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 通하였느냐?”

 
미국에 ‘테드’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세바시’가 있다.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로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전하는 15분의 마법.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대표 강사이며, TV 프로그램과 각종 강연에서 수많은 청중이 김창옥 소장의 강의에 울고 웃는다.

의미를 바탕으로 신나게 한 마당 놀고 나면 어느새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이 김창옥 강의의 매력. 소통 전문가 김창옥 소장이 전하는 나와 통하고 세상과 통하는 소통의 비법!

취재 최원실 리포터 goody23@naver.com 사진 오병돈

 

“15분만 투자하세요. 정말 15분이 아깝지 않아요. 당신의 인생이 달라집니다”

아침 일찍 누군가 보낸 문자를 보아하니 낚시성이거나 광고일 법한 내용이어서 무시하려는데 보낸 이가 절친한 엄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내온 URL 주소를 가볍게 터치한다. 주인의 부름을 받은 램프의 ‘지니’처럼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나올 법한 ‘훈남’이 강단에 서 있다. 강사의 외모에 반하기도 전, 이번엔 그의 목소리에 매료된다. 목소리에 빨려들듯 스마트폰을 가까이 가져가 키득키득 웃고 있자니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진다. 지인의 말처럼 정말 15분이 아깝지 않다. 김창옥(40) 소장은 시쳇말로 ‘잘나가는 ’강사 중 한 사람이다. 2년 전부터 진행하는 새로운 형식의 토크쇼 <김창옥의 포프리쇼>는 10월까지 신청자가 마감됐을 정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김 소장의 강연에 매료되는 비결이 궁금하다.

 

‘의미+재미’ 김창옥 강의는 맛있다
연차를 불문하고 주부라면 김치 한 조각, 떡볶이 한 접시도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안다. 먹는 행위란 입을 통해 짠맛, 단맛, 신맛 등을 느끼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향기로 느끼는 맛의 세계가 존재한다.

소통 전문가로서 관련 저서만 여러 권을 낸 상태.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고 겪어봤음 직한 우리의 이야기에서 김 소장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부분이 남다르다. 마치 똑같은 물건이라도 어느 회사의 제조사 라벨이 붙었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믿음이 달라지는 것처럼 ‘Made in 김창옥’ ‘Speak by 김창옥’이 주는 매력에는 분명 다른 감동이 있다.

“아마 가르치려 하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저는 애초에 누구를 가르치려 한다거나 메시지를 준다는 그런 마음이 없어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선생을 싫어하잖아요. 하하. 남들이 다 하는 이야기, 남들 안에 있는 이야기를 같이 하는 거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하는 것입니다.”

올해 마흔이 된 김 소장이 강의를 시작한 것은 10년 전. 서른에 그보다 연배가 많은 청중을 가르치려했다면 10년 세월 동안 강사로서 명맥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터. 서울 목동의 강연장에서 만난 김 소장의 강의는 ‘잘 논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강사와 청중이 나이와 성별을 떠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과 마음이 어우러져 잘 노는 것이 그의 강의 포인트. 어느 베스트 드레서 못지않은 패션감각과 그를 돋보이게 하는 훤칠한 외모에 능란한 말솜씨까지. 그러나 강의를 하면서 그의 표정과 말투는 이내 망가진다. 청중과 소통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것. 망가지기로 작정하지 않았다면 잘생긴 얼굴을 저렇게까지 망가뜨릴 수 없다. 그렇다고 그의 강의가 ‘재미’만 추구하는 쇼는 아니다. 즐겁게 웃고 즐기는 사이 슬그머니 가슴속에 스며드는 말의 ‘의미’가 어느새 청중의 눈가를 적신다.

“재미만 있다면 그건 쇼겠죠. 의미에 바탕을 둔 재미가 많은 분들이 제 강의를 좋아해주시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마블링이 잘된 쇠고기 같다고 할까요? 닭 가슴살이 몸에 좋은 건 누구나 알지만 너무 퍽퍽해서 먹기 어렵잖아요. 재미가 빠지고 의미만 강조하면 너무 건조하고.”

재미와 의미 외에 그의 강의에서는 혼이 느껴진다. 단지 성악을 전공한 그의 목소리가 좋다는 것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때 보이스 컨설팅을 한 김 소장은 목소리를 ‘바람이 성대를 거쳐서 나오는 소리’라고 정의한다. 바람은 라틴어로 ‘soul’로 영혼을 의미한다는 것. 곧 목소리는 말하는 사람의 자세와 태도, 마음가짐, 성품을 담아내는 것이다. 목소리란 “소리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느끼는 것, 즉 말하는 이의 영혼을 감지하는 것”이란
김 소장의 설명에서 그의 인기 비밀을 찾은 것 같다.

