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근로자 위한 복지 서비스 절실”
경제가 발전하면 산재양상도 달라져 … IT소기업도 산재혜택 활용 필요

 
산업재해(산재)는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만 발생하는 것처럼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경제구조가 IT, 지식, 서비스 산업 위주로 바뀌면서 산재의 양상도 변하고 있다.

특히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처럼 IT산업 집적지에선 업무가 주로 컴퓨터앞에서 이뤄지다보니 직접적 노동과정보다는 간접적인 이유 때문에 발생하는 산재가 많다. 이길수 근로복지공단 관악지사장은 “제조업 중심이던 과거 구로공단시절엔 육체노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재신청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엔 야유회나 체육대회에서 생긴 부상이 9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길수 지사장은 “구로공단에서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로 변화하면서 기업 수가 급증했다”면서 “이로 인해 산재신청이 많아지고 여러 가지 신종 재해 사례들이 생겨나는 등 산재보상의 패러다임이 변화했다”고 말한다.

 

산재에 대한 오해
이길수 지사장은 “산재신청에 대한 오해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업주 대부분이 기업에 불이익을 끼친다고 생각해 근로자가 상해를 입어도 산재신청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지사장에 따르면 산재에 대한 오해는 건설사의 산재신청에서 비롯한다. 건설사의 경우 안전수칙 위반이나 불의의 사고로 근로자가 상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산재신청이 잦은 건설사는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입찰제한 등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이것이 확대 해석돼 오해를 불러온 것이다.

또 산재신청에 따른 불이익은 주로 30인 이상 기업에 해당한다. 30인 미만 기업이 많은 G밸리 특성상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다. 30인 이상 기업이라 해도 일반 생명·화재보험과 같이 할증이 붙을 뿐 사업주들이 우려하는 사업상 불이익은 없다.

이 지사장은 “우리나라 산재 적용 범위와 대상이 점차 넓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특히 중국동포인 이른바 조선족 노동자에 대해선 불법취업자들까지 산재를 적용하고 있다. 중국동포에 대한 산재는 2000년대 초 국내 불법 취업이 늘어나면서 적용했다. 중국동포는 일제 강점기 시절 만주로 거처를 옮긴 이주민들의 후손이거나 독립군의 후예인 경우가 많아 이와 같이 폭넓게 적용한 것이다.

 

근로자 복지 저변 확대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를 비롯해 G밸리 근로자들의 복지를 위한 여러 가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고용·산재 보험 적용징수, 산업재해근로자의 요양·보상과 재활, 채불 임금 등을 지급한다. 또 저소득근로자의 생활안전자금·임금채불생계비·직업훈련생계비 등도 지급한다. G밸리 근로자 관련 업무는 키콕스빌딩에 있는 근로복지공단 관악지사에서 담당한다. 관악지사는 구로, 금천, 관악, 동작구 등 4개 자치구를 관할한다.

G밸리에는 20인 혹은 10인 미만의 소기업이 많아 고용보험료, 국민연금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지사장은 이런 고민 해소를 위해 사회보험 지원사업과 퇴직연금 확대 적용을 언급했다.

공단에서 내달 1일부터 시행하는 ‘사회보험 두루누리 지원사업’은 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에 저소득 근로자가 있으면 고용보험료와 국민연금보험료를 지원해 주는 제도다. 내달 26일부터는 현재 시행중인 퇴직연금이 근로자 30인 이하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돼 G밸리 대부분을 차지하는 20인 미만 소기업이 퇴직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늘어난 여성 근로자를 위해 육아부담을 덜기 위한 ‘직장보육시설설치지원’과 가산동에 100세대 구로아파트를 지어 ‘근로여성임대아파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장해 최소화와 사회 조기 복귀 등 산재보상 전문성 부여를 위한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작년 5월부터 시행해 기존의 현금 보상과 더불어 재활,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이 지사장은 “바쁜 G밸리 사업주와 근로자들의 산재신청이 과거에 비해 한결 쉬워졌다”고 말한다. 재해 당사자가 직접 방문하거나 지정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했던 산재 신고에 인터넷 신고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직접 방문하는 부담을 덜어 업무 지연을 최소화했다.
 


산재신청 바로 알기
산재신청 사례가 많아지면서 불인정 사례도 비례하게 많아지고 있다. 이 지사장은 출퇴근 재해 산정과 회식 등 몇 가지 사례를 예로 들었다.

출퇴근 재해는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벗어난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근로자에게 통근버스와 같은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회식은 주최자, 목적, 내용, 강제성 여부에 의해 업무수행으로 인정된다. 1, 2차 회식 후 사업주가 제공한 업무용 차량으로 귀가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판례도 있다. 이 지사장은 “회식이 업무의 연장 또는 원활을 기하는 것이 아닌 사적인 유흥으로 바뀔 경우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따라서 특별한 이유 없이 2차 이후는 재해로 인정받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산재보험은 ‘무과실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근로자의 과실여부에 상관없이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업주 지배관리 유무에 따라 재해인정이 결정되므로 근로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업무상 재해를 미연에 방지한 사업주를 위해 ‘개별실적요율’ 제도를 운용 중이다. 회사 보험료 대비 보험급여액에 따라 산재보험요율을 인상 또는 인하하는 제도로, 재해방지 노력 유무에 따른 형평성을 위해 마련됐다.

관악지사는 산재보상으로 2011년 780억을 지급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지급액은 360억원으로 연간 지급률이 점차 늘고 있다. 산재로 인정된 근로자는 2011년 1767명, 2012년은 5월까지 704명이 인정돼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관할구 중에서 연간 산재신청건이 가장 많은 곳은 구로구이며 그 다음이 금천구다. 관악지사의 지원 액수는 전체 55개 지사 중 10위 안팎이며 고용보험 가입률은 5위다. 이 지사장은 “수치가 보여주듯 G밸리에는 전국에서 손을 꼽을 정도로 많은 기업이 위치해있다”며 “그만큼 많은 산재신청이 이뤄지고 있다는 건 G밸리 근로자 복지정책이 올바르게 실행중이라는 것”이라며 산재보상의 청신호가 켜졌음을 설명했다.

 

신경호기자 nathansin@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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