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특검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10월 15일 출범한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특검은 14일로 1차 수사기간이 끝나게 된다. 청와대의 보이콧 움직임으로 관심을 끌었던 이광범 특검은 의욕적인 수사 활동으로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모았지만, 그만한 결실을 기대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출발은 좋았다. 검찰 수사에서 부르지 않았던 청와대 핵심인물들을 불러들이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려 관심을 끌었다. 이명박 대통령 큰형 이상은 (주)다스 회장 사무실과 자택, 부동산중개업소까지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영부인 김윤옥 여사에 대한 조사 방침까지 밝혔다. 
 
그러나 활동 종료시한을 닷새 앞둔 9일 현재 이렇다 할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소리가  새나온다. 또 특검무용론이 고개를 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특검 수사기간이 너무 짧은 데다, 연장을 해 보아야 15일 뿐이고, 그나마 청와대가 수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니까 그런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출범 때는 의욕 넘쳤으나 ‘속보’ 없어
 
이광범 특검의 출범은 의욕에 넘쳐 보였다. 검찰 수사에서는 없었던 관계인 출국금지 조치와 압수수색에서 국민은 결연한 수사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상은 다스 회장 출국을 문제 삼고, 아들 시형씨를 불러가는 장면은 믿음을 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들이 소환되는 장면은 수사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영부인 조사방침이 보도된 날은 더욱 그랬다. 그러나 언제나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 기대를 충족시킬 속보(續報)가 없었다. 
 
가장 중요한 인물인 영부인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라는 사정은 인정받을 수 있다. 김윤옥 여사 조사방법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았고, 대통령과 함께 해외순방 여행 중이어서 귀국일(11일)까지는 수사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김 여사가 귀국한다고 바로 풀릴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그렇다. 그 모든 사정이 특검 회의론의 근거다.
 
만일 이번 특검까지 성과 없이 끝나면 특검불신론은 돌이키기 어렵게 될 것이다.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하는 나라에서 특검까지 믿을 수 없게 된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1999년 옷 로비 사건 및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특검 이래, 이번이 열 한번째 특검이다. 그동안 열 번의 특검 가운데 그런대로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은 수사는 2001년 이용호 게이트 특검과 2003년 대북 송금사건 특검 정도다.
 
그 두 사례 이외에는 대부분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특히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 특검은 소리만 요란했지 아무도 기소하지 못해 ‘빈수레 특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검무용론의 목소리가 커진 계기였다.
 
공소유지 핵심자료 아직 확보못해
 
이광범 특검은 아직 공소유지 핵심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청와대의 조직적 은폐의혹 수사도 벽에 부닥친 모양이다. “청와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했지만 아직 확인해야 할 문건이 있어 압수수색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 수사팀의 실토라 한다. 날이 새고 닭은 우는데 길 떠날 행장도 꾸리지 못한 형국이다. 
 
수사팀은 수사기간 연장을 위해 곧 관련서류를 넣을 방침이라는데 청와대는 받지 못하겠다는 말을 흘리고 있다. 대통령이 관련된 의혹사건이 1개월 수사 끝에 성과 없이 끝날 수는 없다. 면죄부 수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 한번 특검무용론이 나오면 국민의 불신으로 영원히 헤쳐 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지게 된다. 정치권은 대선을 의식하지 말고 특검에 충분한 기간을 보장해 주고, 기간 연장을 비롯하여 제도 전반의 보완책을 찾아내기 바란다.   
 
내일신문  문/창/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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