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이 6월 17일 치뤄지는 그리스 재선거에 집중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것인가 잔류할 것인가에 따라 세계금융시장이 휘청거리기 때문이다. 주가는 물론 신용디폴트스왑(CDS)과 같은 파생상품 등이 널뛸 것은 명확하다.

그리스는 인구나 경제규모에서 스페인의 1/5 수준이다. 사람들이 그리스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리스 사태가 스페인으로 옮겨 붙을 경우 유로존이 해체위기에 돌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경제는 1929년 세계대공황 이후 사상 두번째 장기 대불황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모두가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스페인 구제금융 시한폭탄 ‘째깍째깍’
불행하게도 이 시나리오는 서서히 다가오는 중이다. 6개월, 길면 1년 이내에 다가올 것으로 예측된다. 왜냐하면 금융위기와 재정위기가 겹쳐서 상황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적인 혼돈이 가세, 대불황을 전 세계로 확산시킬 가능성도 높다.

그리스 같이 작은 나라 문제조차도  유로존, 특히 독일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는 현실에서 그보다 5배가 되는 스페인의 재정 금융위기를 해결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금융위기가 심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세계의 금융은 국제금융시장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 세계 GDP는  약 63조달러로 추산된다. 전 세계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은 약 86조달러 정도이고, 채권시장은 33조달러에 이른다. 파생상품시장은 실물경제의 10배인 600조달러로 추산된다.

그리스의 GDP는 3000억달러에 불과한데 정부부채는 사실상 5000억달러에 이른다. 갚을 길이 막막하니 배 째라 할 수밖에 없다. 스페인의 GDP는  한국의 1.5배가 되는 1조5000억달러 정도이다. 스페인의 정부부채는 GDP의 68.5% 정도로 유럽에서 낮은 수준이지만 17개 지방정부의 부채를 합치면 그리스에 못지않아 불안감이 크다.

스페인 지방정부의 부채와 연결돼 있는 저축은행의 빚은 우리나라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폭탄과 같은 것인데 이것이 터지기 시작했다. 일부 부실저축은행을 하나로 묶어 자산규모 3위의 방키아 가교은행을 만들어 회생시키려 했으나 결국 공적자금을 투입해 국유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의 재정이 바닥나 계속 터져나오는 지방 저축은행들의 부실을 막을 길이 없어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그 위기는 그리스보다 훨씬 높은 청년실업률 52%, 전체 실업률 24.3%로 나타난다.

 

세계적 금융 대불황 예비해 내실 다져야
그리스나 스페인이 유로존에 안 묶여 있다면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처럼 빠른 시간 안에 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7개국이 유로화로 묶여 있고 파생상품과 같은 금융이 그리스나 스페인에 투자했기 때문에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그리스는 국채금리가 이미 7%를 넘어 29.48%이고 스페인은 마(魔)의 7%에 근접한 6.66%까지 치솟았다. 7%가 넘으면 부도가능성이 급상승해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게 된다.

스페인이 그리스처럼 된다면 결국 유로화는 두쪽으로 나뉘게 된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북유로화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남유로화로 나누자는 정치적 요구가 독일 등에서 강력하게 나올 것이다.

그러면 유로화는 사실상 파산하고 유로존은 분열·해체되어 결국 금융 대불황이라는 파국적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진다. 

이순신 장군은 필사즉생에 앞서 유비무환을 강조했다.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로 튼튼하다고 하지만 가계부채나 공공부채가 급증해 걱정스럽다. 세계적인 금융 대불황이 닥쳐 올 것에 대비해 내실을 다져야 할 때이다. 

 

내일신문  장/명/국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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