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적 법률자문,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일조
중소기업을 위한 법률자문서 『소송없는 경영』출간 … “G밸리 기업 가치혁신 위해 최선 다할 것”

 
그동안 우리 나라 중소기업에게 변호사들은 민사, 형사 등 법률 소송이 시작돼야 필요한 존재로 간주됐다. 기업활동에 꼭 필요하기 보다는 비상상황에서 부정적 요소를 차단하는 역할 만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들어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여러나라와 FTA가 체결돼 복잡한 법률적 문제를 풀어야 할 상황이 많아졌고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다양한 법률서비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하고 G밸리에서 중소기업을 법률 자문 전문 법무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변호사가 있다. 구로동 서울디지털1단지 에이스트윈타워2차에 있는 법무법인 일조(一造) 나국주 대표변호사다.

나 변호사는 1988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서초동에 있는 법무법인에서 일하던 잘나가는 변호사 중 하나였다.

 그러던 그가 지난 2007년 4월, 중소기업 전문 법률•경영 자문 법인을 설립해 G밸리에서 법률서비스를 시작했다. 평소 G밸리에 관심이 많아 이곳 기업의 법적 분쟁 위험을 줄이고 경영 자문을 통해 경쟁력 향상에 일조하고 싶어서다.

나국주 변호사는 지난 5일 그동안 G밸리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법률자문서를 출간했다. 『소송없는 경영』이라는 제목을 단 이 책은 중소기업에게 법률 문제가 왜 중요한지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설명한다. 나 변호사는 “G밸리 내 기업 대다수가 소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한번쯤은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법률에 신경 쓸 겨를이 없지만 잘못 대응하면 사업에서 큰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법률 자문 전문 로펌
나국주 변호사가 G밸리에 입주한지 햇수로 5년이 넘어간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소기업에게 “소송하지 마세요” 라는 말을 자주 한다. 법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대신 나 변호사는 “중소기업에겐 소송대신 법률자문을 통해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게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변호사의 업무도 서로 지치는 법정 공방을 대리하기 보다는 회사 체계를 공고히 다져 법적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시스템 자문’ 위주로 전환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나 변호사는 ‘중소기업 법률 자문 전문 로펌’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G밸리에 기업들이 많이 모여 있기 때문에 효율적 자문시스템 구축이 가능하고 자문을 통해 중소기업 법률문제 발생을 사전 차단하면 기업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나 변호사는 창업을 시작한 후배의 자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기업의 창업•성장•위기•도약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 자문’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기업이 법률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예방 시스템을 갖춰 법률문제 원천 차단이 가장 효과적이란 판단을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법률 전문가를 채용할 금전적 여유가 부족할 뿐 아니라 법률 전문성도 떨어진다. 그러다보니 회사 기밀이나 계약서 등 숙지•관리 미숙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나 변호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자문 중에선 영업비밀 문제가 많은 수를 차지한다. 직원이 다른 회사에 이직해 같은 영업 체계를 적용할 때 발생하는 법적 문제다. 하지만 영업비밀은 사적권리에 포함돼 직원의 경험 축적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어 보상받는 중소기업이 드물다. 보상받기 위해선 영업비밀 금전적 가치와 공개 여부를 적시한 ‘기업 영업비밀 보장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 기업의 단점으로 시스템 경영 취약을 지적했다. 최고경영자의 모든 경영 활동은 법적 행동으로 이어지는데, 기업 내 시스템 체계화가 이뤄지지 않아 문제 발생 후에나 대응에 나서 여러 가지 손실을 입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나 변호사는 계약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난 2007년 7월 반도체 장비업체인 퀄리플로나라테크(이하 나라테크)가 LG그룹 반도체 부품 계열사인 LG실트론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나 변호사는 나라테크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은 단군 이래 가장 큰 소송으로 손해배상액이 3000억원이었다. 1년 반 공방 끝에 계약서 해석이 엇갈려 합의로 끝났지만, 이 소송을 통해 계약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나 변호사는 “계약서는 ‘지뢰밭’과 같아 조심히 다뤄야 한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계약서 숙지와 수정, 관리는 필수이다. 판결에서 계약서에 명시된 사항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판결을 내리는 판사의 입장에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라며 신중한 계약서 작성을 강조했다.

 

“법에 대한 인식 변화 필요한 때”
나 변호사는 자유무역협정(FTA)체결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중소기업 법적 보호망 설치와 변호사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실정상 국제 분쟁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나 변호사는 국제 분쟁에 대해 ‘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기업 관리 체계화는 분쟁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 규모 성장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작으면 관리는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에서 국제 분쟁이 발생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해 경영자들의 고충이 늘어갈 것으로 본다.

관리 소홀로 빚어지는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 자문 전문 변호사 양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변호사는 “현재 로스쿨을 통해 한 해 배출되는 변호사 수가 1500~2000명 정도이다.

이런 인재들을 중소기업 전문 변호사로 양성하면 질 높은 중소기업 자문이 활성화된다”고 주장한다.

또 정부 법률 자문 지원 정책 신설을 강조했다. 나 변호사는 “현재 국가 정책 중 중소기업 법률자문과 관련한 정책은 단 하나도 없다”라며 “무형자산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호기자 nathansin@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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