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다큐멘터리 전문 히스토리채널은 2010년 ‘리얼 내셔널 트레저’란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진정한 국가 보물이란 다름 아닌 미의회도서관이다. 미국의 역사뿐만 아니라, 인류가 축적해 온 모든 지식을 담고 있는 곳이다.
 
미의회도서관은 1800년에 설립된 세계 최대 도서관이다. 세계의 모든 지식정보 자원을 수집한다는 목표에 걸맞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억 4700만점의 서적을 포함한 소장품이 있다. 한국어 책 21만여권을 포함해 세계 460여개 언어로 된 소장품이 있다.
 
미의회도서관장 26년째 맡아
 
미국은 1800년 수도를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으로 옮기면서 가장 먼저 도서관법을 제정해 의회도서관을 세웠다. 당시 미국의 지도자들은 수도의 모습이 제대로 갖추어지기도 전에 먼 미래를 생각하며 국가가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서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현재, 미의회도서관 관장은 84세의 제임스 빌링턴이다. 하버드대학과 프린스턴대학 교수 출신인 그는 1987년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후 26년째 장관급인 관장직을 맡고 있다. 도서관정책은 정권적 이해를 넘는 국가의 기본정책이란 인식이 확립돼 있는 것이다.
 
미국은 도서관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의회도서관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공공도서관과 일반인에게도 개방되는 수준 높은 대학도서관 등이 네트워크로 촘촘히 잘 짜여져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미래를 위한 지적 인프라라 할 수 있는 도서관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 도서관 정책을 총괄하는 곳은 대통령 직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다. 전국의 도서관이 문화부와 교육청,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돼 있어 도서관정책을 문화부의 틀을 넘어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위원회는 이번 정부에 단 한번도 대통령에게 직접 도서관정책을 보고한 바가 없다. 위원회의 지휘를 받는 별도의 사무국도 없다. 문화부 소속의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을 통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획단 공무원이 문화부장관의 지휘를 받다보니 위원회 소속은 대통령이지만 정책은 문화부에 국한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가 주요도서관장도 전문가를 임명해야 한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장은 행정 공무원이, 국회도서관장은 정치인이, 대법원도서관은 법관이 관장을 맡고 있다. 주요 공공도서관도 행정직 공무원이 관장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 간판 도서관 관장은 모두 전문직이 아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경우 평균재임기간도 1.8년(20개월)밖에 안된다. OECD 회원국 국가 대표도서관 관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7.5년이다. 미의회도서관장의 경우 1800년 개관 이후 212년 동안 전문가 13명이 관장을 맡아 왔다. 평균 16년을 재임했다. 
 
도서관 확충은 미래위한 투자
 
무엇보다 공공도서관 수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숫자는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공공도서관수는 759관으로 1관당 봉사 인구수는 6만6000여명이다. 영국의 1관당 인구수 1만3000여명이나 프랑스의 1만4000여명, 미국의 3만2000여명에 비해 너무 많다. 
 
도서관 사서 확충도 시급하다. 2010년 말 기준 운영중인 759개 공공도서관의 사서직원 배치율은 법적 기준의 20%에 불과하다. 학교도서관의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도서관의 대폭 확충과 전문인력의 배치로 도서관 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역사가 짧은 미국이 오늘날 강대국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미래를 위한 아낌없는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지식정보화사회에서 도서관은 국민의 지적능력을 향상시키는 필수 인프라이자,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원천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도서관을 찾아 도서관 육성정책으로 경쟁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내일신문  장/병/호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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