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들어서는 올해 연초부터 글로벌 ‘환율전쟁’ 포성이 요란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돈 찍어내기’ 경쟁을 벌이면서 유동성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돈을 풀어 꺼져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다.

새해 벽두부터 원달러 환율 1070원선이 깨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환율이 더 내릴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100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환율전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선진국들 ‘돈 찍어내기’ 경쟁에 유동성 급격하게 늘어
환율전쟁의 진원은 선진국들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자국 경기부양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돈을 풀면서 통화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은 이미 3차례의 양적완화 조치를 단행했다. 초저금리를 2015년까지 유지하고 매월 45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글로벌 유동성이 2001년 76조달러에서 지난해 6월 142조달러로 증가했다. 그야말로 무차별적인 돈 살포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9월부터 무제한 채권매입 프로그램과 장기대출 프로그램 정책을 펴고 있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 국가들을 돕기 위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방식으로 돈을 풀고 있다. 프랑스도 긴축 대신 성장으로 방향을 돌려 경기부양에 나섰다.

일본은 한 술 더 뜬다. 최근 집권한 아베 총리는 “윤전기를 돌려 무제한 돈을 찍어내겠다” “디플레이션 탈출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호언했다. 재정지출과 함께 통화증발을 통해서라도 엔화 약세를 유도해서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침체된 경기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중국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지만 풍부한 외환보유고를 무기로 언제든지 환율전쟁에 뛰어들 태세다. 선진국들의 환율전쟁의 불똥이 튀면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해 신흥국들이 금리인하 등을 통해 유동성을 늘릴 경우 환율전쟁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주요국들이 제 살길 찾기에 여념이 없이 돈 풀기 경쟁이 확산되면 원/달러, 원/엔 환율 하락(원화 강세)은 피하기 어렵게 된다. 달러와 엔화가 비교적 안정적인 우리나라에 몰려들기 때문이다. 우리 수출은 그만큼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수출업계는 벌써 긴장하면서 수익악화를 걱정한다. 더러는 구조조정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투자 소비위축과 실업양산 사태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따뜻한 경제 위해서는 ‘경제민주화 실천’이 필수
‘근혜 노믹스’의 실체는 정권인수위가 발족하고 경제정책 그림을 그릴 인사가 결정된 다음에야 구체적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그동안의 공약으로 미뤄보아 큰 틀은 ‘민생’과 ‘경제민주화’로 집약된다. 민생 해법은 양질의 일자라 창출과 가계부채 완화, 부동산 시장의 해빙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양극화 해소와 따뜻한 경제를 위해서는 경제민주화의 실천이 필수적이다.

민생의 출발점은 역시 경제활성화와 저성장 극복이다. 경제가 활력을 찾아야 민생이 살아나고 세금이 더 걷혀 복지재원도 해결할 수 있다. 결국 국민행복시대는 경제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허나 새 정부가 맞닥뜨린 경제환경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경기침체가 가속될 전망이고 수출과 함께 내수도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의 냉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게 현실이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강력한 경제회복 의지 메시지로 경제부총리 부활도 검토해 볼만하다. 

 

내일신문  김/진/동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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