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고등학교 졸업자 중 대학에 진학한 비율은 79%였다. 독일의 42.7%와 미국의 68.6%를 제치고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8년 83.8%로 정점을 찍은 이후 그나마 내려온 수치다. 세계 최고의 대학진학률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높은 교육열인가.

물론 우리나라 엄마들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발전시킨 원동력이다. 하지만 79%의 대학진학률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 사회가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안되는 대학 지상주의란 중병에 걸렸음을 보여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진학은 인생의 필수코스로 인식되고 있다. 개인의 소득보장은 물론, 더 나은 결혼조건이나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투자행위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고졸 출신 임원은 7.2%에서 2.6%로 급감했다. 고졸 취업자 임금은 4년제 대졸자의 77.5~79.4% 수준으로 고착돼 있다. 직종도 주로 저부가가치 산업에서 판매나 서비스직, 단순노무직에 머물러 있다. 정규직 비중도 전문대졸 이상 72%에 비해 47%에 불과하다.

 

세계 최고 대학진학률, 서글픈 현실 보여줘
사정이 이러니 기를 쓰고 대학졸업장을 따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한 필수코스로 인식되는 게 세계 최고 대학진학률의 의미이다.

대학이 졸업장을 따는 곳으로 전락하며 대학수의 증가와 대학교육의 질저하, 해외대학으로의 유학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대학수는 1990년 224곳에서 2005년 331곳으로 급속히 늘었다. 대학수 증가는 저출산에 따른 학생인구 감소와 맞물려 부실 사립대학 증가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질은 2010년 세계 46위로 세계 수준과 큰 격차가 벌어졌다. 대학교육의 낮은 경쟁력은 유학생 수를 증대시켰다. 2008~2009년 미국대학에 재학하는 학생수는 7만5000여명으로 중국과 인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대학교육을 정상화시켜 대학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대학 지상주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확립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선진국에서 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이 법제화돼 있어 고교 졸업자라도 임금이나 승진에서 차별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일을 해도 대졸이냐 고졸이냐,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차별이 존재한다. 기를 쓰고 대학을 가려하고 정규직을 하려는 이유다. 학력이 아니라 실력으로 인정받는 사회를 위해서는 학력에 따른 차별철폐를 법제화해야 한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법제화해야
또한 이른바 ‘사’자로 대변되는 대졸 특권층의 존재가 학력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이다. ‘사’자의 특권을 약화시키는 것이 학력 지상주의를 치유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의학전문대학원도 로스쿨과 같이 성공시켜야 한다.

동시에 대학교육 정상화도 필요하다. 선진국의 경우 국가경쟁력과 대학경쟁력은 대체로 비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23위인 반면, 대학 경쟁력은 46위였다. 조사대상 56개국가중 하위수준이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

동시에 부실 대학에 대한 정리도 신속히 해야 한다. 최소한의 교육여건도 확보하지 못한 부실대학이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실대학 정리 작업은 당연하다. 일부 기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엄정한 잣대로 진행되는 부실대학 정리는 빠를수록 좋다. 정권과 관련없이 신속한 정리가 필요하다.

 

내일신문  장/병/호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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