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와 함께 세상의 배꼽이자 잉카의 수도 쿠스코, 삭사이와만 요새, 신비의 미로 켄코 등 잉카의 유적지를 여행하셨는데요. 그동안 잉카의 매력에 흠뻑 빠지셨나요? 하지만 진짜 매력은 이번 호에 있습니다. 드디어 잉카 탐험의 하이라이트 마추픽추로 향합니다.글·사진 써니(자유기고가) 
 
잉카 탐험의 끝판 왕! 마추픽추
남미 여행자들의 로망 마추픽추는 2천850m 고산에 있는 잉카의 도시다. 산 아래에는 도시가 보이지 않는데다, 도저히 저 높은 곳에 도시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은 곳에 있다. 덕분에 스페인에 의해 파괴된 잉카의 대다수 도시와 달리 마추픽추는 본디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잉카 탐험의 ‘끝판 왕’이라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추픽추는 1911년 미국의 하이럼 빙엄 교수에 의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페인 정복에 저항하던 잉카의 마지막 요새 빌카밤바를 찾아 헤매던 그는 우루밤바 계곡에서 만난 한 농부에게서 산꼭대기에 엄청난 유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마추픽추다! 빌카밤바가 발견되기까지 마추픽추는 잉카의 마지막 요새 빌카밤바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마추픽추는 무엇을 위해 건설되었는가? 마추픽추의 용도를 밝히느라 많은 학자들이 머리를 싸고 연구했지만,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여자 수도원, 파차쿠티 황제의 여름 별장, 잉카의 창조 신화를 재현한 신전, 자연재해를 피하기 위한 은신처 등 가설이 무성할 뿐이다. 
 
마추픽추로 가는 험난한 길
마추픽추 가는 길은 녹록하지 않았다. 마추픽추를 보호하기 위해 하루 입장객을 2천500명으로 제한한다. 축제 기간에는 한 달을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마추픽추 바로 뒤에는 ‘와이나픽추’라는 요새가 있다. 마추픽추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요지로, 마추픽추를 찾는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다. 
 
하지만 하루 두 번 (오전 7시 30분, 10시 30분), 시간당 예약자 200명만 입장할 수 있다. 와이나픽추에 오르고 싶어 쿠스코에 도착하기 전 인터넷 예약을 시도했지만, 결제 단계에서 번번이 실패! 결국 쿠스코 시내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평일 티켓을 예약할 수 있었다. 
 
와이나픽추는 길이 가파르기 때문에 햇빛이 강해지기 전에 올라가야 덜 힘들다. 또 아침 안개에 싸인 마추픽추를 볼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터라 좀 힘들어도 오전 7시 30분 입장을 고수했다. 
고대하던 티켓을 손에 쥐었으니 쿠스코에서 마추픽추로 가야 하는데…. 문제는 교통편이다. 마추픽추와 가장 가까운 마을인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로 들어가는 차도가 없단다. 알아보니 잉카 트레일과 기차를 타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잉카 트레일은 3박 4일 동안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 걸어가는 투어다. 과거 잉카인이 걷던 길을 따라가는 거다. 3박 4일 동안 씻을 수 없는데다, 고산병과 모기 떼와 싸워야 하고, 가격마저 어마어마하다. 
 
기차는 인근 도시에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로 가는데, 이 또한 거리에 따라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이 두 경로가 가장 일반적이고 무난한 방법이지만, 가난한 여행자는 오늘도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배낭여행자들 사이에 알려진 ‘마추픽추 가장 싸게 가는 방법’을 택했다. 일단 쿠스코에서 ‘봉고버스’를 타고 산타마리아로 갔다. 도착해보니 같은 길을 택한 여행자들이 보인다. 동지(?) 네 명이 택시를 타고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 있는 이드로일렉트로니코로 향했다. 기차를 타면 조금 쉬웠겠지만, 걸을 만하고 경치도 예쁘다는 사람들의 말에 기찻길을 따라 세 시간을 걸어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 도착했다. 힘들지만 평지인데다 길 옆으로 흐르는 계곡의 아름다움에 위로 받으며 걸었다.
 
와이나픽추 정상에서 마추픽추와 만나다! 
 
다음날 아침 6시부터 서둘러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마추픽추’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마추픽추 입구는 부지런한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줄을 서서 입장, 일단 와이나픽추로 갔다. 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그쳐 가슴을 쓸었는데 이건 뭔가? 안개에 아련히 싸인 마추픽추를 기대했지만, 1m 앞조차 식별이 어려운 안개에 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한 거다.  
 
앞사람의 꽁무니를 따라 겨우 길을 찾고, 뒤로는 내 꽁무니를 따르는 사람들이 느껴진다. 그렇게 우리는 와이나픽추 입구에 도착했다. 늙은 봉우리라는 뜻의 마추픽추를 지키는 요새인 와이나픽추는 젊은 봉우리라는 의미가 있다. 실제로 와이나피추가 마추픽추를 뒤에서 감싸며 지키는 듯한 모양이라 재미있다. 노인을 지키는 청년? 소문대로 가파르고 좁은 길을 한참 걷다 보니 다행히 안개가 조금씩 걷혔다. 
 
하지만 와이나픽추 정상에서 마추픽추를 한눈에 담을 만큼 안개가 걷히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어제 시내에서 사온 과일과 삶은 달걀을 먹으며 묵묵히 기달렸다. ‘바람이여, 안개를 걷어가 다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여행자들이 안개에 파묻힌 채 마추픽추가 얼굴을 드러내길 기다리는  모습도 구경거리다. 와이나픽추의 정기를 받는다며 요가 자세를 취하는 소녀, 그 옆에서 호기를 부리며 물구나무를 서는 청년, 준비해온 초록색 고깔모자를 써 보이며 본인의 산이 가장 높다고 쾌활하게 떠드는 청년 등 마추픽추를 향한 설렘도 나라 따라 사람 따라 다양하다. 점점 안개가 걷힌다. 와이나픽추 정상도 사람들로 빼곡하다.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추픽추는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가 구름 뒤로 다시 숨곤 한다. 마추픽추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사람들은 탄성을 자아낸다. 구름에 싸인 마추픽추를 내려다보자니, 하늘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는 신선이 된 느낌이랄까? 
 
또 한 번 마추픽추가 모습을 드러내려던 찰나, 한 사람이 “무지개다!”라고 소리쳤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꽂혔다. 정말 산 전체를 감쌀 만큼 커다랗고, 빨강부터 보라까지 선명한 무지개가 떴다. 사람들은 마추픽추를 향해 보내던 환호보다 세 배는 큰 소리를 질러댔다. 
 
누군가 마추픽추를 향해 “마추픽추여, 네가 졌다”라고 소리쳐 모든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여행의 재미는 이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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