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 인수위에 ‘중소기업부’ 주문
세계최고 제도 갖고도 ‘비효율 체계’ 여전

중소기업청이 11일 부처 중 첫 번째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한다. 이는 ‘중소기업 대통령’과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기청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중소기업청의 장관급 격상’ 문제다. ‘중소기업부’로 표현되는 중기청의 장관급 조직 주문은 중소기업계의 오랜 숙원이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중소기업부 신설이나 대통령 직속기구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중소기업계의 주문에 박 당선인은 확실한 답변을 한 적이 없다. ‘중기청의 위상과 역할 강화’만을 강조해 왔다. 따라서 ‘장관급 중소기업부’ 신설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부처·광역지자체서 1123개 사업 =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박 당선인의 ‘중소기업 중심 경제정책’ 약속에 기대를 하고 있다. 경제정책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운용하려면 이를 담당하는 부처에 힘을 실어줘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차관급 외청 조직으로는 불가능해 결국 장관급으로 위상을 높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의 중소기업지원 정책과 제도를 가지고도 중소기업 현실이 크게 변하지 않는 이유로 ‘비효율적인 지원체계’를 꼽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 정책은 대부분 부처에서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1123개 사업, 12조3000억원 규모다. 중앙부처에서는 중기청 등 13개 부처에서 203개 사업을, 16개 광역지자체에서 920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각 기관들이 기관별 산하기관을 통해 정책을 집행하고 있어 정책집행 전달구조가 매우 복잡하다. 중앙부처만 보더라도 시행주체는 73개 기관에 이른다.

각 기관별로 수많은 정책이 추진되다 보니 ‘정책 중복성’이 발생하고, 기관별 지원기업에 대한 정보연계 부족으로 ‘특정기업에 중복지원’ 등 문제가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 정책수립 및 집행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중기청은 실제 운용은 장관급 부처와 유사다. 비상경제대책회의 등 각종 회의에 중기청 소관 정책이 30번 이상 상정돼 논의됐을 정도다.


 
◆차관급으로는 집행기능 떨어져 = 하지만 조직은 차관급 외청에 불과해 정책의 효율적 집행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중기청 예산은 9조2000억원 규모로 50개 중앙행정기관 중 ‘15위’ 수준에 불과하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입법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중기청은 법령 제·개정권이 없다.

정부내에서 집행기능이 떨어지다 보니 중소기업을 산업정책이나 대기업 틀에서만 육성하는 경향이 있어 정책효과를 반감시켰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 지원체계를 ‘거버넌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부처와 지자체를 네트워크 방식으로 연계하고, 총괄조정 할 수 있는 ‘중소기업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프랑스 등 다수 국가가 장관급 부처로 운영하고 APEC, OECD 등 국제기구도 ‘중소기업장관회의’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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