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자연과 하나가 되다

 
남미에서 가장 다양한 풍경을 자랑하는 페루! 이미 소개한 우아라스의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 카하마르카의 잉카 유적, 차차포야스의 프리잉카 문명과 곡타 폭포 등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다채롭습니다. 여기에 수도 리마에서 네시간 거리에는 사막이 펼쳐지죠. 사막에서 만날 수 있는 오아시스는 여행객의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자, 와카치나 사막의 오아시스 마을로 떠나볼까요? 글·사진 써니(여행 작가)

 

아마존강, 안데스산맥 그리고 사막
아마존의 이키토스에서 수도 리마로 돌아오는 네시간 동안 잠시도 창밖의 풍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눈에 보이는 아마존의 강줄기는 장엄함, 그 자체다.

그런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아마존 우림을 벗어나자 안데스산맥이 거대한 자태로 다가오더니, 그 끝자락에서  광활한 사막을 펼쳐 보였다. ‘사막’하면 중동만 떠올리던 나에게 페루의 사막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페루는 심각한 물 부족 국가다. 1년 내내 비가 내리지 않는 지역이 있을 정도다.

오죽하면 5월에 조금 내리는 안개비를 ‘잉카의 눈물’이라 했겠는가? 페루는 세계 최대의 열대 지역으로, 아마존강이 가로질러 흐른다.

하지만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건조한 사막지대가 국토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편중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나누어 쓰지 못하고, 기반 시설이 부족해 물 배급에서도 빈부 격차가 그대로 드러난다.

 

로맨틱한 오아시스 마을의 밤 풍경
오아시스 마을 와카치나에 가기 위해 리마에서 네 시간을 달려 이카에 도착했다. 와카치나는 이카에서 15분 거리지만, 택시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가격 흥정을 하고 택시에 기사가 호스텔 영업을 시작한다. 정해둔 호스텔이 있다고 했더니 태도가 돌변해 흥정한 가격이 1인 요금이니 두 배를 달라고 한다. 헐~ 돈도 아까웠지만 괘씸한 마음에 안 되는 스페인어로 실랑이를 했다. 결국 웃돈을 조금 얹어주고야 와카치나에 내릴 수 있었다.

오아시스 마을의 밤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마을이라야 오아시스를 둘러싸고 있는 건물 몇 개가 전부다. 오아시스에 반사되는 건물의 불빛은 한없이 평화롭고 아련했다. 남미를 여행하면서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 철칙인지라 해가 진 뒤 밖에 돌아다닌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오아시스 마을에서는 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밤 나들이’에 나섰다. 오아시스의 밤 풍경과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모습은 로맨틱 그 자체였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오늘은 참패다!

 

공기마저 여유로운 여행자들의 천국
편안함에 취해 실컷 자고 일어나서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지난 밤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여행자 특유의 여유가 작은 마을을 꽉 채우고 있다고나 할까? 리마의 추위에 떨다 따듯한 사막 마을에서 하루를 보내니 몸과 마음이 풀리며 여유가 찾아들었다.

여행자들은 저마다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보드를 메고 언덕에 올라 샌드 보딩을 하는 사람부터 모래밭에서 선탠을 즐기는 사람들, 카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수다를 떠는 사람들, 오아시스에 조각배를 띄우고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까지.

오아시스 주변을 몇 바퀴 돌면서 오아시스의 풍경과 그 속의 여행자들을 구경하다 보니 해가 중천에 올랐다. 이제부터는 사막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쬔다. 땡볕 아래 산책이 불가능해질 즈음 나도 그들 사이에 앉아  책을 펴고 오랜만에 여유를 만끽했다.

 

여유가 느껴지는 오아시스 마을.
와카치나의 익스트림 버기 투어와 샌드 보딩
와카치나 사막의 하이라이트는 버기 투어와 샌드 보딩이다. 사막의 일몰까지 볼 수 있는 오후 프로그램을 택했다. 우리 팀은 한국인 둘, 대만인 둘, 칠레인 셋, 페루인 셋으로 구성되었다. 마을 외곽의 골목을 돌자마자 사막이 펼쳐진다.

“와우!” 평소 상상한 고운 모래언덕이다. 버기카는 물 만난 물고기마냥 질주를 시작한다. 모래언덕을 타 넘는 모습이 마치 롤러코스터 같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이들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창문이 없는 버기카가 질주하자 모래바람이 솟구쳐 오르더니 그대로 얼굴을 덮는다.

여행사에서 선글라스와 비닐봉지를 꼭 챙기라고 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선글라스는 눈 보호용, 비닐봉지는 카메라 보호를 위한 필수품이다. 버기카는 폭풍 질주를 하다가 포토 타임을 주기도 하고, 샌드 보딩도 한다. 처음엔 낮은 언덕에 내려 샌드 보딩을 하는 법을 알려주고 연습할 시간을 준다.

 샌드 보딩이라지만 널빤지에 ‘찍찍이(벨크로)’로 신발을 고정하는 게 전부다. 7년 차 스노보더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서서 폼 잡고 타다가 결국 넘어지며 어깨로 착지. 바로 포기하고 운전사 아저씨의 추천대로 널빤지에 엎드렸다.

연습이 끝나면 더 길고 높은 언덕에서 본격적인 샌드 보딩이 시작된다. 일행 중 몇 명은 경사에 겁먹고 포기했다. 나는 가장 용감하게 나섰는데 안내인이 “혀를 깨물지 않도록 입을 벌리지 말고, 턱을 다치지 않도록 상체를 잘 들라”고 안전 수칙을 강조 또 강조하는 바람에 살짝 겁이 났다. 타고 보니 안내인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

샌드 보딩은 아찔했다. 가속도가 붙은 보드는 작은 둔덕에서도 그대로 튕겨 올랐다. ‘아~ 이제는 못 버티겠다’는 순간, 언덕이 끝났다. 샌드 보딩을 마치자 일행을 태운 차는 오아시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멈춰 섰다. 다른 투어 차량들도 모이는 걸 보니 일몰을 감상하기에 명당인가 보다. 버기 투어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앉아 사막의 노을을 본다. 아~자연의 위대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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