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안녕을 속삭이는 요즘, 가족과 즐기는 산책만큼 행복한 사치는 없을 터. 굳이 멀리 떠날 필요도, 높이 오를 필요도 없다. 아름다운 가을빛은 서울과 인근 지역에서도 불그스레한 볼을 감추지 않는다. 잡지가 만들어지는 일주일 사이, 사진의 푸른빛은 온통 붉은 단풍으로 바뀔 게다.

취재·사진 박지현 리포터 true100@empal.com
 
spot 1<강과 가을 사이>이포보
 
시원한 남한강을 배경으로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여주에 위치한 이포보를 추천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4대강 사업으로 여주에 조성된 인공적인 물막이 시설이다. 이포보는 남한강을 가로질러 건설된 다리와 전망대 등으로 구성된다.
 
산책은 총 길이 591m에 달하는 다리에서 시작된다. 쉬엄쉬엄 걸으면 20분 남짓 걸리는 다리는 산세와 강물을 감상하기에 꽤 매력적인 공간이다. 시야를 거스를 만한 건물도, 전봇대도 없다. 눈앞에는 시원하게 흐르는 남한강과 저 멀리 산세가 이어질 뿐이다. 가을철에는 하늘빛에 따라 변하는 물빛이 특히 아름답다. 다리 중간에는 독특한 볼거리도 눈에 띈다. 달걀을 은박지로 싸서 세워놓은 듯한 승강식 수문이다.
 
다리 끝에는 이포보 전망대가 있다. 3층 카페와 휴게 시설에서 유리창을 통해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특히 날씨가 추운 날에는 이곳에서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게 좋다).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주문한 뒤 책장에 비치된 소설을 여유롭게 읽어도 좋을 듯. 가격은 아메리카노 3천500원 수준.
 
온몸으로 가을맞이에 나서려면 자전거 산책이 좋다. 이포보는 주말이면 서울에서 이곳까지 라이딩을
즐기는 자전거족이 자주 찾는 곳이다. 가족이 함께 찾는다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인근 대여점에서 1시간만 자전거를 빌리는 게 좋다(4인 가족이 빌려도 8천 원이면 충분하다). 남한강을 따라 쭉 뻗은 도로를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데, 길 폭이 넓고 이용자가 많지 않아 초보자가 타기에도 무난하다. 라이딩을 끝냈다면? 다리 초입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강물을 바라보며 이곳의 최고 인기 메뉴 컵라면을 맛본다. 단 이포보 주변은 강바람이 세서 따뜻한 날 찾아야 산책이 즐겁다. 자녀를 동반하면 바람막이 겉옷은 필수다.
 
INFO 개방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전망대) 휴관일 없음 문의 한국수자원공사(031-880-6284)
 
spot 2<산과 가을 사이>북한산둘레길 구름정원길
 
단풍 구경은 하고 싶지만 힘든 산행은 부담스럽다면 북한산둘레길 8구간 ‘구름정원길’을 추천한다. 총 길이 5.2km, 약 2시간 30분이면 가을을 오롯이 흡수할 수 있다. 구름정원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전망대와 스카이워크 구역이다. 사실 ‘구름정원길’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탄생한 것도 공중 부양하듯 허공에 쭉 뻗은 스카이워크에서 비롯됐다. 시작 지점에서 오르막과 내리막 산길을 20분 남짓 걸으면 눈앞에 시원한 광경이 펼쳐진다. 다리를 건너면서 키 큰 나무들과 눈높이를 맞춰 인사를 건네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구름정원길 인근에 위치한 전망대를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해넘이 시간을 공략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이 구간의 풍경은 오후 4시만 넘어도 사뭇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그러니까 늦은 오후 햇빛이 쏟아지면서 숲의 모든 생물은 제각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처럼 그 형체가 선명해진다. 하이라이트는 전망대에서 감상하는 도심의 해넘이다.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해넘이 30분 전,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주변이 붉게 빛나는 순간이다.
 
해넘이를 감상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이곳에서 8구간 시작 지점까지 20분 남짓 걸린다는 사실을 감안, 해넘이 1시간 전에 구름정원길을 출발해서 가볍게 스카이워크 인근까지 둘러보고 돌아온다. 다른 하나는 8구간을 역주행해서 2시간 남짓 산책하다가 스카이워크와 전망대에서 해넘이를 보고 산책을 마치는 것이다. 시간을 잘 맞춘다면, 날씨 운이 따라준다면 단풍처럼 붉게 물든 가을 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INFO 찾아가는 법 지하철 3·6호선 불광역 2번 출구, 장미공원 방향으로 걸으면 둘레길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문의 둘레길안내소(02-900-0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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