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여행의 로망 마추픽추

 
 
 지난 편에 이어 잉카 탐험의 ‘끝판 왕’ 마추픽추 탐험을 시작하려 합니다. 마추픽추와 첫 대면은 가슴이 벅차 숨이 막힐 것 같았습니다. 이른 아침 젊은 봉우리 와이나픽추에서 내려다본 늙은 봉우리 마추픽추는 구름에 싸여 남미의 최고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이래서 남미 여행자들의 로망이라는 찬사를 받나 봅니다. 더 이상 멀리서 바라만 볼 수는 없겠네요. 마추픽추 안으로 들어가 구석구석 살펴봐야겠습니다. 잉카의 공중 도시 마추픽추로 떠나볼까요?  
 
글·사진 써니(자유기고가) 
 
 
잉카 도시의 형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마추픽추’
장엄함과 정교한 균형이 빚어낸 신비의 요새, 마추픽추! 1만 명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도시 마추픽추는 잉카의 도시 형태를 한눈에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신전과 해시계 궁전 감옥 작업장 옥수수경작지 수로 등 온갖 건축물이 한곳에 있기 때문. 
 
굳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벽의 모양을 보면 평민 거주지인지, 귀족 거주지인지, 신전인지 알 수 있을 만큼 보존 상태도 훌륭하다. 마추픽추 남쪽은 신전, 북쪽은 거주지다. 거주지는 신분에 따라 구분된다. 가운데 광장을 경계로 오른쪽은 일반인 거주지다. 광장 왼쪽은 각진 돌로 지은 귀족 거주지로, 신분에 따라 사는 지역이 다르다. 
 
마추픽추의 건물은 대부분 직각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왕족 거주지에 있는 건물은 원형이 많다. 특히 유일한 2층 건물인 왕녀의 궁은 건물 밖으로 계단을 만들어 내부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건물은 파차쿠텍 왕의 동생이 살던 곳으로, 파차쿠텍 왕의 여동생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던 모양이다. 
 
잉카의 수많은 유적 가운데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건 인티와타나, 태양의 신전, 콘도르 신전 등이다. 1.8m 돌기둥인 인티와타나는 태양을 숭배한 잉카답게 마추픽추의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서 있다. 인티와타나는 ‘태양을 묶는 기둥’이라는 뜻으로, 이름부터 이 돌기둥의 쓰임을 짐작케 한다. 인티와타나는 천체관측, 해시계, 태양열 채집 용도라는 세 가지 설이 있다. 이중 돌기둥의 그림자가 시간을 나타내는 해시계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단다. 
 
마추픽추에서 중요한 곳 중 하나인 태양의 신전! 해가 뜨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태양의 신전을 비추는데, 창문을 통해 들어온 태양이 건물을 가득 채운다. 잉카 건축 기술의 끝은 어디인가? 감탄에 감탄을 거듭한다. 
 
지도로 확인할 필요도 없이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을 따라가다 보면 콘도르 신전을 만난다. 콘도르 신전의 가장 큰 바위는 영락없이 날개를 활짝 편 콘도르(남미산 큰 독수리의 일종)의 날개 모습이다. 그 앞쪽에 콘도르의 머리가 조각되어 한눈에 콘도르 신전임을 알아볼 수 있다. 콘도르의 날개인 큰 돌은 조각한 작품이 아니라 자연석 그대로라니 신기할 뿐이다. 콘도르 신전의 지하는 감옥으로 쓰였다니 여기에도 한 많은 사연이 묻혀 있으리라. 
 
 
마추픽추의 명물 ‘굿바이 보이’는 어디로? 
 
아쉽지만 마추픽추를 뒤로하고 계단을 따라 아구아 칼리엔테스로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그런데 아구아 칼리엔테스로 가는 버스가 출발할 때면 언제나 나타난다는 소년이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마추픽추 입구에서 관광객을 배웅하고 골목마다 다시 나타나 인사한다는 마추픽추의 명물 ‘굿바이 보이’. 관광객이 부르기 편하게 굿바이 보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옛 잉카의 전령을 재현했다. 경사가 급하다 보니 버스는 굽이굽이 뚫린 차도를 따라 쉬엄쉬엄 내려간다. 굿바이 보이는 차도를 가로지르는 계단을 죽어라 뛰어서 버스가 한 굽이를 돌 때마다 나타나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헤어짐을 아쉬워한다. 
 
하지만 이젠 은퇴할 나이가 되었는지, 아니면 영업시간이 멀었는지 굿바이 보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계단을 따라 걷는데 버스 한 대가 지나간다. 굿바이 보이 대신 손을 흔들어 섭섭함을 달랜다. 
 
마추픽추가 멀어지면서 가슴 깊은 곳에서 ‘엘 콘도르 파사’가 흐른다. 고향 마추픽추에서 쫓겨난 잉카인의 고단한 삶과 스페인에 맞서 농민 혁명을 주도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호세 가브리엘 콘도르칸키(투팍 아마루 2세)의 비극적인 생애를 추모하는 노래다. 
 
1913년 오페레타 ‘콘도르칸키’의 테마 음악으로 삽입되면서 세상에 소개된 ‘엘 콘도르 파사’. 포크 뮤직의 상징 사이먼&가펑클에 의해 널리 알려졌지만(우리나라에서는 ‘철새는 날아가고’로 번안), 그 이전에는 인디오 연주 그룹 로스 잉카스가 즐겨 연주한 곡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영웅이 죽으면 콘도르로 부활한다고 믿은 잉카인. 그들의 새 콘도르는 오늘 어디를 날고 있을까? 지금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를 찾아 커다란 날갯짓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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