 

삶의 밑바닥에서 나를 지켜준 ‘자존감’
잘생긴 외모와 성악을 전공했다는 것, 소통 전문가로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현재의 모습으로 추측되는 김 소장은 ‘엄친아’다. 엄친아가 아니라면 한 때 돈 많은 부잣집 자녀를 속칭하던 ‘오렌지족’ 정도가 딱 어울릴 법한 모습이다.

하지만 프로필에 나열된 그의 이력을 보면 지금의 모습과는 상반된다. 제주도에서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나고 자란 김 소장의 부모님은 무학이다. 게다가 아버지는 2급 청각장애인이다. 위로 형, 누나 중에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도 없다. 김 소장 역시 자칭 ‘특목고’인 공업고등학교 출신으로 공부를 잘하지 못 했다. 명문대도 아닌 전문대에 응시해 두 번이나 고배를 마신 뒤 좌절감에 자살을 기도했을 정도다.

“무학이신 부모님을 비롯해 가정환경에서 비롯된 열등감이 컸어요. 전문대를 두 번이나 떨어지고 나니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새벽 2시. 제주 바다에 뛰어들기 직전, 절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김 소장. 사실은 삶을 포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위로받고 싶었다고.

“밑바닥까지 내려간 자존감을 끌어 올려준 것은 신앙과 어머니 그리고 교수님의 가르침입니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무조건적인 믿음 하나로 자식을 믿어주는 어머니를 보면서 조금씩 자존감이 회복되기 시작했어요. 해병대 제대 후 들어간 경희대학교 성악과 교수님의 가르침 또한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청소년 자살 소식이 유난히 많은 최근 보도와 더불어 힘든 청소년기를 지나온 김 소장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청소년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은 믿음에서다.

“요즘 개들 중에는 자신을 사람으로 생각하는 개들이 많아요. 반면 사람들 중에는 자신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요. 개가 자신을 사람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개를 사람으로 대하기 때문이에요. 분명 사람임에도 자신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그를 대하는 사람들이 그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기 때문이죠.”

아이들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아이를 대하는 주변 사람들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악한 아이들은 있을 수 없기 때문. 문제는 “무게로 측정할 수 없는 색깔을 무게로 판단하려는 어른들”이라는 게 김 소장의 생각이다. 아이들 개개인의 개성이나 생각, 잠재성을 봐주는 것이 아니라 숫자로 재단하려고 드는 것이다. 공부 못하는 아이, 부모가 이혼한 아이는 실패한 아이로 취급하는 사람들의 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

“실력 없음을 존재 가치가 없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그 둘은 전혀 다른 문제거든요. 저도 그랬지만 청소년을 숫자가 아닌 인격체로 보아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입니다.”

 

나 자신과 먼저 소통하라
김 소장 강의의 또 다른 매력은 즉석에서 청중의 고민을 컨설팅해주는 새로운 기법을 시도한 것이다. 손을 들어 공개적으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개인사를 공개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휴대폰 문자를 활용하기도 한다. 애인이 없어 고민하는 30대 중반의 남성, 자녀를 위해 평생을 헌신해온 60대 주부의 고민,

많은 엄마들이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해 상처 받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아이를 통해 보상받으려고 한다. 심지어 남편과 맺어야 할 관계도 아이를 통해 대체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예전과 달리 절대 견디지 않는다고. 견디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심하게 곪았다가 결국 크게 터지고 마는 것이 요즘 아이들이다.

“아이와 소통을 말하기 전에 엄마 자신과 소통하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적절한 종합검진을 받으셔야 해요. 엑스레이를 찍듯 자신의 내면을 바라봐야 합니다. 이야기는 빛이거든요. 삶을 비춰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어디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점검해야합니다.”

김 소장은 그와 더불어 엄마들도 자신의 엄마와 먼저 소통하라고 말한다. 자신의 엄마와 소통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을 돌아보고 치유하는 것이 결국 내 자녀와 소통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김 소장의 얘기를 듣고 보니 한 번도 내 부모와 소통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니, 소통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은 것 같다. 어른들은 ‘바뀔 수 없는 존재’라고 치부해온 것은 아닐지. 내 자식만 생각했지 부모는 생각하지 못한 자신을 돌아본 시간. 김 소장은 상대와 소통할 수 있는 비결로 다음 세 가지를 제안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라, 상대방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라, 가면을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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