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의 수도 쿠스코에 이어 잉카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요새 삭사이와만과 켄코를 여행하셨죠? 저는 잉카의 매력에 푹 빠져 쿠스코 장기 체류를 결정하고 본격적인 잉카문명 탐험에 나섰습니다. 이번에 방문할 잉카의 신비는 모라이와 살리나스입니다. 모라이는 잉카의 농사법 연구소, 살리나스는 산속의 염전입니다. 잉카문명 속으로 떠나보실까요? 글·사진 써니(여행 작가)

 

잉카의 과학 탐험, 모라이와 살리나스로!
삭사이와만과 켄코에 다녀와서 잉카에 대한 호기심이 ‘완전’ 증폭됐다. 그래서 택한 코스가 모라이와 살리나스다. 고산지대에 도시를 건설하고 살던 잉카인에게 힘든 것 중 하나는 고산지대의 척박함이었을 것이다. 저지대에서 자라는 옥수수, 감자 같은 작물을 고지대에서도 키워 식생활 문제를 해결하고자 연구하던 곳이 모라이다.

 고산지대의 또 다른 고민은 소금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잉카인은 이 문제 역시 과학으로 해결한다. 그것이 바로 산속의 염전 살리나스다. 모라이와 살리나스는 자유 여행보다 투어를 택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가이드의 설명도 들을 수 있어 투어를 택했다.

투어는 오전 9시 쿠스코를 출발해 모라이와 살리나스를 돌아 오후 3시쯤 돌아오는 코스다. 삭사이와만과 켄코만큼 대중적인 코스가 아니어선지 밴으로 이동했다. 왠지 남들은 모르는 잉카의 비밀을 탐험하는 기분에 설렌다.

 

‘두둥’하는 효과음이 들리는 듯한 모라이의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태.
경이로운 잉카의 농사법 연구소 ‘모라이’
모라이는 앞서 언급한 대로 잉카의 농사법 연구소다. 지금으로 치면 국립농업과학원인 셈이다. 저지대 곡물이 고산지대에서도 자랄 수 있도록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고 한다. 왜 잉카인이 굳이 고산지대를 고집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열대 지역에서 상대적 기후변화가 적은 고산을 택했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너무 높고 척박한 고산지대에 도시를 건설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태양을 주신으로 섬겼기 때문에 태양 가까이 도시를 건설했다는 종교적 이유 말고는 다른 근거가 되지 못한다. 잉카의 역사는 가설투성이인 미스터리라 더 매력적인지도 모를 일이다. 쿠스코에서 한 시간 반 남짓 달려 모라이에 도착했다. 들뜬 마음을 화창한 날씨까지 호응해주어서인지 발걸음이 가볍다.

가이드 청년 후안과 언덕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니 ‘두둥~’ 효과음이 터져나오는 듯한 광경이 펼쳐진다. 빈약한 상상력의 5배도 넘는 원형 계단식 밭이 펼쳐진다. 12층이나 되는 계단식 밭의 각 층은 2m가 넘어 보였고, 층을 오르내릴 수 있게 층마다 돌출 계단 4개가 지그재그로 박혀 있었다.

모라이의 규모와 그 아름다움에 여행객들은 말을 잃는다. 맨 아래층에 옥수수를 심어 옥수수가 자라면 그 씨를 위층에 심고, 또다시 그 씨를 위층에 심어 경작하는 방식으로 농작물을 고도에 적응시켰다고 한다.

모라이 주변에는 물을 댈 만한 강이 없는데 물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안데스의 만년설이 녹은 물을 모아 수로를 통해 밭에 공급했다고 한다. 뿌듯한 표정으로 모라이에 대한 설명을 마친 후안은 40분간 자유 시간을 주었다.

밭 밑까지 내려가기에는 시간이 빡빡할 거라고 말렸지만, 그렇다고 포기하면 젊은 여행자의 자세가 아니다. 연령대가 지긋한 우리 투어 팀은 대부분 휴식을 택하고, 나와 루나 언니만 1층을 향해 뛰어 내려갔다.

거대한 모라이의 크기가 온몸으로 느껴지면서 숨이 턱턱 막힌다. 거기다 고도가 내려가니 온도는 점점 올라 겹겹이 껴입은 옷을 하나씩 벗으며 뛸 수밖에 없었다.

옥수수도 고도와 날씨에 적응하느라 고생 좀 했겠구나 하는 생각에 자연과 인간이 만나 창조해낸 경이 앞에 멈춰서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겨우 바닥에 도착해 사진을 좀 찍어보려고 하니 후안이 위에서 소리친다.

“Vamos Sunny!(가자 써니)”

가부좌로 잉카의 매력에 빠진 몇몇 여행자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시간 부족은 투어를 택한 자의 설움이다. 내려온 속도보다 빠르게 짧은 다리를 움직여 높은 돌출 계단을 다시 오르는 수밖에….

 

두 눈으로 확인해도 믿기지 않는 살리나스
다음 코스는 살리나스. 인터넷에서 글과 사진으로 산속의 염전을 검색하고 시작한 투어지만, 사실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산속에 염전이라니…. 이런 건 꼭 두 눈으로 확인해줘야 한다. 모라이에서 뛰어다니느라 거친 숨을 고르며 바깥 풍경에 눈길을 주다 보니 어느새 살리나스다. 정말 높은 산속에 하얀 염전이 있다! 눈을 의심하며 “이게 뭐지? 진짜야?”라는 말이 그냥 나왔다. 안데스산맥은 수만 년 전 바다가 융기한 것이고, 그 지층에는 암염층이 포함되어 있다. 만년설이 녹아 흐를 때 암염층을 통과하면서 소금을 안고 살리나스로 흘러내리면 그 물을 가두어 증발시켜 소금을 얻는다고 한다.

이런 때 꼭 해보는 것!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먹어보는 일이다. “윽, 짜다!” 염전 한 칸을 콰르토(cuarto)라고 부르는데, 이는 ‘방’이라는 뜻이다. 살리나스의 콰르토는  대부분 잉카 시대부터 내려오던 것이고, 나머지는 스페인 통치 시절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스페인 통치 시절에는 상당수 콰르토가 개인 소유였는데, 콰르토의 수가 부의 척도였다니 잉카나 스페인에게 살리나스는 중요한 곳이었음에 틀림없다.

살리나스의 소금 채취는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잉카 시절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채취한다니 전통을 지키는 건지, 발전이 없는 건지 살짝 헷갈리기도 한다. 흙이 조금 섞인 누런 소금은 거름이나 동물의 사료로 쓰고, 하얀 소금만 식용이나 미용 소금 등으로 쓰인다고 한다. 결과물에 따라 가격차이가 엄청날 것이 뻔하니 염전을 돌아보면서도 행여나 소금을 망칠까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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