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했다. 너무 일찍 긴장을 풀었다. 가장 정확해야 할 군과 정보기관의 대북한 정보가 엉터리여서 눈을 뜨고도 당했다. 북한이 12일 오전 장거리 로켓 은하3호를 쏘아 올려 광명성 3호를 인공위성 궤도에 진입시킨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와 군은 사태파악에 우왕좌왕했다. 그 꼴을 보면서 안보불안을 느끼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전시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을 가정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북한의 기만전술에 완전히 속아 경계태세까지 늦추었으니, 이런 망신이 또 없다. 북한이 로켓 발사를 29일까지로 연기한다고 한 발표를 그대로 믿은 것이다. 정보란, 특히 국가 안위가 걸린 대북정보란 얼음보다 차가운 이성으로 판단해야 한다.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상대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고 경계를 풀었다가, 당하고 나서 비난해 보아야 우매하다는 소리밖에 돌아올 게 없다.
 
북 기만전술에 완전히 속아 군 경계태세까지 낮춰
12월 1일 북한의 로켓발사 발표 즉시 통합 위기관리 TF 가동을 시작한 우리 군은 기술결함이 발견되었다는 북한의 발표를 믿고 긴장을 풀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11일 “날씨 때문에 15일까지 안 쏠 것이 확실하다”고 했다. 연내에는 불가능하다고 점치기도 했다. 군과 정부 소식통은 “로켓을 발사대에서 분리해 수리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2단 로켓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는 것 같은 위성사진을 근거로 한 판단이었다.
 
그런 위성사진 자료를 예비로켓 장착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는데 너무 안이하게만 보았다. 실제로 미국 언론은 상업위성 영상을 근거로 “로켓 발사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오보’라고 했다. 한국 정부가 분별이 없어 미국이 중요한 정보를 한국에 제공하지 않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대에서 내렸다가 다시 설치한 사실을 일본에게만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보도한 일본 ‘산케이신문’은 “한국 정부가 분별없이 정보를 유출하는 데 불만을 품고 미국이 제재를 가한 셈”이라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무장관은 12일 기자회견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발사가 없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일본 정부가 경계수위를 낮추지 않은 것은 여러 가지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짐작하고 있었는데 우리만 몰랐던 셈이다.
 
정보를 놓치거나 오판한 것이 이번뿐이었다면 주마가편의 심정으로 분발을 촉구할 수 있다. 작년 김정일 사망 사실은 공식발표 전 이틀 동안 까맣게 몰랐다. 천안함 사태는 북한군 동향을 몰라서 당했고, 연평도 피폭은 일선의 정보보고를 위에서 무시해 대비를 하지 않아 당한 일이었다. 김정일 중국방문을 김정은의 행차로 잘못 알고 허둥댄 일도 있었다. 
 
항공우주 분야 북한 우세, 이제 인정할 수밖에
북한을 깔보는 근거 없는 우월감도 한몫 했다. 북한이 끈질긴 노력 끝에 10번째 스페이스 클럽에 들게 된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언동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광명성 3호가 위성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조잡한 물체’라느니,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까지는 멀었다느니 하는 평가절하가 그것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할 때마다 핵실험으로 능력을 인정받으려 한 전례로 보아 핵실험이 뒤따르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들이 항공우주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우리보다 앞섰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더 위험한 일을 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해, 정확한 판단과 예방조치로 국민의 놀란 가슴에 보답하기 바란다.
 
내일신문  문/창/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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