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4년부터 자산현금화 본격화 예상 … 금리·환율 급변동 우려, 해외투자·대체투자 확대 … 국민연금 구조적 개혁방안 마련 필요

국민연금기금에 수지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연금을 지급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이나 채권, 외화자산을 대량매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제 국내 금융시장의 큰 손으로 거대해진 국민연금이 소진될 때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 예상되면서 ‘국민연금 퇴장 리스크’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빠른 성장 …더 빠른 고갈 = 13일 김홍식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연금제도와 기금운용의 미래’ 금융세미나에서 “2008년 재정재계산 기준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지적자가 발생하는 2044년부터는 자산의 현금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국민연금기금이 소진되는 2060년까지 연평균 30조원 수준의 국내주식 순매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때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투자자가 없으면 주가는 급락하게 된다. 
 
김 과장은 “이 시기 국민연금은 연금지급재원 마련을 위해 보유채권과 외화자산을 대량 매도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채권과 외환시장에 상당한 왜곡요인이 발생하며 금리와 환율은 급변동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민연금의 채권보유 규모가 감소하면서 금융회사 및 일반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커진다고 덧붙였다.  
 
◆운용규모 368조원 …세계4번째 수준 = 지난해 말 국민연금의 기금적립액은 348조9000억원 수준이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12.1% 증가했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운용규모는 368조원으로 세계에서 4번째 수준이다. 일본의 공적연금 1615조원, 노르웨이 글로벌펀드연금 680조원, 네덜란드 공적연금 376조원 다음이다. 
큰 규모의 적립금을 운용하다보니 국민연금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시총 상위 100개사 중 국민연금이 주식 5%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47%다. 약 1400조원의 채권시장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15.5%의 비중을 차지했다. 기금적립액 운용은 국내채권 비중이 64.8%로 가장 높으나 감소추세에 있다. 대신 국내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주식·채권시장 영향력 증대 = 2011년 말 국민연금의 주식시장 비중은 5.4%다. 2030년 말에는 10~15%를 전망하고 있다. 해외 연기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주식보유비중은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의 0.4%다. 
김 과장은 “국민연금의 주식시장 비중이 높아지면서 향후 연금이 상장사 대부분의 최대주주 또는 주요주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올해 2월말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상장사는 총 190개사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시총 상위 3개사의 2대주주이기도 하다. 
 
국채시장에서 국민연금의 비중은 24.8%로 국채시장금리에 대한 영향력은 한동안 지속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국채 금리는 하락하는 등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감소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자본시장과 금융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종합적인 대응방안이 제기된다. 김 과장은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과도한 영향력 축소를 위해 안정적인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시장중립적인 자산운용이 필요하다”며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독립성·전문성 확보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국민연금의 구조적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사적 연금활성화 및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내일신문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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