고 오르내리는 암벽등반은 특히 남자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공간이다. 그립이 파랑-연두-분홍-빨강 순서로 어려워지기 때문에 난도를 높이며 도전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엄마, 나 꼭 스파이더맨 같지 않아요?” 지난달부터 축구를 시작해 요즘 체력 충전 100%인 래찬이가 암벽 위에서 아슬아슬 포즈를 취한다. 놓치지 않고 찰칵! 렌즈에 담았다.

그 시간 래원이의 혼을 쏙 빼놓은 건 자이언트 시소. 시소의 좌우대칭 원리를 이용해 만든 놀이기구다. ‘받침점과 힘점의 거리가 멀수록 적은 힘으로 무거운 물체를 물어 올릴 수 있다’는 과학적 원리는 안중에도 없이 우리 딸은 마냥 즐겁다.  연령 제한 때문에 아이들이 가보지 못한 ‘자연놀이터’는 유아들의 천국이다. 만 2~4세 영·유아의 발달에 적합한 감각 놀이 공간으로 꾸며졌다.

 

인체 뼈와 함께 뛰뛰빵빵 자전거를 타요
이곳의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2층의 ‘한강과 물’ 전시장에 들어서자, 기다란 강줄기가 우리를 맞는다. 한강을 중심으로 자연환경과 물의 중요성을 알아보는 체험 공간이다. 한강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한강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알 수 있다. 물을 이용해 배와 물레방아를 움직여보고, 한강 물길을 따라 조각배를 움직이는 놀이도 재미있다.

“엄마, 여기서 세수하면 안돼요?”

땀 나고 더울 땐 물놀이만큼 신나는 것도 없다. 어느새 1층 놀이터에서 흘린 아이들의 땀도 쏙 들어갔다. 유난히 많은 아이들이 북적거리는 코너에 시선이 꽂혔다. 구명조끼를 입고 가상으로 요트를 운항해 서해와 한강을 여행하는 체험. 마치 코스를 따라 달리는 자동차 레이싱 오락기 같다. 

어깨 너머로 구경해보니 핸들을 돌리는 방향으로 화면이 움직여 실제로 배를 운항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아이들이 홀딱 반할 만하지만,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아 포기! 하지만 그것 말고도 놀 거리, 볼거리가 많아 아쉬움이 적다.

2층의 또 다른 체험 공간은 어두운 조명 아래 인체의 신비로운 대탐험이 펼쳐지는 ‘우리 몸은 어떻게’ 코너다.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을 탐구해보는 공간이다. 자전거를 탄 뼈 인형으로 다가간 래찬이가 그 옆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돌렸다. 그러자 뼈 인형이 쌍둥이처럼 똑같은 속도와 박자로 페달을 따라 돌린다.

“이 뼈다귀가 나를 따라 하네. 나랑 세트로 자전거를 타요.”

뼈 인형과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머리뼈 등뼈 갈비뼈 다리뼈 팔뼈 손뼈 등 우리 몸을 이루는 200여 개 뼈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음식물이 소화기관을 지나면서 어떻게 되는지, 몸을 빨리 움직일 때 심장은 얼마나 빨리 뛰는지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도록 꾸며졌다.

‘우리 몸은 어떻게’ 체험 전시장 복도 건너편에는 ‘건축 작업 체험장’이 있다. 건축물의 축조 방법을 소개하고, 블록 쌓기와 집 짓기를 직접 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아이들이 직접 쓰고 입을 수 있는 안전모와 안전조끼까지 갖춰져 건축 현장 느낌, 제대로다.

 

상상력과 지혜가 쑥쑥, ‘동화 속 보물찾기’
세계 속의 어린이를 주제로 꾸며진 3층에 올라가니 ‘와~ 예쁘다’ 소리가 절로 난다. 그중 압권은 우리나라 전래 동화를 통해 상상력과 지혜를 터득할 수 있는 ‘동화 속 보물찾기’ 코너. 어디서 본 듯 친근하더라니 EBS 日TV 프로그램에 여러 번 등장한 곳이 바로 여기로구나 싶다.

흥부와 놀부에 등장하는 박을 톱으로 직접 잘라보거나, 도깨비 감투의 영감처럼 투명인간이 되어보는 체험도 재미있다. 선녀와 산신령의 의상을 입어볼 수 있는 코너는 아이들의 포토 존이다.

3층은 ‘동화 속 보물찾기’를 비롯해 ‘에코 아뜰리에’ ‘미니 씨어터’ ‘내친구를 소개합니다’ 등  4개 코너로 구성된다. 우리 남매가 가장 흥미를 보인 곳은 미니씨어터에 있는 예쁜 옷가게다.

“엄마 여기 지퍼 좀 올려주세요. 이거 벗고 저 치마 입어볼래요.”

다양한 의상들이 구비되어 아이들이 직접 입어보고 연극을 하거나 영상물을 관람할 수 있다. 중국의 전통 의상 치파오를 입어보거나, 베트남의 고깔모자 논을 써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경기도어린이박물관 행정팀 강진화(47) 씨는 “자유 관람 시간을 두 시간 기준으로 보고 있지만, 아이들이 체험 공간의 재미에 빠져 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놀이에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박물관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박물관은 고루하고 따분한 곳? No!
신나게 뛰어놀던 아이들을 데리고 찾은 곳은 2층 교육실. 오후 4시부터 열리는 ‘육면체 큐브 데크 만들기’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육면체를 이해하고 육면체를 이용한 공간을 만들어보는 초등 대상 프로그램. 당일 수업 시간 30분 전부터 순번 대기표를 받아 참여할 수 있다. 관람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 프로그램인데다, 25명 정원 선착순이므로 발 빠른 접수는 필수. 5월 셋째·넷째 주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어린이’라는 주제로 ‘한강 에코 시스템’‘여기는 재해대책본부’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큐브 데크 만들기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오후 5시 20분. 배가 고프다는 아이들과 함께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박물관에서 나왔다.

“엄마, 우리가 만든 큐브데크가 이거래요!”

들어갈 땐 몰랐는데 박물관에서 나와 다시 보니 광장에 설치된 벤치(?)가 바로 천대광 작가의 조형 작품 ‘큐브 데크’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큐브데크를 손에 들고 진짜 큐브 데크 작품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박물관에 전시된 예술 작품과 아이들의 체험 교육을 연계한 프로그램 기획이 마음에 쏙 든다.

박물관은 고루하고 따분한 곳이라는 편견을 단번에 날려버린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어른들도 충분히 즐거운 놀이터에 앞으로 종종 올 것 같은 행복한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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