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가 여야 가릴 것 없이 대선 후보들의 핵심 공약으로 자리잡혀가고 있다. 이제 후보들의 머릿속엔 경제민주화 공약이 가져다 줄 표의 효과를 가늠하느라 분주해졌다.
 
경제민주화 공약 내용을 들여다보면 제각각의 색깔과 모양으로 포장 진열되어 있다. 그중에서 문재인 스타일과 안철수 스타일은 거의 색깔과 강도가 비슷하고 개혁성도 강력해 보인다. 
 
박근혜 표 경제민주화는 새누리당 내에서 몸살을 앓으면서 당초에서 크게 후퇴하여 거의 ‘물렁탱이’ 모습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다. “흉내만 낸 가짜”라는 비판까지 받을 정도로 ‘술에 물 탄듯, 물에 술 탄듯’ 맹탕이 되어 간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박 후보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밀어내면서 박근혜 스타일의 경제민주화 공약의 실체가 드러났다. 박 후보는 김 위원장에게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통보했다. 
 
그 밖에도 박 후보는 대규모기업집단법 제정, 중요 경제범죄자의 국민참여재판 회부, 대기업 주요 경영진의 연봉 개인별 공개 등  개혁 강도가 강한 내용은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공약, 재계 이탈방지쪽으로 선회
 
박 후보는 ‘국민행복 시대’를 대표적인 경제공약으로 내걸고 “경제민주화가 국민행복의 첫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전담하는 국민행복추진위원장에 재벌개혁론자이자 경제민주화의 전도사로 평가 받는 김종인씨를 앉혔다. 그런 김 위원장이 박 후보로부터 사실상 ‘팽’당했다는 것은 재벌개혁을 끝까지 밀어붙일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개혁전도사가 떠난 자리에는 껍데기만 남을 뿐이다.
 
경제민주화의 저작권자로도 통하는 김 위원장은 “박 후보가 여러 경제상황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고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는 지 회의적”이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 내에서도 “선거에 이길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중도층 끌어안기를 겨냥했으나 재계 이탈 방지 쪽으로 선회한 셈이다. 친재벌로 방향을 바꾼 모양새가 역력하다. 그렇게도 차별화를 모색했지만 결국엔 MB정부의 친재벌 정서와 한 줄임을 드러낸 꼴이 되었다.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의 후퇴와 변색은 야당으로서는 기회일 수도 있다. 경제민주화는 시대정신이고 공약의 강도와 실천 의지에 따라 대선 판도를 흔들만한 강력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공약은 후보 선택의 중요하고 싱싱한 자료다.
 
공약 중 내용이 일치하는 것 우선 처리해야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새 정부의 제1호 국정과제는 경제 살리기가 될 수 밖에 없다. 저성장 기조 속에 장기 경기침체에 빠져들고 있는 경제를 살리지 않고서는 다음 단계로넘어가기 어렵다. 새 대통령 직무순위 첫 페이지에 경제민주화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정치가 잠들면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속설이 상징하듯 정치개혁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를 앞지를 수는 없을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다음 대통령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경제민주화의 실천이다.
 
그렇다면 경제민주화 공약 중 방향과 내용이 일치하거나 비슷한 것을 골라 대선 전에라도 입법화하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공약의 공약화(空約化)로 인한 정치불신을 해소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아직은 미완의 공약이기는 해도 이미 발표된 공약 중에는 10가지 이상 거의 일치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야가 합의 처리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내일신문  김/진/동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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