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독재는 0.01%가 지배하는 사회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은 0.01%의 독재권력을 국민들에게 되돌리는 운동이었다.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에서 독재타도를 외치며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라는 직선제 개헌을 만들어 민주화의 첫발을 내딛었다.

1987년 항쟁 후 25년이 흘렀다. 최근 4년간 민주화는 정체·후퇴되고 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경제 민주화가 후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대그룹의 총 매출은 946조원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1237조원의 76.5%를 차지했다. 특히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전 상장사 영업이익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운명은 심하게 말하면 10대그룹, 특히 삼성과 현대차그룹에 좌지우지 되고 있다. 경제력 집중, 즉 양극화와 빈부격차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전진할 수 없다.

노키아 덕분에 그렇게 잘 나가던 핀란드 경제도 최근 삼성 애플과의 경쟁에서 진 노키아가 어려워지면서 함께 힘들어졌다. 노키아가 핀란드 GDP의 2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국가 경제적 운명 좌우
정치 민주화는 경제 민주화가 되지 못하면 사상누각이다. 경제 민주화가 되어야 정치 민주화도, 양극화 극복도, 사회발전도 가능하다.

올 12월 대선에서 경제 민주화가 화두가 된 것은 바로 이것이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껍데기 민주주의인가, 살아 움직이는 민주주의인가가 이번 대선에서 결판난다.  

우리나라 유권자는 4000만명 정도인데 투표율을 75%로 본다면 3000만명이다.

유권자들과 ‘너무나 먼 당신들’인 청와대와 여의도에서 자기들끼리 쇼 같은 정치를 한다면 이는 0.1%짜리 민주주의다.

선거가  30만~40만명의 여야 정당들의 잔치만으로 끝나면 ‘1%짜리 민주주의’에 불과하다. 적어도 국민의 10%인 300만~400만명의 유권자들이 참여하여 후보들을 뽑고 이 후보들을 놓고 3000만~4000만명의 유권자들이 투표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비록 직접 민주주의는 아닐지라도 진정한 대의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    

유권자는 들러리가 아니다. 여야 정당들의 후보 결정과정과 공약 및 정책, 그리고 특히 도덕성을 보면서 지지자를 선택한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정치인이 정의로부터 멀어진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돈먹는 정치인은 정치권 스스로 정화시켜야 한다. 후보 결정 과정 역시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꼼수를 부려서는 안된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지방자치단체장이든 선출된 정치인들은 우리 국민들이 피땀 흘려 일궈놓은 국내총생산의 30% 정도인 350조원에 이르는 씀씀이(예산)를 결정한다. 우리가 정치인들에게 공정성을 요구하는 것은 매년 350조원에 이르는 예산 만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의 모든 규범인 법률을 제·개정하기 때문이다.

 

6월 민주화 투쟁 정신의 초심으로 돌아갈 때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군부의 0.01% 독재에서 평상시는 0.1%, 선거 때는 1%짜리 민주주의밖에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이루려면 정치인부터 정치 민주화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25년 전 300만~400만명의 국민들이 최루탄 연기 자욱한 거리에 나와 민주화를 외쳤다. 그 뒤를 이은 7·8월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빈부격차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일부 경제 민주화도 이루어졌다. 그 후 7년 만에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300달러에서 1만달러로 높아졌다.  

경제 민주화는 정치인들이 6월 민주화 투쟁 정신의 초심으로 돌아갈 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래야 우리도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내일신문  장/명/국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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