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 엄마는 임플란트 못 한다?

 
나이가 들면 몸도 마음도 약해진다. 더불어 피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치아의 노화다.

고령화 시대에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임플란트를 꼽는 것도 당연한 일. 하지만 만성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임플란트를 결정할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평소에 복용하는 약물 때문에 자칫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 골다공증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의 안전한 임플란트 시술에 관해 알아봤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도움말 김영균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치과)·이승원 원장(한양내과)

 

골다공증 약 먹을 때 임플란트는 금물?

서울 관악구 성현동에 사는 한희남(70)씨는 욕실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앞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동네 치과에 갔지만 임플란트 시술을 할 수 없으니 대학 병원에 가란 얘길 들었다. 한씨가 골다공증 약을 3년 째 복용해왔기 때문이다. 골다공증 약과 임플란트 시술, 과연 무슨 관계가 있을까.

임플란트는 잇몸 뼈에 인공치아를 심는 시술이다. 골다공증이 있다면 잇몸 뼈도 약하다고 생각하기 십상. 하지만 많은 연구 보고를 통해 골다공증 환자의 임플란트 시술 예후는 증상이 없는 환자와 별 차이가 없다고 밝혀졌다. 골다공증이라고 임플란트가 불가능하거나 치료가 더딘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어떤 골다공증 약을 복용하는가다.

분당서울대병원 치과 김영균 교수는 “골다공증 치료제 중 호르몬제 일종인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의 약은 오래된 뼈 조직의 흡수를 억제해 뼈의 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며 “건강하지 않은 뼈 성분이 교체되지 않고 남아 뼈를 약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잇몸 뼈에 작용하면 잇몸이 아물지 않고 염증이 이어져 턱뼈 괴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의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가 임플란트 시술을 했을 경우 이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은 100명 당 한 명 정도의 빈도다. 김 교수는 “턱뼈 괴사 등 치명적인 부작용 위험이 있는 만큼 사전에 자신이 복용하는 약물에 대해 담당 의사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덴탈 CT, 인조골 등 통해 임플란트 가능해

임플란트는 치아가 빠진 부위의 턱뼈에 특수 금속을 이식하고 그 위에 치아를 해넣는 시술을 말한다. 시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속성 재질로 만든 인공치아가 본인의 잇몸 뼈에 제대로 안착하느냐다. 국내에서 쓰는 골다공증 약의 85%는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약물이다. 골다공증 환자들은 임플란트 시술 전에 의사와 상담을 통해 복용 약을 중단하거나 약을 바꾸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의 약물은 골다공증 치료제 외에도 유방암, 신장이식 환자, 만성 신부전 환자, 항암 치료 환자, 난소나 자궁 적출 환자, 뼈 주사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 중이다. 골다공증 치료제 중 대표적인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의 약으로는 포사맥스(MSD) 악토넬(사노피아벤티스) 본비바(로슈) 등이 있다. 

한양내과 이승원 원장은 “빈도가 낮긴 하지만 이 약을 3년 이상 장기 복용한 경우라면 최소한 3개월 이상 약을 끊은 뒤 임플란트 시술을 고려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특히 뼈 주사로 약물을 투여한 경우나 항암 치료 목적으로 복용한 경우 1년 이상 기다렸다가 임플란트 시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문제가 되는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임플란트 시술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의학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임플란트가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골다공증 환자라도 덴탈 CT로 잇몸 뼈의 상태를 미리 확인하면 임플란트 시술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CT 결과 상태가 좋지 않다면 인조골을 이용해 미리 보충해주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고혈압이나 당뇨 골다공증 같은 만성질환자들은 일반 환자보다 고려해야 할 위험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만성질환자들도 비교적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는 다양한 시술법이 등장한 만큼 사전에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 후 임플란트 시술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Tip
고혈압&당뇨 환자를 위한 임플란트 상식

골다공증 외에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도 임플란트 시술을 할 때 주의하는 것이 좋다. 드물긴 하지만 시술 과정에서 백혈구 기능이 떨어지면서 치주 질환이 재발하기 쉽고, 과다 출혈이나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   

특히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자가 복용하는 아스피린은 임플란트 시술에 치명적일 수 있다. 아스피린은 피를 묽게 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지만, 상처가 났을 경우 잘 아물지 않는 부작용이 있다. 아스피린을 복용 중이라면 임플란트 시술 시 식립 부위가 잘 아물지 않는 부작용을 염두에 둘 것. 

혈당 강하제나 인슐린 주사를 투약하는 당뇨 환자들도 혈당 조절이 잘되는 시간을 이용해 임플란트 시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통 약의 효과가 있을 때, 즉 혈당 조절이 잘되는 오전 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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