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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 맛이 있는 골목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는 채비 순천만 짱뚱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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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9.18  18: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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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서걱 갈대밭이 말을 건다. 갯벌 사이로 칠게와 짱뚱어가 숨바꼭질을 한다. 여름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저녁 하늘이 벌겋게 늘어진다. 순천만 갈대밭이 아직 퍼렇지만, 마음은 어느새 가을로 허둥허둥 내달린다. 허한 마음이 콩닥인다. 글·사진 이동미(여행 작가) 
 
순천 가는 길, 코스모스가 활짝 피었다. 가을이 왔나 싶다. 코스모스를 보니 반갑고 갈대도 생각난다. 가을의 전령사 갈대가 온몸을 휘청이며 바람과 노니는 모습이 어른거린다. 가을이 고프다. 갈대가 누레지려면 아직 멀었건만 그래도 순천만으로 내달린다. 도대체 이건 무슨 마음인지. 그저 가을이, 순천만이 그리운 것일 게다. 
 
하늘이 내린 정원 순천만(順天灣) 앞에 선다. 아직 갈대는 퍼렇다. 대나무보다는 못하지만 싱싱하고 퍼런 갈대는 곧은 선비처럼 힘이 있다. 강단 있고 서슬 퍼런 갈대밭에 바람이 분다. 
 
갈대와 바람이 한바탕 희롱을 한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어떤 모양을 그리며 도는지 도통 알 수 없던 바람의 모양을 갈대가 그려낸다. 바람의 자국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바람에 서걱대는 갈대 소리는 뉴욕 필하오닉 오케스트라의 음색보다 청명하고 조화로우며, 바람결에 살랑대는 움직임은 러시아 국립 발레단 무용수의 몸짓보다 우아하다. 고맙고도 경이롭다. 그 바람과 소리 속에 서 있다.  
 
순천만, 갯벌 그리고 짱뚱어
‘대한민국 생태 수도’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순천만. 순천만의 갈대는 넓고 부드러운 갯벌에서 자란다. 남북으로 긴 항아리 모양인 순천만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가 양쪽을 막고 있다. 그 입구가 좁아 강한 바람이나 높은 파도가 들어오지 못한다. 
 
반대로 말하면 강과 바다가 만나는 순천만의 퇴적물이 쓸려 나가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것이 부드럽고 진주 빛깔이 나는 순천만 개흙이 아름다운 이유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려내며 갯지렁이와 조개류가 어우러지고, 염생식물인 칠면초가 군락을 이룬다. 그 사이로 짱뚱어가 뛰어다닌다. 
 
짱뚱어. 참으로 재미있는 녀석이다. 머리 꼭대기에 붙은 두 눈은 튀어나왔는데, 두 눈 사이가 좁고 주둥이는 짧으며 끝은 둥글다. 전체적으로 납작하니 작은 몸에 비해 머리가 커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게다가 눈꺼풀은 아래서 위로 감기는 별종이다. 
 
그 이름은 어떠한가? 짱뚱어는 ‘잠둥어’에서 유래했다 한다. 11월부터 4월까지 갯벌 깊숙이 들어가 잔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들으니 짱뚱어는 미련하고 굼뜬 이미지다. 실로 개흙을 뒤집어쓰고 눈을 껌벅이는 짱뚱어의 모습은 귀엽기도 하지만, 멍청해 보인다. 게다가 개흙 범벅을 한 모습이 지저분할 것 같은데, 깨끗한 갯벌에서만 사는 지표종이라니 짱뚱어는 참 재미있는 놈이다. 
 
짱뚱어는 생선일까, 아닐까?
갯벌 위의 이미지가 강한 짱뚱어는 농어목 망둑엇과에 속한다. 물고기 어(魚)자가 붙은 물에 사는 생선이란 말이다. 해서 물속에서는 여느 물고기처럼 아가미 호흡을 한다. 그런데 갯벌에 나온 모습만 봐서 그런지 과연 수영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어쩌면 저렇게 오랫동안 갯벌에 나와 있는지도 궁금하다. 짱뚱어는 허파가 없다. 하지만 목구멍 안쪽에 있는 실핏줄로 공기 호흡을 한다. 허파가 없으면서도 오랫동안 물 밖 세상에서 버틸 수 있는 이유다. 
 
그래도 생선이니 물속에서 날렵하게 움직이고 땅에서는 뒤뚱거려야 할 것 같은데, 갈대숲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갯벌에서 돌아다니는 짱뚱어를 볼 수 있다. 가슴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가 발달해 물 위나 물 빠진 갯벌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니거나 기어 다니고, 나무나 바위에 뛰어오르기도 한다. 그러다가 위험을 느끼면 재빨리 물속이나 갯벌에 있는 구멍 속으로 숨어버린다. 뒤뚱대야 할 것 같은 짱뚱어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니, 그 빠른 몸놀림에 적잖이 놀란다. 
 
