펴낸곳  다른세상
지은이  김의기
가격  14,800원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 선거 직전에 한국 극장가에 한 편의 뮤지컬 영화가 개봉됐다. 장발장으로 알려진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영화화한 ‘레 미제라블’(비참한 사람들)이다. 이 영화는 누적 관객수가 400만명을 넘어섰다. 심지어 책에서 OTS에 이르기까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영화의 엔딩 부분에서 함께 부르는 ‘민중의 노랫소리가 들리는가’는 “오늘 우리가 죽으면 다른 이들이 일어서리, 이 땅에 자유가 찾아올 때까지”라는 대사와 어우러져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다.

이 감동의 물결이 불공정, 불안, 상실감과 억울함이 곳곳에 넘쳐나는 한국인들의 마음을 달래주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이 책의 저자 김의기는 서평을 쓴 서른 권의 책 중 이 세상에서 딱 한 권의 책만을 읽도록 추천한다면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추천하고 싶단다.

이 소설은 철학, 사상, 정치, 전쟁, 사회문제, 혁명, 사랑과 배반 등 인간의 모든 삶을 간직한 위대한 작품인 까닭이다. 

“그렇다, 파리의 공기에는 혁명이, 자유가 녹아 있다. 파리의 공기를 마시면 우리의 영혼은 그 순수성을 보존하게 된다… 배낭을 메고 파리로 가자.”

‘레 미제라블’의 작품해석에 나오는 한 귀절이다. 이책은 WTO에서 18년 동안 일하고 있는 김의기 참사관이 오랫동안 써온 독서노트를 묶은 것이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비롯,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초프가의 형제들’등 30권의 유명 작품들을 경쾌한 문장으로 풀이하고 있다.

통상전문가가 인문서를 썼다는 것도 흥미있지만,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그의 글쓰기를 보면 저자가 26년이나 해외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금새 느끼게 해준다. 책을 읽는 이유는 오직 한가지, ‘책이 재미있기 때문이다’이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또한 책을 애인이라고 부른다.

‘새책을 읽으면 새애인을 만나는 것 같고,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옛애인을 만나는 것 같다’는 그의 지론처럼 이 책은 30권의 세계명작들을 읽을 때 느끼는 감동을 증폭해서 더 큰 공명으로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명작의 저자들이 처음 발견해낸 놀라운 세계, 그 새로운 세계의 표현에 성공한 환희를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칼끝같이 예리한 문장을 직접 인용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내일신문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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