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에서 만난 대한제국

 
가수 이문세의 노래 ‘광화문연가’의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 ”이란 가사를 기억하시는지. 사랑 노래에 어울리는 정동길이다. 하지만 정동길엔  애틋한 사랑의 추억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정동교회)’도 한국 최초의 개신교 교회이며 사적(사적 제256호)인 역사의 거리이다.  
 
1900년대의 정동으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전시를 소개한다. 서울역사박물관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근대 격동의 역사 현장이던 ‘정동’을 주제로 한 특별 기획전 <정동 1900>을 내년 1월 20일까지 연다.
 
<정동 1900>은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되었다. 파트 1에서는 자주독립을  열망하던 대한제국과 서구 열강 이 공존하던 정동의 역사성을 보여준다. 고종이 경운궁(지금의 덕수궁)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인 1890년대 초의 정동 지역 모습을 볼 수 있다. 초대 영국 공사 힐리어가 정동 지역을 촬영한 사진을 전시한다. 또 정동을 이국적인 분위기로 만들던 영국 러시아 프랑스 등 각국 공사관의 모습을 사진과 모형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외국 공사관이 들어서면서 정동은 외국의 신문물이 새로이 유통·전파되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이 코너에서는 프랑스 공사 플랑시의 훈장증과 임명장, 고종의 주치의 분쉬의 의료 도구, 장림성당의 축성식 예식서 등 정동의 외국인 관련 자료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정동 증강 현실’ 코너에서는 태블릿 PC를 통해 1905년 프랑스공사관 앞에서 거행한 결혼식 등 당시의 일상생활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파트 2에서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때 한국관의 모습과 박람회에 출품된 유물을 살펴볼 수 있다. 한
국관의 전시품은 예술품부터 농업 광업 상업 등 다양한 산업의 생산품과 복식 가구 공예품까지 광범위했다. 당시 주한 프랑스 외교관이던 모리스 쿠랑이 “박람회장의 한국관은 대한제국의 문명을 한눈에 보여준다”고 평했을 정도다. 파리 만국박람회는 20세기를 살펴볼 수 있는 국제적인 전시회다. 대한제국은 식물성 농업식품 분야에서 그랑프리(대상)를 수상했다. 
 
전시회를 보고 덕수궁으로 내려가는 정동길을 걷는 것도 괜찮다. 아이들과 함께하면 더 좋은 길이다. 세계에 편입하려 애쓰던 대한제국의 열망과 남의 나라 공사관으로 도피하는 왕의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다. 
 
■ 기간 : 2013년 1월 20일까지
■ 장소 : 서울역사박물관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2-1)
■ 관람시간 : 평일 오전 9시~오후 8시
  토·일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무)  
■ 관람료 : 무료
■ 문의 : 02-724-0275
 
저작권자 © 넥스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