또 위험을 느끼면 재빨리 숨어 짱뚱어란 놈은 잡기가 만만치 않다. ‘홀치기’로 잡는 게 일반적이다. 홀치기는 짱뚱어가 있는 길목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가 재빨리 낚아채는 방법이다. 하지만 숙련되지 않은 사람은 오히려 짱뚱어에게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가을에 제맛! 뜨끈한 청정 보양식 ‘짱뚱어탕’ 
갯벌 위를 팔딱팔딱 잘도 뛰어다니는 짱뚱어는 옛날부터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먹던 보양식이다. 내륙에서 삼계탕이나 추어탕을 먹을 때 이곳에서는 짱뚱어탕을 먹었다. 순천만 자연생태관 초입과 별양면사무소 인근에 짱뚱어탕 집이 몰려 있다. 순천 시내에는 서울 도심에 여름 냉면 깃발을 내걸 듯 여기저기서 짱뚱어탕을 끓여댄다. 
 
그런데 알고 보면 여름 짱뚱어탕이 보양식으로 정말 좋고 맛나지만, 오히려 제철은 가을이다. 겨울이 되면 동면을 하니 그때를 위해 영양분을 잔뜩 비축하기 때문인데, 한껏 살이 올라 통통하고 고소하다. 
 
짱뚱어탕은 집마다 끓이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깨끗이 씻어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삶아 체에 거른 다음 우거지와 갖은 양념을 넣고 된장을 풀어 5시간 이상 고아 만든다. 생선이지만 비리지 않고 걸쭉하면서도 깔끔하다. 들깨 가루와 배초향 특유의 향까지 더해져 오묘한 맛이 살아 있다. 맛도 좋지만 단백질 함량이 높고 각종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영양식으로 최고다. 국물이 진하고 시원해 숙취 해소에도 그만이다. 
 
이 짱뚱어탕 맛의 비결은 손톱만 한 짱뚱어 애(창자)에 있다. 홍어보리앳국에 애가 빠지면 맛이 없듯 짱뚱어탕 역시 마찬가지다. 짱뚱어 애가 빠지면 탕 맛이 나지 않으니 주방에서는 요 ‘쪼끄만 애’를 신주 모시듯 애지중지한다. 해서 애가 잔뜩 들어간 짱뚱어탕 한 뚝배기 먹으면 땀이 좔좔 흐르고, 힘이 불끈 기운이 쑥쑥 솟는다. 순천 사람들은 이 맛에 짱뚱어탕을 먹는가 보다. 
 
회, 탕, 전골, 구이 등 다양한 짱뚱어 요리 
짱뚱어는 탕으로만 먹을까? 그렇지 않다. 짱뚱어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은 회다. 하지만 짱뚱어가 워낙 작아 한 마리당 두 점밖에 나오지 않고, 살아 있는 신선한 짱뚱어가 준비되어야 하니 짱뚱어 회 먹는 일은 쉽지 않다. 제때 도착해야 하고, 현지인과도 친분이 있어야 한다. 
 
다른 요리로는 짱뚱어를 갈지 않고 통째로 끓여 살을 발라 먹는 짱뚱어 전골이 있다. 구이는 입안에 살살 녹는 육질도 좋지만, 뼈와 머리를 바싹 구우면 과자처럼 고소해 술안주로 최고다. 생김새나 살아가는 모습이 별스런 만큼 맛도 별스런 놈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순천만도 보았고 짱뚱어탕도 배부르게 먹었다면, 가을 냄새 풀풀 나고 추억에도 잠길 수 있는 명소를 둘러보자. 퍼런 갈대로는 가을 타령하는 나그네의 마음에 미련이 남으니 조례동에 자리한 드라마 세트장으로 달려본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시대별로 3개 마을 200여 채가 들어서 있다. 서울의 달동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세트장엔 오래된 광고가 붙어 있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이 이어지는 골목길 사이로 오래된 시간이 툭툭 떨어진다. 
 
특히 1950년대 순천 읍내를 재현한 세트장은 중앙극장을 비롯해 제일 양조장, 소방서 등 옛 건물들이 당시 세월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사랑과 야망> <에덴의 동쪽> 등 다양한 시대극을 찍었다. 코스모스 하늘하늘하게 핀 길과 어우러지는 세트장에 마음이 편해진다. 이 시대보다는 나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이상한 안도감이 드는 곳이다. 짱뚱어탕으로 속도 든든하니 말이다. 
 
순천만 근처에서 가을을 낚다
 
내친김에 순천 낙안읍성(국가 사적 302호)도 들러본다. 왜구의 침입이 극성을 부리자 조선 태조 6년 토성을 쌓은 것이 시작이다. 높이 3m짜리 성곽은 1천400m에 달하며, 성 안에는 동헌·낙안루·낙안객사·돌샘과 주민이 거주하는 크고 작은 초가집이 있어 조선 시대 생활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출입문을 통해 직진하면서 사이사이로 보이는 다양한 풍물을 감상해도 좋고, 성곽에 올라 한 바퀴 돌며 전체 모습을 조망하는 방법도 있다. 가을이면 성안 초가지붕을 다시 올리는 정겨운 풍경을 만날 수 있고, 누런 호박과 감나무에 매달린 연시가 넉넉함을 보여준다. 아직 그만큼 가을이 오지는 않았지만, 채마밭을 매는 아낙네의 등 뒤로 가을볕이 내린다. 
 
돌아오는 길 귓가에 서걱대는 갈대밭과 바람 소리가 들리고, 혀 밑으로 침이 고이고, 코스모스 꽃잎이 하늘하늘 코끝을 간질이는 것 같다. 낙안읍성의 풍요로운 가을볕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제는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쯤에서 가을 타령을 접어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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