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장
아침에 출근을 해요. 팀원들이 아직 아무도 안 왔어요. 당연해요. 지금은 아침 여섯시니까요. 신이 났어요. 오늘도 혼낼 건수 하나 아침부터 건졌어요. 자기 자리에 화분이 말라 죽어가고 있어요. 또 신이 났어요. 혼낼 건 수 하나 더 건졌어요. 신이 난 상태로 팀원들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요.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어제 마누라한테 당한 스트레스 빨리 풀고 싶어요.

 

◆ 과장
오늘도 팀장과 사원사이에 어떤 이간질을 할까 아침에 버스에서부터 골똘히 생각해요. 그러다 잠이 들어요. 아 젠장 하마터면 못 내릴 뻔 했어요. 팀장이 먼저 와 있어요. 아 이런 우라질, 저놈은 회사에서 사나. 지금은 일곱 시인데 벌써 와있어요. 도대체 몇 시에 오는지 모르겠어요. 아니나 다를까 아침부터 또 시작이에요. “나 때는 팀장보다 늦게 온다는 건 상상도 못 했어.” 아 그럼 나한테 도대체 몇 시에 나오란 소리인지 모르겠어요. 대리들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 대리1
오늘은 평소보다 좀 늦게 일어났어요. 그래도 서두르지 않아요. 일찍 가도 깨지고 늦게 가도 깨질 거 이왕이면 맘 편히 천천히 가요. 회사 앞이에요. 오늘은 깨질 때 무슨 상상을 할까 생각해요. 회사에 들어왔어요. 아니나 다를까 과장이 회의실로 오래요. 회의실에서 깨지기 시작해요. 그때부터 대리의 머릿속에선 유럽여행을 시작해요. 여기는 에펠탑 앞이에요. 에펠탑이 너무 멋있어요. 피사의 사탑도 가보고 제일 유명한 빵집도 가보고 아 이쯤 됐음 끝났겠지, 다시 대리는 현실로 돌아와요. “똑바로 잘하란 말이야 알겠어?” 아주 알맞은 타이밍에 현실로 돌아왔어요. 딱 마지막 멘트중이예요. 평소와 같이 “네 죄송합니다.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1년에 300번 말하는 멘트라 이젠 입에서 자동이에요.


 
◆ 대리2
‘오늘은 기필코 회사를 옮기리라’ 자신의 좌우명을 마음에 되새기고 집을 나서요. 회사에요. 어김없이 동료가 회의실에서 깨지고 있어요. 다행이에요. 오늘은 내 순서가 아니라서. 인터넷 즐겨찾기에 추가해둔 인X루X 사이트에 들어가요. 창을 가장 작게 만들고 화면 구석에 둬요. 그리고 공채게시물을 뒤지기 시작해요. 그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려요. 며칠 전 면접을 본 회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다음 달부터 나오래요.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일단 한 일주일정도는 비밀로 하고 연차를 야금야금 쓰며 휴가를 즐기기로 해요. 팀장이 왜 이렇게 연차를 자주 쓰냐고 따져요. 그냥 개깁니다. “연차는 개인권한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팀장이 당황하는 모습에 내 몸속에 있던 모든 병들이 다 싹 낫는 기분이에요.


  
◆ 3년차 사원
아침 일찍 온다고 오는데, 항상 팀장과 과장은 먼저 와있어요. 눈치가 보이지만 자리에 앉아요. 대리님은 어김없이 회의실로 끌려들어가요. 과장님은 엄청난 역정을 내고 계신데 비해 회의실 안 대리님 표정이 너무 평화로워 보여요. 나도 언제쯤이면 저 정도 내공이 쌓여 깨질 때도 저렇게 평화로운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생각해요. 내년 상반기 대리 진급 대상자를 위한 교육에 관한 메일이 와있어요. 이제 회의실에 끌려들어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4개월.. 그렇게 사원은 시한부인생을 살아가요.


 
◆ 신입사원
사수는 가르쳐주지도 않은 걸 알아서 하래요. 엑셀 다룰 줄 아냐고 물어봐요. 모르면 욕먹을 것 같아 알았다고 얼버무렸는데 그냥 욕먹을 걸 그랬어요. 이건 대체 뭐에요. 학교에서 피피티 잠깐 다룬 게 IT능력의 전부에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사람이었다면 넌 지금쯤 죽었어요. 처음 쓰는 보고서에 마침표 안 찍었다고 3시간 동안 혼났어요. 참 더러운 인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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