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지는 남미를 찾는 여행자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곳, ‘세상의 배꼽’이라 불리는 쿠스코입니다. 쿠스코라는 이름이 익숙지 않아도 마추픽추는 들어보셨죠? 바로 그 마추픽추로 들어가기 위해 여행자들이 모이는 도시입니다.

잉카 전성기의 수도답게 마추픽추 말고도 도시 안팎으로 흥미로운 유적지가 넘칩니다. 남미에서 가장 볼거리가 많은 도시를 꼽으라면 쿠스코가 빠지지 않는답니다.

글·사진 써니(여행 작가)

 

아름다운 아르마스 광장.
도심에서 만나
잉카 건축 기술의 결정체 12각 돌
버스는 이카에서 쿠스코를 향해 꼬박 16시간을 달렸다. 해발 3천600m의 도시 쿠스코를 향해 굽이굽이 산길을 오른다. 갑자기 고도가 3천 m에 이르니 귀에서 뽁뽁 소리가 나고 아팠다. 쿠스코에서 고산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 실감하며 또 올라간다. 이래서 고산병으로 쓰러져 5일이나 병원 신세를 진 수진씨가 쿠스코에 가거들랑 자기처럼 무리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구나!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쁘고 머리가 아팠다.

또 고산병이라니… 안데스산맥 따라 남미 여행한 지도 4개월, 이젠 익숙해질 만도 한 시간인데 말이다. 쉬엄쉬엄 쿠스코 시내를 구경했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에 서 있으니 과거로 빨려드는 듯 착각에 빠진다.

쿠스코 구시가는 잉카 시대의 석벽이 아직 남아 있다. 잉카의 석조 기술은 지금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접착제를 쓰지 않고 블록처럼 쌓은 돌이 어찌 이리 단단하며, 그 큰 돌을 어쩜 이렇게 정교하게 잘라냈단 말인가?

 가설만 무성하고 밝혀진 바 없는 잉카의 신비함이여~. 종이 한 장 들어가지 않을 만큼 정교하게 맞아 떨어진 각을 보노라면 잉카인들에 경외심이 든다. 쿠스코의 구시가의 뒷골목을 돌아보다 잉카의 석벽 골목에 접어들었다.

유독 한 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어 다가가니 12각 돌! 잉카 건축 기술의 결정체로 불리는 12각 돌을 쿠스코의 한 골목에서 만나다니…. 쿠스코는 도시 자체를 박물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잉카의 석벽으로 된 골목길.
태양의 신전,
그 위에 세워진 산토도밍고 성당
쿠스코에서 만난 최고의 볼거리는 태양의 신전과 달의 신전으로 구성된 코리칸차 잉카의 신전이다. 엄밀히 말하면 스페인에 의해 모두 부서지고 신전 일부만 남아 그 명맥을 지키는 신전 터다. 정복자들은 태양의 신전 초석 위에 산토도밍고 성당을 건축했다.

스페인이 쳐들어왔을 당시에는 문과 지붕 등이 황금으로 덮여 있고, 벽에는 20cm의 황금 띠가 둘러져 신전 전체가 황금빛을 발했다고 한다.

이 아름다운 신전이 스페인 군에게는 파괴와 약탈의 의미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슬프다. 게다가 산토도밍고 성당은 태양의 신전의 흔적을 찾는 관광객의 입장료까지 챙기면서 태양의 신전 보호에는 형식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씁쓸했다.

쿠스코에는 1650년과 1950년 두 차례 큰 지진이 있었다. 이때 스페인이 쌓은 성당의 벽은 모두 무너졌지만, 초석으로 쌓은 잉카의 벽은 균열 하나 없이 강진을 견뎌냈다고 한다. 최근 페루 정부는 교황청에 태양의 신전 발굴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가톨릭성당인 만큼 발굴의 전망은 희망적이지 않다고 한다. 산토도밍고 성당 외에도 쿠스코의 중요한 위치에는 어김없이 성당이 있다. 마치 잉카의 정기를 끊으려는 말뚝처럼….

 

알파카 제품과 화려한 가방 등을 파는 기념품 시장.
잉카제국 건설에 중요한 역할을 한 코카?
쿠스코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쇼핑이다. 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 구시가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념품 가게와 작은 시장들이 즐비하다.

그중 메인 아이템은  알파카! 알파카는 페루 볼리비아 칠레 등 안데스산맥 남쪽에 주로 서식하는 동물이다. 알파카의 털로 목도리 스웨터 코트 등을 만든다. 한국에서는 비싸지만 산지인 쿠스코에서는 싼값에 알파카를 살 수 있다. 알파카를 취급하는 가게마다 관광객이 넘쳐난다. 고급 브랜드 매장에선 알파카뿐 아니라 사육이 힘든 과나코와 보호종인 비쿠냐로 만든 고급 제품까지 만날 수 있다.

알파카 외에도 인디오 특유의 알록달록한 가방이나 판초(인디오 전통 망토), 잉카의 문양으로 만든 액세서리 등 재미있는 물건들이 저마다 모양새를 뽐내며 여행객을 유혹한다. 장 구경은 시작하면 끝을 보아야 제맛! 다음 코스는 중앙시장이다. 옷 과일 채소 육류 공산품 등 있을 건 다 있다. 시골 장 순례의 마지막은 시장 한쪽에 모여 있는 맛집 투어다. 후식으로 과일 주스까지 싼값에 먹을 수 있으니 가난한 여행자에겐 그만이다.

여기서 잠깐, 쿠스코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카 잎 얘기를 하고 넘어가자. 코카인의 재료가 되므로 남미의 많은 나라에서 코카 잎 판매를 금지한다. 하지만 페루와 볼리비아는 예외다.

거리 곳곳에서 코카 잎이 눈에 띈다. 사실 코카 잎을 빼고는 잉카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잉카제국 건설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잉카를 건설한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코카 잎을 씹으면서 일했다. 코카 잎을 씹으면 힘들지도, 배고프지도 않아 쉼 없이 일할 수 있어서다.

지금도 시장에서는 코카 잎을 씹는 인디오 상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코카 잎은 고산병에도 특효약이라, 관광객은 호기심 반 필요 반으로 코카 차를 마시기도 한다. 소량의 코카 잎으로 만들어진 코카 차에는 각성 효과나 중독성이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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