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재 대표
맥스경영컨설팅(주)
 
현대는 첨단기술시대이고 시장은 온통 첨단제품으로 가득 차 있어 시장은 새로운 첨단 기술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놀라운 경제 강국으로 변신한 한국경제의 미래도 Fast Follower(빠른 추종자)로는 더 이상 안되고 First Mover(최초 선발자)로서 자리매김 해야 된다는 일리 있는 주장들이 많다. 
 
 
기술 과잉
그러나 기술만 있다고 상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지나쳐 (Technology overshooting) 시장에서 패퇴하는 경우도 많다. 반도체 중 CPU는 성능의 15%만 활용되는 기술과잉 제품이라고 지적한 학술논문(1EEE)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스마트 폰 시장은 CPU의 한수아래 기술인 플래시 기반의 퓨전메모리가 좌지우지 하고 있다. 초음속으로 달리는 첨단 엔진 기술이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는 건 아니다. 
 
무인 자동차 기술이 실용화 단계에 까지 와 있어 개발국에서 도로교통법을 손질하는 단계지만 과연 운전재미가 전혀 없는 자동차가 얼마나 팔릴지는 꽤 의문이 간다. 음주운전자의 편의성을 떠올릴 수 있지만 음주운전자의 기기조작 실수 위험은 상존한다. 바이오 산업이 발달하여 종합영양제를 하루에 한 알만 먹으면 달리 식사할 필요가 없다 해도 과연 요식업이 사라질까? 먹는 재미와 먹으면서 서로 나누는 가족 간의 정이나 친지와의 교분은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상품의 근저는 인간 욕구
컨설팅을 하다보면 우리는 기술이 좋으니 꼭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는 기업가를 종종 만나게 된다. 자기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할수록 이런 특징은 더 잘 드러난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경쟁과 고객의 욕구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체질화된 내 관점에서는 쉽사리 동의하지 못할 때가 많다. 기술이 좋은 것과 고객이 찾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면 기술 좋은 것이 오히려 독이 된다. 기술적으로는  별로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면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은 연구부문과 마케팅 부문에서 서로의 입장차이가 커서 갈등을 보이기도 한다. 개발자는 자기가 흥미있어 하는 것을 우선 연구하고 마케팅은 지금 당장 써먹을 제품을 개발하라는 요구가 조율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이다. 
 
기업에게 있어서 기술은 고객의 욕구를 더 잘 충족시켜주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개발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기술만능 시대라 해도 기술을 즉 상품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상품의 근저는 인간의 욕구다. 그러므로 욕구를 지향하지 않는 기술은 그저 과학 기술일 뿐이다. 
 
첨단기술 이거나 최초 기술이 못되더라도 인간의 욕구 충족에 더 충실한 기술이 시장에서 환영받는다. 첨단기술경쟁시대라 하더라도 시장은 Tech Push가 아니라 Market Pull이어야 한다. 기술로 믿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시장이 끌어 당기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저작권자 © 넥스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