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들 환영 … 농식품 수출 돌파구 기대

농협중앙회가 미국 서부 최대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 상륙하자 교포들이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중앙회는 지난 4일 ‘농협 농식품 전문판매장’을 로스앤젤레스 한남체인 다이아몬드바 지점에 ‘숍 인 숍’ 형태로 개장하고 ‘100% 국산 농식품’ 판매에 나섰다. 해외 농협전문매장은 지난 3월 일본 도쿄 코리아타운 신오쿠보에 이어 두 번째고 미국에선 처음이다. 
 
특히 이날 개장식은 최근 농림수산식품 수출이 눈에 띄게 줄어든 시점에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농협은 교포시장을 기반으로 해외 현지시장에 국산 농식품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농협주관으로 시식코너 운영 계획 = 이날 로스앤젤레스 한남체인에서 농식품을 구매하던 백병철(71)씨 부부는 “교포들에게도 농협은 믿을 수 있는 브랜드”라며 “지금은 식품만 들어와 있는데 신선 야채나 과일도 들어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국으로 이민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한국산 농식품과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는 한남체인 등을 일주일에 한번씩 찾는다.
 
1년에 한 번씩 서울에 있는 딸에게 부탁해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고춧가루를 구해 쓴다는 노 모(58)씨도 “가공식품만 들어오면 이용을 많이 안할 수 있다”며 “믿을 수 있는 농협 과일, 야채, 축산물이 들어오면 좀 비싸도 사겠다”고 말했다. 노씨는 미국에서 생활한 지 20년이 됐다. 
 
농협에 전문판매장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준 김진수 한남체인 회장은 “농협식품과 일반식품의 차이는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라며 “교포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좋은 식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개장식에는 방기선 로스앤젤레스 부총영사도 참석해 농협전문판매장 개설에 대한 교포사회의 기대를 대변했다. 방 부총영사는 “미국에 농협상품이 많이 들어와 있지만 흩어져 있어서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며 “농협식품 전문매장은 믿을 수 있고 품질 좋은 우리 농식품을 주류시장까지 판매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농협중앙회도 교포들의 뜨거운 호응을 바탕으로 현지 주류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수공 농협중앙회 농업경제대표는 이날 개장식 전 시식코너가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을 발견하고 관계자에게 즉시 개선할 것을 지시했다. 김 대표는 “이곳 사람들이 농협을 통해 우리 농식품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농협 주관으로 시식코너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유통점과 상생해야 수출확대 = 김수공 대표는 이날 현지 기자단에게 “공격적 마케팅으로 미국 현지에 100개 전문판매장을 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협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치 않다. 교포들은 우리 농산물이 들어오면 구매하겠다고 했지만 태평양을 건너오면서 비싸지는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백씨 부부는 “좋은 물건 싸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농협무역 관계자도 “해외시장을 개척할 때 가격이 가장 큰 약점”이라며 “교포시장도 1세대와 1.5세대가 점점 물러나고 2~3세대가 주축이 되면서 향수를 자극하는 마케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미국 전역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엠지프로듀스 관계자는 “코스트코는 이윤정책을 공개하면서 관계회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시장점유율을 높였다”며 “농협도 이윤을 낮추더라도 현지 유통상들과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는 8월 농식품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오른 6억달러에 그쳤다고 6일 발표했다. 8월까지 누적 수출액도 49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증가에 머물렀다.  정부가 목표로 한 ‘2012년 농식품 수출 100억달러 달성’을 위해선 지난해보다 30% 늘어야 한다.   
 
 로스앤젤레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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