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앞선 기술개발로 시장 선점”

 
지난해말 아날로그 방송을 마치고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했다. 유럽의 많은 나라와 미국, 유럽, 일본이 이미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했다. 디지털방송은 아날로그 방송보다 화질이 5~6배나 선명하고 음질도 최대 1000배까지 좋아 CD 수준으로 음악을 듣는 정도다.

뛰어난 화질 송출을 위해서는 그만큼 뛰어난 성능을 갖춘 방송장비가 필요하다. 그중 HD(고선명) 방송 디스플레이는 필수. 예전 아날로그 방송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소니와 파나소닉, JVC 일본 3사가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방송용 디스플레이 시장에는 일본 3사에 한국의 티브이로직사가 추가됐다.

티브이로직(대표 이경국 www. tvlogic.co.kr)은 2002년 당시 KBS 기술실에서 근무하던 이경국 대표가 사내 벤처육성 프로그램으로 HD용 디스플레이 사업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KBS에서 이대표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대표는 아예 독립을 결심하고 사표를 냈다. 이대표는 직원 다섯명과 디지털 방송용 디스플레이 개발에 나섰다.

 

과감한 기술개발로 시장 진입 성공
이대표가 독립하던 당시에는 국내 어느 기업도 방송용 디스플레이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시장 특성상 방송장비 전부를 납품하는 턴키방식이고 소니 등 일본 기업이 전세계 방송 장비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HD방송용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겠다고 나서자 주변에서 반대와 우려가 심했다. 개발해 봤자 판매가 되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2004년 SBS가 목동 사옥으로 이전하고 디지털 방송 송출을 위한 시설을 갖추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SBS는 HD용 디스플레이로 티브이로직사의 제품을 채택했다.

디지털방송 송출을 위한 법적, 제도적 정비가 마무리되고 2013년 디지털방송 전환이 결정되면서 방송국들이 티브이로직을 찾기 시작했다. 같은 품질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었기 때문. 그결과 주력제품인 HD 방송용 모니터 분야에서는 국내 시장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러한 성공에는 과감한 기술개발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디지털방송 전환에 따른 장비 시장을 선점해야 겠다는 승부수가 성공한 셈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대표는 눈을 세계로 돌렸다. 그는 “2006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유럽의 많은 나라가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했다. 세계 시장에 뛰어들지 않으면 이대로 주저앉을 것이라 판단했다. 더구나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소니만 유일하게 HD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었다. 유럽에 진출을 결심하고 독일 등에서 하는 방송산업 박람회를 참가하고 각국 방송국을 찾아 다녔다. 그결과 유럽시장에서 자사 제품을 채택하기 시작했다”며 말했다.

현재 티브이로직은 세계 시장 점유 13%로 소니, 파나소닉, JVC와 함께 빅4를 형성하고 있다.

 

 
“벤처는 새로운 영역을 먼저 개척해야”
이대표는 티브이로직이 성공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로 `발 빠른 시장 흐름 예측`을 들었다. 한 발 앞선 제품기획으로 초기 신규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또한 OEM이 아닌 고유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비록 어렵더라도 자사 브랜드와 이미지를 굳혀야 시장내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세계 54개국 90여개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해 인지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세계적인 방송 기자재 전시회인 미국 NAB쇼와 네덜란드 IBC쇼 등에도 꾸준하게 참가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방송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남미 국가들과 상담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제품으로 시장개척을 준비하고 있다. 2011년 12월 코스닥에 상장하고 고품질 오디오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연말 ‘오렌도’란 스마트 오디오 서버를 개발, 출시했다. 오렌도는 CD 7천장에 해당하는 음원을 수록할 수 있는 하이엔드 CD 플레이어. 와이파이(Wi Fi)로 연결해 스마트 기기 앱을 통해 조종할 수 있다. 이 대표는 HD 방송으로 고급 오디오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 판단했다.

얼마전 세계 최대 가전 쇼 CES 2013에도 출품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오디오 매니아들을 위해 분당에 ‘청음실’도 마련했다.

이대표는 “HD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성공을 자만할 수 없었다. 특히, 대기업이 뛰어들기에는 규모가 크지 않아 다행히 우리가 성공할 수 있었다는 점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때문에 선도적인 기술개발로 신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언제라도 뒤쳐질 수 있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 뛰어든 이유다“며 올해에는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hkim@gamtantimes.com

저작권자 © 넥스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