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평가는 그를 아는 이들에게서 나온다. 같이 일하면서 오래 겪어 보지 않고는 그릴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면모다.

아는 사람들의 평가가 모여 평판이 된다. 같은 일터나 조직의 평판이 나쁜 사람 중에 좋은 사람 없다는 것은 인간사회의 경험칙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연이 닿는 사람의 영달을 반기게 마련이다. 웬만한 결함은 눈감아주는 아량은 사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된 사람을 나쁘게 말하는 것은 그런 이익을 포기해도 좋다는 반감 탓일 것이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에 대한 비리와 의혹의 진원은 대개 그와 함께 일한 법원이나 헌재 후배와 동료, 또는 법조계 인사들이다. 직접 겪었거나 보고 들은 일, 또는 같은 세계의 평판에 근거한 것들을 정치인이나 언론에 제보해 세상이 시끄러워졌다.

 

법원공무원의 90%가 그의 자격 부정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명박 대통령은 이동흡 헌재소장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그를 소장 후보로 지명한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협의한 일이라 한다. 지명철회가 원하지 않는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으므로 당사자의 현명한 판단에 기대를 걸게 되는 것이다.

지금껏 언론에 보도된 이 후보자 비리와 의혹은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란다. ‘비리 의혹 백화점’이라고 불릴 만큼 가지 수도 많고, 입에 올리기 거북한 것도 많다. 축재의혹에 세금포탈, 위장전입, 논문 표절은 공직 후보자 공통 사항인가. 불법 정치후원금, 업무추진비 불법사용, 해외출장 가족 동반 같은 도덕적 일탈도 무수히 제보되고 있다.

이런 의혹과 폭로에 대한 그의 해명은 구차스럽다. 헌법재판관 6년 동안 총 수입과 맞먹는 6억 원의 예금수입이 쌓인 데 대해 그는 “헌재 재판관 퇴직금과 상속, 생활비 절약 등으로 모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재판관 퇴직금은 뻔한 액수다. 상속재산이 얼마인지 밝히지 않는 한 그 말은 해명이 될 수 없다. 연봉을 고스란히 저축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그는 헌재 재판관 재임 중 9차례 해외출장 가운데 5차례 부인을 동반했다고 한다. 수행한 헌법연구관이 공식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도 부인과 함께 ‘문화시찰’을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가 시간과 장소 규정을 어기고 주말 자택 근처 한정식 업소에서 업무추진비(카드)를 자주 사용한 일을 두고 법조계에서 ‘치사하게 산 흔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관용차 격일제 운행이 불편하다고 끝번호가 다른 차 한 대를 더 요청해 운행했으며, 운전기사를 사사로운 일에 무시로 동원했다는 대목에서는 공인정신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법률과 정책의 위헌여부를 심사하는 헌재소장은 대법원장과 함께 사법부 양대 수장이다. 탁월한 리더십과 모범적인 도덕성은 차치하고, 사사로운 이익에 눈먼 사람이 그 자리에 앉게 되면 헌재가 제대로 굴러가기나 할지 모르겠다. 공무보다 사익에 눈먼 조직원이 있다면 어떻게 다스리고 거느려갈 수 있겠는가.

 

헌재소장 선출방식 재판관 호선으로 바꾸자는 여론도
문제가 악화일로로 치닫게 되자 집권당 안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로 예정된 국회청문회 통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새누리당 당직자는 “그가 헌재소장이 되면 국치”라고 말할 정도다. 헌재소장 선출방식을 바꾸자는 여론도 퍼져간다. 헌법재판관 호선이나 국회동의 요건을 3분의 2 찬성으로 규정한 외국 제도를 본받자는 것이다.

제도개선도 필요하지만 더 급한 것은 발등의 불을 끄는 일이다. 이 불을 더 놓아두면 신구 정권 모두가 큰 화상을 입게 된다. 결자해지의 원칙에서 임명권자가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현명한 해결책이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물론 본인의 자진사퇴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내일신문  문/창/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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